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비사 혹은 강조비사라는 몇년 전의 중국드라마를 보았습니다. 중국드라마 사극에서 청조의 단골 황제들은 역시 강희제, 옹정제인 것같습니다. 강희비사도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강희제를 주인공으로 합니다. 채림이 이 드라마에서 강희제의 황후 혁사리로 출연합니다. 한국 연예인이 출연하는 드라마를 찾아서 이 드라마를 본 것은 아닙니다. 애정하는 종한량을 따라가다 보니 보게 된 드라마이지요. 그래서 종한량이 분하는 납란성덕이 깨꼬닥함으로 자체 종영시켰습니다. 납란성덕 사후 2편 정도 남아있는데 후의 이야기는 그닥 볼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냐하면, 이 드라마가 표방하는 것은 강희제가 즉위하고 나서 바로 친정을 한 것이 아니라 보신들이 국사를 펼치고 있을 그때, 친정을 하고 싶어하는 강희제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에 납란성덕이 죽을 그 즈음 강희제는 이미 친정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번쯤 들어본 팔기군, 그리고 오삼계를 토벌한 이후이기도 합니다.

 

여담이지만 채림이 얼굴은 예쁘지만 크기는 좀 큰 것 같았습니다. 황제와 포옹하는 장면마다 황제 얼굴이 더 작아 보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닥 중요하지 않지만 그래서 황제와 채림의 클로즈샷에 집중하곤 했습니다.

 

강희비사가 친정을 도모하는 강희제를 보여준다 한들 사랑이야기가 꽤 비중을 차지합니다. 강희제, 납란성덕, 칭걸, 납란혜아 그리고 칭걸을 좋아하는 강희제의 형인 복전. 이 다섯사람이 사랑타령을 합니다. 원래 납란성덕과 납란혜아가 연인이었죠. 그런데 납란혜아가 강희제의 후궁이 됩니다. 그리고 납란성덕의 사랑은 자신을 좋아하던 칭걸에게 옮겨갑니다.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가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질문하죠. 성덕과 혜아가 얼마나 죽고 못살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찌 되었는지 보여주고 싶어집니다. 변하는 예는 숱하게 많은 것을. 하림은 또 이렇게 노래하잖아요,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다 그런 법이죠. 다시 드라마로 돌아가면, 납란성덕과 칭걸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됩니다. 그리고 황가의 두 형제, 복전과 황제가 칭걸을 짝사랑하지요.

 

 

이 드라마에서 사랑이야기의 비중이 적지 않지만 그리 인상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런 것들 없애고 걍 온전한 역사드라마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더군요.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은 태황태후였습니다. 태황태후역을 하는 배우의 외모도 고상하게 고왔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그녀의 영향력이었습니다. 태황태후이기에 영향력이 없을 수는 없지요. 하지만 드라마를 보면 그녀는 상당히 노회한 정치력을 보여줍니다. 명말 청초를 다루는 드라마에서는 대부분 효장문황후가 등장한다고 합니다. 흥미가 생기긴 하지만 다 볼 수는 없고 청풍운을 찾아보아야 겠습니다. 이 드라마는 효장문황후가 주인공이라고 합니다. 효장문황후는 몽골출신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족보가 참 그렇습니다. 효장문황후, 즉 강희제의 할아버지이자 효장문황후의 남편 홍타이지는 그녀의 고모부이기도 합니다. 홍타이지의 정실부인이 횽장문황후의 고모입니다. 그리고 홍타이지의 또 다른 후궁은 효장문황후의 친언니이고, 그 친언니가 홍타이지의 애첩이었다고 합니다.

 

강희비사는 강희제를 좋아한다면, 혹은 종한량에 대한 팬심으로 그럭저럭 참고 볼 수도 있겠지만, 드라마 자체는 역사물로도 어정쩡하고 연애물로도 어정쩡하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