정차식의 노래는 큭큭거리면서 듣지만 한편으론 서글프고 가슴을 싸하게 하기도 한다. 가사에 구구절절히 박혀 있는 현실과 정차식 만의 목소리와 창법 때문일 것이다.

 

나성에 가면에는 나의 주관적인 정의에 따른  '현실'은 없다. 이 곡은 그저 정차식 노래 만의 개성과 그의 창을 즐기면 된다. 

 

나성에 가면은 편지를 보내세요
슬퍼할 일은 없겠지만 가끔은 안부하오(비오)
나성에 가면은 편지를 전해주오
미치도록 사랑한 그 사람에게 내 말을 전하오

사랑은 가고 미친 바람만 불어온다
부디 잘 살아야된다 내 뜻만 전해주오

이다지도 슬플지 난 정말 몰랐네
바람따라 가다보면 만나게 될 줄 알았는데
이다지도 슬플지 난 정말 몰랐네
비바람이 치다보면 고이 끝날 줄 알았는데

사랑하오

 

 

정차식의 음성은 갈끔한 측에 속한다. 그 깔끔함에서 나오는 서글픔은 그래서 가슴에 박힌다. '이다지도 슬플지 ~' 이후 반주와 보컬이 모두 절정에 이를 때의 격함에선 카타르시스도 느껴진다.

 

나성은 로스앤젤레스를 가르킨다고 한다. 로스앤젤레스와 나성이 함께 떠오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성이란 말이 낯설지 않은 것은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라는 옛 노래 때문일 것이다. 처음 정차식의 나성에 가면이란 제목을 보았을 때 새샘트리오의 노래를 편곡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보면 알 수 있지만 두 곡은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새샘트리오의 나성~은 경쾌하다. 격하지 않은 즐거운 춤사위 한판 땡겨도 좋을 만큼. 그에 비해 정차식의 나성에 가면은 약간 처절한 맛이 있다.

 

정차식의 나성에 가면은 새샘트리오의 나성에 가면과 함께 또 한 곡의 옛 노래를 떠올리게 했다. 순전히 가사 때문으로 이다지도 슬플지 난 정말 몰랐었네, 이 부분이 기억을 자극했다. 떠오른 옛 노래는 바로 최병걸의 난 정말 몰랐었네 이다. 난 정말 몰랐었네 역시 곡조가 처지지 않아 즐거움이 있다, 가사가 품고 있는 감정과 별개로. 그런데 정차식의 곡은 가사를 배반하지 않고 자기만의 곡조로 청자의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여기서 문득 드는 생각은 정차식의 나성에 가면이 설마 새샘트리오와 최병걸 노래의 오마쥬? 정차식의 나성에 가면은 처절한 그리움과 단절이 감지된다. 반면 새샘트리오의 나성에 가면은 헤어짐이 있지만 쿨하다. 사랑에게 이별을 고하지만 그곳에서 보낼 수 있는 즐거운 소식을 기대한다고 노래한다. 두 곡은 그저 사랑하는 이가 나성에 간다는 것 이외엔 같은 것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최병걸의 난 정말 몰랐었네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아쉬움을 노래한다는 점에서 정차식의 나성에 가면과 일면 통한다 할 수도 있겠지만, 헤어짐의 아픔을 노래하는 곡이 어디 한 두곡인가. 고로 이들 세 곡은 연관성이라곤 없다는 것이 맞는 이야기일터.

 

이것저것 다 잊고 정차식과 함께 덤으로 새샘트리오와 최병걸을 즐겨 보자!!

 

새샘트리오 나성에 가면

 

 

최병걸 난 정말 몰랐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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