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기, 서울을 거닐며 사라져가는 역사를 만나다

지하철을 타고 오가며 드디어 다 읽었다
다른 책과 혼동하여 빌려온 책이었건만 기특하게도 이 책이 착각을 보람차게 만들어 주었다

600년 도읍지인 서울에 무수한 이야기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우리가 눈으로는 이 도시가 그렇게나 유서깊은 곳으로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 생각한다
고궁 몇개 덜렁 있다고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도시일 수는 결코 없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의 행정을 하시는 분들에겐 특별한 재주가 있는 듯하다
유서깊은 도시를 유서깊은 것과 관계없이 만드시는
그리고 전통을 지워가는 특별한 능력이 있으신 듯
비단 서울시 행정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제주에 가면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곳이 있다
지나간 시절의 흔적들을 전시해 놓은 곳으로 일종의 생활사 박물관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렇지도 않게 버려지는 것들을 개인이 수집하여 제주에 그 전시관을 연 것이라 한다
6, 70년대에 청춘을 보내신 분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이야기도 전해들었다
그곳이 가치가 있는 것은 한참 전에 청춘을 보내신 분들에게 과거의 향수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어서만이 아닐 것이다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것은 지엽적인 의미이고 그보다 말그대로 생활'사'를 담고 있기에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에겐 유형으로 남아있는 것들이 필요하다, 장소의 보존 역시 필요하다
역사의식을 갖고 우리 안에 남겨진 것들을 소중히 하고 그 의미를 대대로 전할 수 있어야 한다
때론 아프고 때론 수치스럽고 처참했던 것들을 떠올리는 것일지라도 그 어느 하나도 지우지 말고 제대로 보존하여 더함도 뺌도 없이 우리의 지난 세월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책 속에는 즐겁고 찬란한 이야기들보다 아프고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더 많이 담겨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 책의 울림이 제대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바로 과거청산을 하고 제대로 된 전진을 위한 한발 한발을 떼어 가는 데 힘을 실어갈 수 있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