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에게 위로의 꽃다발과 카드를 보내는 것이 자포스의 ‘서비스 정책’은 아니다. 이 여성과 통화한 컨택센터의 직원이 어미를 잃은 슬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해주고 싶다는 인간적인 배려와 판단에 따라 꽃과 카드를 보낸 것이다.

 

자포스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콜센터나 고객센터라는 명칭 대신 컨택센터(Contact Center)라 부르는 부서가 있다. 이곳은 전화뿐 아니라, 메일, 라이브 채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고객과 접촉하는 곳이다.

 

그런데 자포스의 컨택센터에는 매뉴얼이 없다. 고객의 이런 요청에는 이렇게 답하라는 지침도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고객의 주문이나 문의에 어떻게 답하고 어떻게 대응할지는 전화를 받는 컨택센터 직원이 각자의 판단에 따라 하면 된다.

 

즉, 고객을 대하는 직원이 인간 대 인간으로 고객과 마주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과 상황에 따라 서비스의 ‘내용’은 달라진다. 그리고 이것은 직원과 고객 모두에게 ‘잊기 어려운 체험’을 제공하게 된다.

 

자포스의 CEO 토니 셰이는 이것을 ‘행복의 배달’이라고 부른다. 직원과 고객에게 행복을 전하는 것, 그것이 회사를 장기적으로 번영으로 이끄는 최강의 전략이라고 자포스는 확신하고 있다.

 

인사이트에 소개된 글을 읽다 보니 분통터졌던 기억이 나서 분노의 타이핑질을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통신사의 횡포는 특별한 화제거리도 아닐 것이다. 계약할 때는 입속의 혀같이 굴지만 불편개선이나 해약을 할 때는 고약해도 그렇게 고약할 수가 없다.

 

하나포스 시절부터 SK 브로드밴드 인터넷을 이용료 연체한번 없이 10여년을 사용했었다. 그런데 광케이블이라고 하던 인터넷망은 거의 모뎀 수준이었다. 주거지가 아파트가 아님을 고려해도 지나치게 느렸다. 야간 서비스를 이용한 적도 있었다. 야간 서비스 담당자가 케이블 교체 요청을 하라는 안내를 해줬을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연결된 전화도 수시로 먹통이었다. 게다가 TV는 전원을 킨 후에 5분은 대기해야 정규 방송이 시작되었다.

 

사정이 이랬지만 만날 불편신고전화만 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정말 간간히 서비스 개선 요청 전화를 했다. 그러나 케이블을 교체했는데도 전혀 변화가 없은 이후로 인내심이 바닥이 났다. 그래서 해지해달랬더니 약정 기간이 끝나지 않았으므로 그 동안 할인받은 금액까지 해서 약 60만원 상당의 위약금을 내라는 안내를 받았다. 만약 위약금을 내기 싫으면 한달에 세번을 몰아서 서비스요청 전화를 하고 서비스 기사의 방문을 받으란다. 고객 네가 1년에 걸쳐서 여러번 불편 전화를 한 기록이 있지만 한달에 몰아서 세번이 아니니 어쩔 수 없다며 60만원 내거나 세번 기사를 부르는 양자택일을 하라는 고객센터의 말은 어이를 완벽하게 상실시켰다.

 

그런 와중에 TV에 문제가 있어 기사가 방문했다. 그 기사에게 푸념을 했더니 3개월 사용안하면 자동해지되니까 사용하지 말라는 조언을 해줬다. 올커니 하고 순진하게 선을 다 뽑아버리고, 그 참에 인터넷 사용회사를 바꿨다.

 

참사는 거기서 부터 시작되었다. 순진한 것인지 바보인지 .... 양자 모두이겠지만 3개월 후에 연체자 딱지를 얻게 되었다. 사용하지 않았지만 자기들은 인터넷과 TV를 다 제공하고 있었으므로 3개월 사용료를 내라는 통지를 받았다. 모뎀 회수를 온 기사가 자동해지 조언을 해줬던 동일기사여서 이렇게 되었다 말했더니 고객이 잘못한거예요 라는 당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벙찐다는 말은 그럴때 적용될 것이다. 기사의 모르쇠 발언과 더불어 또 몇 가지 황당 발언들이 있었으나 후에 SK브로드밴드 본사 고객팀과 전화와는 비교가 안된다.

 

돈을 내고도 제대로 된 서비스도 못받고 연체자 딱지까지 붙이게 된 억울함을 고객센터와 해결하려 했더니, 콜센터 직원을 거쳐 결국엔 본사 고객팀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본사 고객팀에선 자기들은 매뉴얼대로 할 뿐이니 돈을 내라는 답만 녹음기처럼 반복할 뿐이었다. 그리고 급기어는 고객이 죽어 장례를 치뤄서 사용하지 못했더라도 자기들은 사용료를 받는다고 했다. 매뉴얼대로.....

 

그들과 대화는 육방이 막히는 느낌이었고, 15만원 정도의 연체료를 내지 않고 버티었다. 그랬더니 어느날 신용관리회사에서 문자와 우편물이 날아들어 왔다. 그러던 어느날 받은 우편물에 돈 받으러 너희 집에 갈 것인데, 너희 집 물건에 손상이 가거나 신체 상에 상해를 입어도 우리 책임이 아니라는 요지의 글자들이 박혀있었다.

 

계약성사를 위해서 자전거 등의 사은품을 껴 주는 것이 '고객서비스'라는 정의는 우리나라 통신사들의 이상한 정의일 뿐이다. 고객을 인간 대 인간으로 마주한다는 자포스, 이용자로 등록된 고객이 사망했어도 남은 가족에게 돈을 요구하며 매뉴얼대로 처리한다는 SK브로드밴드, 비교되도 너무 비교된다.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SK를 이용해 통신이나 인터넷을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어떤 '혜택'을 준다해도 절대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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