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일본 영화를 봤다. 

이 영화는 공기인형, 아무도 모른다 등의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또 다른 영화이다.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보다 보니 유레루를 기획하기도 했다. 저력있는 감독인 듯..

걸어도 걸어도는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은 영화이다. 하지만 개인적 소감으론 '그다지' 이다.

제목이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영화를 보다보니 '걸어도 걸어도'는 단지 어머니가 좋다는 유행가 제목?!

어머니, 이 영화에서 아베 히로시의 어머니는 분 상당히 무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걸어도 걸어도 라는 노래는 남편의 외도와 관련이 있었다. 남편...외도는 왜 해서리..쯧쯧
그리고 아이 딸린 과부이면서 총각인 아들과 재혼한 며느리 나츠카와 유이에게 기모노를 살가운 척 챙겨 주면서 두 사람을 위해서 아이를 갖지 않는 것이 좋을 지도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극히 평범한 이야기를 하듯 뱉는다. 며느리가 데려온 아이에게도 나쁘게 하진 않지만 분명한 선이 그어져 있었다.
저녁 목욕탕에 들어가 목욕을 하면서 사위는 말뿐인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있을 땐 그럭저럭 잘 챙겨줬다.
그리고 요시오군.....자식을 먼저 보낸 슬픔을 참척의 슬픔, 박완서 선생님도 아들을 잃은 처절한 아픔을 글로 쓰셨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일 터이나 요시오군을 그만 부르자는 아베 히로시의 말에 대한 어머니의 대답은 정말 무섭다는 생각뿐이었다. 요시오군은 큰 아들 준페이가 목숨을 잃으면서 구해 준 청년이다.
아베 히로시, 영화 속 료타의 어머니께선 철저히 혈연에 기초한 가족애가 강한 사람이었다. 내 자식 귀하면 남의 자식도 귀한 법이란 말은 이 분에겐 통하지 않을 듯

제목 이야기를 하다 어머니로 빠졌다. 다시 돌아와서...걸어도 걸어도 란 제목은 어쩌면 감독 나름의 '인생'의 정의가 아닐까 싶기도 한다. 어떤 정의인지 말로 풀기에는 조금은 어렴풋한 느낌이지만 단지 한 사람의 인생만이 아니라 대를 이어가는 인생에 대한 생각도 포함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나름의 느낌을 받았다고나 할까

료타 가족을 배웅하며 남은 두 노인, 료타의 어머니 아버지는 설에 자식들을 다시 볼 수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나누며 집으로 돌아가고, 자기 삶터로 돌아가는 자식 가족은 이번에 찾아뵈었으니 설에도 와서 부모를 번거롭게 하지 말고 다음 해에 오자는 이야기를 한다.
부모와 자식의 서로 다른 생각에 살짝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같은 대상에 대한 서로 다른 생각은 인간관계에선 갈등의 단초가 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부모마음을 모르는 자식, 자식의 생각을 모르는 부모, 가까지만 결국 먼 관계인가 싶기도 하고...그래도 가족이란 서로 서로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만난 제인 에어에게 로체스터가 네가 떠났을 때 너와 나의 심장을 잇던 끈이 툭 떨어져 나간 것 같았다고 고백한다. 연인에게만 심장과 심장을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끈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늘 가족은 마음에 걸리는 법 아닐까.

료타는 돌아가는 버스에서 어머니가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했던 스모선수의 이름을 떠올리게 되었고 늘 한 발자국씩 늦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 한 템포 느림이 마음의 울림으로 다가왔다. 한 템포 느림으로써 후에 갖게 되는 아픔과 아쉬움에 대한 생각이 썰물들어오듯 마음 속에 퍼졌다.

이 영화는 두 번에 나누어 볼 정도로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보고 나서도 그닥 감흥이 크지 않았던 영화였지만 나름의 포인트로 다가오는 것들은 있었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에서 부부로 나왔던 나츠카와 유이와 아베 히로시는 결혼 못하는 남자에서 같이 나왔었지?!! 결혼 못한 남자의 아베 히로시가 이 영화의 료타보다 훨씬 마음에 든다. 아베 히로시는 아무래도 오키나와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그 키와 생김새 ..흠...

이 영화가 그다지 감흥이 없어 감독의 최신 영화 진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을 보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갈등이 생긴다. 오다기리조가 나오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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