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좀더 잘 기억하기 위해서 시각적인 기록을 남기는 것일게다

그런데 그 사진을 보아도 사진이 보여주는 그날의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스마트폰으로 이것저것 찍은 사진들은 많이 삭제한다. 그래서 남아 있는 사진이 많지 않다

그래도 다른 해에 비해서 올해는 남겨둔 사진이 꽤 된다

 

여름, 중국 땅 여기저기를 밟았었다

너무 더워 걸어다니는 것 이외에는 다른 어떤 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당연 사진찍기도 무리무리, 지금은 살짝 후회가 밀려온다

 

그 더위를 견디며 그나마 찍은 사진들 속 중국 기차역들,

블로그에 저장해 보련다

 

Dandong

단동 기차역, 비가 억수로 내리는 날

90도 각도로 등받이가 서 있는 딱딱한 의자칸에 몸을 실었다

21세기 첨단 디지털시대에 선풍기가 달린 '클래식'한 기차가 나름 재미있기는 하지만

4시간이 넘는 심양까지의 여정은 한없이 지루하고 쉽진 않았다

 

Shenyang

심양북점역 부근의 야경

밤 그리고 타향

또 다른 곳으로 출발

묘한 감상이 스멀스멀

 

Beijing

북경행 야간열차의 침대칸

6개의 침대가 한데 모여 있는 이 침대칸

땅이 넓으니 이 곳에서 저 곳으로 옮겨가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다

여타의 중국 대도시처럼 북경에도 기차역이 두 개 이상인가 보다, 수도니까 당연한 것인가?

버스를 타고 가다가 내가 내리지 않았던 기차역에 낯선 시선을 보냈다,

사실 기차역 뿐 아니라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where? 

어디를 가려고 탔던 열차였을까?

4인용 침대칸, 문도 있고 그나마 잠자기에 안정감이 있었다, 6칸 침대 구획보다

아침햇살이 들어올 때도 좀더 차분한 마음으로 바깥 경치를 볼 수 있었고...

근데 어디에서 타서 어디로 갔었던 것인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다.....

 

Xian

서안, 서안도 엄청나게 뜨거웠었다

기차역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있는 성벽이 인상적이었다

動車, High-speed-train

무궁화호, 새마을호, ktx에서 한 가지 선택하면 되는 우리와 달리

땅덩이 넓은 중국은 기차 옵션이 다양하다

중국의 고속열차는 동차라고 부른다

어느 책에서 읽은 일본과 중국 사이의 고속열차 비화가 생각나 동차를 보며 나도 모르게 썩소를 날렸다

아무튼 운행 중에 속도변화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중국 동차, 상당히 쾌적하다

그리고 기차역 대합실에서 동차표를 가져가면 생수를 줬다,

여름 더위로 인한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주는 이벤트로세

 

Kaifeng

개봉역, 개봉의 여름은 참 뜨거웠다

뜨거운 더위에 익고 익어서 노골노골한 상태로 대합실에 앉아 몽롱한 시선을 던지고 있었는데 

중국인들도 생기가 있어 보이진 않았다, 그 열기를 견디고 나서 생기가 있으면 사람이 아니지, 아무렴

 플랫폼, 그것도 밤의 플랫폼이 주는 정취는 어디를 가든 닮은 것 같다

낮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차분한 마음으로 목적지로 떠날 준비를 하기에 충분했다, 그날밤 개봉역 플랫폼 공기는

 

 

Suzhou 

말로만 듣던 소주

하늘에는 천국, 땅에는 소주와 항주? 이런 말이 중국에서 오래전부터 회자된다 했다

그만큼 아름다운 곳이라는 소주, 기차를 타고 달리다 보니

어느 지점부터 드문 드문 작은 못들이 보이기도 하고 하얀집들이 보인다,

그때부터 아마도 소주 땅에 들어선 것이었던 듯

하얀집들은 시멘트덩어리에 불과한 여타의 중국 건물들보다 나았지만 하나같이 똑같다

소주에서 그런 하얀집에 사는 것이 중국인들의 로망이라 들었던 것 같다

하얀집들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소주역은 깔끔하고 중국스러워 보이는 것이 나쁘지 않다

동행인이었던 백인청년이 유창하게 중국어를 내뱉는 모습을 신기한 듯 쳐다보던 청소부 아저씨가 생각난다

 

shanghai, Maglev

상해 자기부상열차

 상해 자기부상열차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상용화되었다 한다

독일 기술이라고 하니 독일은 기술이 좋고 중국은 돈이 많은 것이겠지

자기부상열차의 철로는 어떨까 궁금했다, 그래서 플랫폼에 들어서자마자 철로부터 확인했다

철로를 눈으로 확인했으나 뭐가 뭔지 상상은 잘 안된다 

혹시 그저 저 시멘트 덩어리 같아 보이는 것이 엄청난 자석인가....?

동전이라도 던져봤어야 했을까...쿨럭

 

자기부상열차의 좌석

마주 보고 앉은 여인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고 찍어뒀다

아시아에선 유일한 자기부상열차에 탔으니 기록을 남겨야 하지 않겠냐고요, 앞자리 여인이여 그렇죠?

 

운행 속도는 어느 정도인지 전광판을 지켜보았다, 동차와 엇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동차보다 흔들림이 느껴진다

 

자기부상열차는 상해 지하철 룽양루역에서 푸동공항을 이어주고 있다

대략 10분 정도 달리면 룽양루역 혹은 푸동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

그날 항공권이 있으면 열차값을 할인받을 수 있다

 

최첨단 자기부상열차를 타고 도착한 푸동공항

비행기 출발시간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급작스런 게이트 변경으로 아침부터 진땀을 뺀 후에 오른 비행기

터뷸런스 엄청났다, 거기다 제공되는 커피는 무려 커피믹스...마음 어려운 중국 국내선이여

그래도 구름을 내려다 보며 하늘길을 더듬는 경험은 언제나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