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밀린 잠을 자고 일어나니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주말이 마음이 아파왔다.
늘상 피곤함과 게음름으로 생각만 하고 있던 일들을 해봐야겠다는 결심으로 약식 만들기에 도전했다.

느긋하게 찹쌀을 씻어서 푹 불으라고 물에 담궈두고 밤과 대추 손질에 나섰다. 밤을 까는 일도 손끝을 혹사시켰지만 냉동고에 얼어있던 대추를 살만 발라내는 일 또한 만만치 않았다. 밤 손질 하는 동안 말랑해질 거라 생각했는데 lg냉장고 냉동력이 좋은 것인지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밤과 대추로 피곤했던 손끝을 젖은 면보에 잣을 놓고 토닥이며 쉬게 하고 나서 찜통에 찹쌀을 넣고 찌기 시작했다. 평일 점심 회사 근처 식당에서 내놓는 찐밥은 맛이 없었다, 그런데 찐밥이 꼭 그렇게 맛없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찌면서 소금물을 뿌리며 맛본 찹쌀밥이 꼬득꼬득한 것이 입에 착착 들러붙었다.

밥이 쪄지는 동안 대추고를 만들었다. 삶아지는 대추가 뿜어내는 향이 달콤하고 따뜻했다. 삶은 대추를 체에 거르고 그 진액을 바특하게 조리는데 뜨거운 진액이 자꾸 튀어 손이 수난을 겪었지만 코만큼은 진한 대추향으로 호사를 누렸다.

얼추 이래저래 재료를 준비하고 나니 집에 흑설탕이 없어 흑설탕을 사오고나니 꿀도 없었다. 그래서 꿀은 생략하기로 했건만 참기름도 없었다. 당연히 있으리라 생각했건 것들이라 살필 생각도 안했던 지라 적잖이 당황스러웠지만 다시 사러나가긴 싫고 해서 참기름대신 들기름을 들이 부었다. 들기름을 붓고 있자니 밥에 기름을 두르고 몇가지 양념 더 집어넣고 비벼먹으면 맛나겠다는 생각에 침이 꿀꺽 넘어 갔다. 뭐 이런 가열찬 식탐이 밀려오는 것인지....

양념을 만들어 찐밥에 넣고 쓱쓱 섞고 다시 찜통에 찌는데 아뿔사! 찜기 밖으로 나온 면보에 불이 붙어 활활탄다. 급한 마음에 볼에 바람을 넣고 한 번 불다가 어처구니가 없어졌다. 젖은 극세사 수건으로 불은 빨리 진압했으나 참 가지가지한다 싶어져 너털 웃음이 났다.

다 쪄진 약식을 스테인레스 그릇에 넣고 수건으로 돌돌 싸서 전기장판위에 두고 이불을 덮어 놨다. 원래 전통약식은 아랫목에 묻어 두고 놋그릇 같은 그릇에 담아 먹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대추고가 하이라이트이고.

소소한 좌충우돌이 있었지만 그럭저럭 먹을만한 약식이 만들어졌다. 다만 슈퍼에서 구입한 계피가루 냄새가 좀 거슬린다. 다음엔 집에서 계피를 바스러뜨려 직접 가루를 만들어 써야할 것 같다. 그리고 꿀도 잊지 말아서 윤기가 반들반들하게 돌게 해야 겠다. 못마땅한 계피가루 향이 폴폴 나지만 전기장판 위에 약식은 만든지 몇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온기가 남아 있고 식구들이 맛나게 시식하는 것을 보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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