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십자수가 유행할 때 나도 한번 십자수를 해보겠노라 두 서너번 도안을 구입해서 했었더랬다. 그리고 어느 순간 목도 아프고 어깨도 뻣뻣하고 눈도 침침해지고..그래 이것은 내 할 일이 아닌거야라는 깨달음으로 수틀을 내려놓는 순간 십자수실은 애물단지가 되었다. 버리기도 아깝고 딱히 쓸 곳도 없고..그렇게 천덕꾸러기가 된 십자수실이 최근 그 쓰임을 찾게 되었다. 바로 우정팔찌. 일명 friendship bracelets

 

 

실 꼬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 올 한 올 묶고 또 묶다 보면 이런 저런 녀석들이 나온다. 게다가 탄력이라곤 없는 십자수실들을 묶고 또 묶어 놓으면 그 결과물엔 탄력이 생긴다. 공극(?!)의 미학이라고나 할까?

 

단순해진 마음과 정신으로 십자수를 꼬아 만든 녀석들을 팔목에 두르고 나가면 예쁘다고 아우성쳐주는 이들이 있어 순간 우쭐해진 마음에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풀어주다 보니 상당히 많이 실을 꼬았건만 남은 것은 적다. 립서비스(대체로 그러하다고 생각한다)에 마음이 우쭐해지는 됨됨이를 가졌으니 감내할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내게 립서비스를 날려주는 이들 중엔 나의 가내수공예품을 진심으로 좋아해 준다는 느낌을 주는 이들이 있다. 그러기에 기쁜 마음으로 '가져'를 외치는 객기(?!)가 버려지지 않을 듯하다.

 

 

처음에는 기본형의 우정팔찌로 시작했다. 기본 품성이 섬세하지 못한지라 결과물도 섬세하지 못한 구석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가르쳐 준 네 줄 기본형에서 넘어서 여덟줄에도 도전해보았더랬다. 섬세하지 못함은 결코 나를 좌절시킬 수 없다. 

 

 

기본형의 여덟줄 응용을 마치고 오른쪽 왼쪽 방향을 틀어가는 형태에도 도전해 보고 이래 저래 꼬아 봄으로써 팔찌 용도에 더해 머리끈 용도 등으로 만들기도 하고 나니 실 꼬는데 점점 더 재미가 붙어간다.

 

 

균등한 매듭이 생기도록 힘 조절을 해 가면서 해야 하건만, 얼렁뚱땅하는 성격대로 하다 보니 조금은 조악스럽게 만들어졌으나 그런들 어떠하리 이런들 어떠하리.

 

 

위의 녀석은 인터넷에서 모양새를 보고 마음에 들었으나, 엮는 법을 찾지 못해 그 동안 꼬아 본 경험을 바탕으로 그냥 눈짐작으로 꼬아 본 녀석 중의 하나인데 썩 마음에 든다. 그래서 좀 더 생동감있다 생각되는 색의 실들로 조금 더 얇게 하나 더 꼬았다. 노란색 셔츠를 입고 나갈 때 팔목에 두르면 자기만족감이 충천할 것 같다.

 

 

욕심을 더 내서 복잡한 문양에 도전해 보았는데 실 길이 가늠과 색 선택에 실패했다. 거기다 실이 부족해서 도마뱀의 머리, 몸통, 발 색깔이 알록달록하기조차한 도마뱀 우정 팔찌. 더 나아가 도마뱀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는 점. 뼈 아프게 사무치는 녀석이다. 잘 보이지 않는 도마뱀 두 마리가 박힌 녀석이지만 책갈피로 사용하고 있다. 대략 만족스럽다.

 

 

블로그로 자랑질하고 싶은 녀석들이 몇몇 있지만 휴대전화에 사진 한 장 저장 못했는데 이미 다른 이들의 소유가 되어버린 것들이 있다. 

그 아쉬움을 삭히고 기본형으로 간단하게 꼬았으나 마음에 썩 드는 두 녀석을 소개하며 이 포스팅을 마무리하련다. 아래 오른쪽 사진의 녀석은 사실 머리띠하려고 꼬았으나 실 길이 가늠에 실패하고 팔찌로 사용하게 된 녀석이다. 녀석의 운명은 그런 거였던 것이다.

 

 

 

 홍보배너링크

 

 

                             

'가내수공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숄더백 만들기  (0) 2013.09.11
우정팔찌 friendship bracelets  (0) 2013.08.30
감자스프  (0) 2013.04.15
약식  (0) 2013.01.12
천가방 만들기  (0) 2011.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