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작스럽게 무엇인가 하고파지는 충동에 종종 휘둘리곤 한다.

불현듯 찾아온 욕구는 감자 스프를 들이키고 싶음...

냉장고를 뒤적거려 찾아낸 감자를 깎고 씻고 얇게 얇게 썰어내고 양파와 대파를 다듬어 체치고....

조선파의 위력...파가 이다지도 매울지 진정 몰랐었네.....

거기에 질세라 양파까지 기세등등하니....

눈물이 앞을 가려 시야가 뿌옇지만 굴하지 않고 파와 양파를 카놀라유에 마구 볶아 주었다.

나를 울리는 녀석들을 불과 기름의 힘을 빌려 기를 팍팍 죽여 주었다.

기를 죽여놓으니 이 녀석들 향긋하다. 오냐 앞으로도 사랑해주마.

우선 나의 사랑의 표시로 감자이불을 주마.

우르르~~~ 도마 위에 얇게 썰어놓은 감자를 들이붓고 감자와 더불어 물과 우유 세례....

감자여 무르게 무르게 삶아지거라....

어느새 고소한 기운이 솔솔.... 킁킁

 

후르륵..지난번엔 우유를 너무 많이 부어 감자 드링크였는데 이번에는 드디어 스프의 모양새다. 음~

그런데 오늘따라 위력을 보여주던 파녀석, 불과 기름으로 거듭난 줄 알았더니 아직 살아남아 있다. 살짝 매콤하다.그래도 냉기 넘치는 봄날, 따뜻하게 나의 위장을 덮혀 주었으니 그걸로 충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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