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들어 극장에서 본 영화 1호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 1화를 보고  이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작이 궁금하다는 이유로.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니 원작이 궁금하면 책을 봐야 하는 것이구나 싶을 뿐.

몇 년 전 한 인터넷 서점에서 사은품으로 초한지를 한권 받았는데 2권이었다. 그때 1권을 받았다면 아마 원작이 궁금하다며 영화 초한지를 볼 생각은 하지 않았을 듯.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는 1화 이후로 보지 않고 있다. 그닥 끌리지 않으므로

초한지, 포스터 내려받으러  초한지를 치고 클릭하여 들어갔더니 이 영화 영어 제목이 White Vengeance란다. 하얀 복수, 하얀 앙갚음? 범증의 마지막 수를 의미하는 것? 영어

영화를 보고 나니 패자 혹은 시대의 영웅호걸이라 불리는 유방, 항우 보다 몇 수 위가 범증이다. 장량도 한가닥하기는 했으나 범증에는 미치지 못하는듯. 아무리 장량이 범증의 지팡이를 짚고 범증처럼 흰머리를 풀어제쳐 바람에 날리운 들 그의 내공은 부족하고 범증이 될 수 없다. 영화 풍운에서 망토 두른다고 보경운의 포스를 낼 수 없고, 머리만 기른다고 섭풍의 아우라를 낼 수 없었던 것과 같이다. 영화 풍운을 보고 열내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마영성의 만화를 저따우로 망치다니 하면서. 부질없는 분노였지.

영웅호걸 위에 있는 이가 한 명 더 있었으니 그는, 그녀는 바로 우희.
연약하여 보호받아야 할 듯 보이지만 우희 역시 한 강단하는 인물이지 싶다. 항우에게도 유방에게도 그녀는 강력한 존재였다. 어찌되었던 그녀의 강단있음으로 인해, 우희가 있음으로 인해 항우는 초라하지도 않을 수 있었고, 그 끝이 슬프지만도 않았지 싶다. 패자가 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행복한 사나이?!

같이 영화를 본 동행인께서 유역비가 예쁘지 않다 하셨다. 내가 보기엔 괜찮았는데, 담백하면서 수수한 미인으로 보이는데...어쨌든 보기에 따라 예뻐보이지 않는다면 평범한 외모의 여인들에겐 희망찬 일이지 않겠는가? 별로 예쁘지 않아도 미남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니 말이다. 영화 속 항우는 훈남이었다며.


그런데 그 훈남 항우, 용맹함과 최고의 책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최후의 패자가 되지 못했다. 아무리 좋은 것을 가지고 있다 한들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면 말짱 꽝이라는 것을 온 몸으로 가르쳐 주고 가신 것이지.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 것이고, 장구탓하는 것은 선무당이라는 것을 가슴 깊이 새기며 불만과 원망을 내려놓음이 좋지 아니한가 라며 항우 캐릭터가 말을 걸어오는 것도 같다.

어쩼든 영화 속 항우님, 바람직한 비주얼로 스크린 가득채워 주시니 유역비와 함께 안구정화 역할, 잘 감당해 주었다.


허나 저 치렁치렁한 옷 입고 전쟁나가시고 칼부림하시니 영화 내내 거추장스러움이....
초한지가 중국 이야기이고 중국 사람들이 만든 영화니 중국스러운 것이 당연하지만, 이 영화 정말 중국스럽다. 특히나 규모 자랑하는 중국스러움은 참으로 거슬린다. 그 스케일에서 나오는 것은 조금 과장하면 '썩소'뿐이랄까. 반지의 제왕에서 나왔던 CG군대 스케일에서 느껴지는 그 꽉찬 위압감이나 긴장감 같은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저 구성없는 거대함만 있을 뿐이다.

항우의 라이벌, 유방, 유비가 자랑해 마지 않았던 조상 유방, 그런데 별 거 없다, 이 영화를 보면 그는 모든 것을 얻은 듯 했지만 아무 것도 갖지 못한 사람이다. 번쾌의 캐릭터가 불편했지만 패자가 된 유방을 향한 그의 절규에 대해선 어느 정도 동감할 수 있었다. 번쾌를 이해하면서 '자리'가 만드는 사람됨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전은 이래서 보는 가 보다, 영화가 그닥 좋지는 않았지만 이런 저런 생각을 던져 주니 말이다.

영화 초한지가 원작 초한지에 어느 정도 충실한지 잘 모르겠지만 추측컨대 원작과 많이 친할 것 같지 않다. 우희와 항우의 러브스토리 비중도 꽤 되기도 하고 말이다. 초한지가 로맨스 위주로 돌아가진 않을터이니.
 
그런데 여명 오라버니 나오신다 하여 이제나 저제나 기다렸는데 영화가 끝나도 안보이길래 여명은 특별출연이었냐며 언제 등장했냐 동행인에게 물어봤더니 유방이 여명이란다. 헉!!!!!


어딜봐서 여명?! 세월과 살이 이렇게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인가?!! 상당 쇼크였다.
그러지 않아도 나이 앞자리가 바뀐 충격 파고가 너무 높아 어질어질한데 우쭈쭈 훅 가신 여명을 보고 나니 마음에 비바람까지 치는 것 같았다. 청순하고 어여쁘셨던 여명 오라버니는 이제 가고 없고 나 또한 늙어늙어가니 가는 세월을 뉘라서 붙잡으랴

초한지는 적벽대전에 비해선 많이 떨어지는 감이 있지만 그럭저럭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며 봤다. 아직 보시지 않은 분들에겐 과히 기대치 말고 보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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