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분기 일드 중에 가부키모노 케이지를 잘 보고 있다. 전체 11화 중에 10화를 보았고 이제 1회를 남겨두고 있다. 지금까지 보아온 일본 사극은 대체로 오다 노부나가 아니면 풍신수길, 아니면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이야기였다. 아니면 에도 말기의 난상이라던가.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이외의 인물을 내세운 드라마라 흥미를 갖고 보기 시작했다. 가부키모노 케이지의 케이지는 마에다 케이지로 마에다 토시무사를 말한다.
가부키모노 케이지의 마에다 케이지는 우에스기 켄신의 그 우에스기 영지에서 이시다 미츠나리의 아들을 키우며 살고 있다. 이시다 미츠나리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가신으로 세키가와 전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패한다. 도쿠가와가 천하를 틀어쥔 세상에서 이시다 미츠나리의 아들을 자신의 아들로 하여 키우고 있다는 설정에서 '출생의 비밀'이 등장하니 한국인의 드라마 감상 DNA엔 적절한 요소가 박혀있다.
마에다 케이지를 연기하는 배우 프로필을 보니 1941년생이다. 그리고 위의 사진 속의 서 있는 세 젊은이들은 90년대 생들이다. 손자벌 아이들과 연기하면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10살 이상 어린 사람들과 교제가 주는 느낌은 꽤 신선하다. 저 배우 양반도 그렇게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에도막부시대 초기에 이시다 미츠나리의 아들이라는 사실은 엄청난 일이었을 것이다. 두 회정도를 보면서 이 드라마가 정치적이거나, 투쟁적이거나 하지 않으리라는 감을 잡았다.
이시다 미츠나리의 아들이 마에댜 케이지라는 톡특하고 특출난 인물에 의해 한 사람의 어엿한 어른으로 세워져가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라고 정리하고 싶다.거기엔 마에다 케이지의 딸 사노와 신쿠로의 담백한 애정이야기도 곁들여 있다.
이 드라마에는 유민도 출연한다. 1분기에서 유감스런 남편에서 타마키 히로시를 유혹하려 애쓰더니, 2분기 이 드라마에서는 마에다 케이지를 사모하는 술집 여주인으로 등장한다. 일본어로 연기하는 유민이 훨씬 편해 보인다. 한국에서보다 역할 폭도 크고 일본인이 일본에서 사는 것도 당연하고 말이다.
일본 사극에서는 '사다메'를 짊어지고 살겠다. 이런 대사를 종종 만난다. 즉, 자기의 '운명'을 짊어지고 살겠다라는 이야기다. 자기의 운명을 짊어진다는 것은 '자신'의 자신됨을 인정하며 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가난한 집에 태어났으니 지지리 궁상으로 앞으로도 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출신배경을 인정하고,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받아들인다는 뜻일 것이다. 무척 건전하고 앞으로 인생의 가능성에 대해 열린 태도라고 생각이 든다.
나의 나됨을 인정하는 것은 싶지 않다. 나의 나됨을 인정하지 않을 때, 그 정도가 심할 때 병증으로도 나타날 수도 있다. 드라마나 소설을 보면 그러한 경우들을 볼 수 있다.
사다메를 받아들이겠다는 신쿠로의 결심도 결심이지만, 지금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겠다는 태도도 건전함 그 자체가 아닌가 생각된다. 마에다 케이지가 이시다 미츠나리의 아들을 잘 키운 것이다. 실제로 역사상 이시다 미츠나리의 아들을 몰래 키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기에 패자와 그가 남긴 모든 것들은 잊혀져 간다. 쓸쓸하기 그지없다. 마에다 케이지가 드라마 속에서 연속된 전쟁터에서 베일 것인가 벨 것인가의 두 기로에서 내일 살아있을지 죽어있을지 조차 모르는 시간들을 이야기한다. 지금보다 오래 전에 여기 저기 세상에 흩어져 살던 옛 사람들, 역사 속에 어떤 자취도 남기지 않은 숱한 사람들이 내일 살아있을지 죽을지 예측하지 못한대로 살았을 것을 생각하니 인생이 가련하게 느껴졌다. 지금 우리도 사실 내일을 장담하는 것이 교만일지도 모른다. 살아있는 24시간 어떤 일을 만날지 모른다. 내가 아무리 집안 단속을 잘한들 옆집에서 가스 폭발이 일어나면 내집도 골로 갈 수도 있다.
가부키모노 케이지를 보면서 나의 나됨을 받아들이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봄에는 봄의 것을, 여름에는 여름의 것을, 가을에는 가을의 것을, 겨울에는 겨울의 것을 느끼며 사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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