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아니라....당신을 보러 갔었어요....
이 한 줄이 마음을 끌어 시사회에 응모하여 당첨되어, 어지간하면 활동을 하지 않는 평일 저녁에 보러 간 영화이다.
영화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다만 마음에 먹먹함을 새겨 놓은 영화였다는 것.
이 영화가 영국식 리얼리즘 영화라고 한다. 난 그런 것은 잘 모르지만 리얼리즘이라는 해석이 없어도 영화는 꽤나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그 현실이 몸서리처지게 다가왔다.
여배우 올리비아 콜먼과 남자배우 피터 뮬란의 연기가 그만큼 좋았으니 그런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졌을 것이다. 야비하게 보였던 한나의 남편은 영화 셜록 홈즈에서 경감을 했던 배우였는데 왜 그렇게 낯설어 보이던지... 어쨌든 다양한 내공을 쌓은 배우들이 이 영화에서 적절히 내공발휘를 해 주셨다 본다.
사실 조셉을 보면 승자독식의 사회에서 영악하지도 못하고 특별나지도 못하고 배경마저도 좋지 않은 사람들의 삶은 승자들의 발아래 짓밟히는 것이 전부일지도 모르겠다는 한없이 씁쓸한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워진다.
하지만, 한나를 볼 때 승자들의 발아래 짓밟히지 않고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위치를 확보한 삶에 대해서도 회의가 살짝 든다.
돈, 지위 등 '성공적인 삶'에 요소가 되는 것들이 있느냐 없느냐 여부보다는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일 것이다. 사람 그 자체.
이 영화의 원제는 티라노사우로스다, 그 티라노사우로스는 단지 뚱뚱했다던 조셉의 아내의 몸무게에만 비견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몸서리처지는 현실의 무게 역시 티라노사우로스의 무게에 비견할 수 있을 것이다. 통제할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이는 조셉의 그 헛헛한 삶의 무게, 한나의 조용하고 깨끗하고 유복한 집이라는 벽 안에서 일어나는 참을 수 없는 현실의 무게도 티라노사우로스일 것이다.
잔혹한 현실이라는, 사람이라는 티라노사우로스, 영화에서 조셉은 신을 부인한다, 하지만 한나는 기도하며 신을 부른다. 하지만 오히려 조셉의 삶에서 신을 보게 된다. 그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만나고 싶었던 당신이 된다.
조금은 뜬금없는 감상일지 모르겠으나 한나의 남편같은 사람들 때문에 루터가 종교개혁을 해야했던 것이고, 현재 교회가 더 이상 교회로서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작금의 한국 기독교가 개독이라 불리는 것도 한나 남편 같은 부류들이 차고 넘쳐나기 때문이리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믿을라면 제대로 믿어야 한다는 반성 내지 각성의 시간?을 가졌다.
사람들 사는 세상의 불행, 분노, 폭력, 불평등, 고통, 가난...이런 것들의 존재는 참 아프다. 성악설에 근거하면 근본적으로 악한 사람들이 살아가면 만들어 가는 세상에 아프게 하는 것들이 존재하는 것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면서 사람으로 상처받고 아파도 사람에 의해 치유받고 위로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마음에 담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마음의 바닥에 가라앉혀 놓았던 인생에 대한 생각들이 떠올라 마음을 흔들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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