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조나단 데이톤, 발레리 페리스

이름을 아는 감독이 몇 안되기도 하지만 이 영화의 감독들은 더 낯설다
감독이야 어찌되었든 간에 이 영화는 미국 영화에도 이런 영화가 있었나 싶은 영화였다
사실 미국 영화 중에 이런 류의 영화가 꽤 있지만 몰랐을 수도 있겠다
이 영화는 나의 주관적인 이미지 기준에 의하면 유럽 영화를 본 느낌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포스터, 노란색이 이 영화를 보고 난 다음의 발랄하고 따뜻한 느낌을 담고 있는 것만 같다,

You are my sunshine, my only sunshine, you make me happy ♬♬
이 노래는 이 영화와 전혀 상관없다. 그냥 생각났을 뿐이다.

영화 속 가족을 보고 있노라면 드웨인이 왜 입을 다물고 있는지 그리고 퇴원하고 이 집에 신세지러 온 삼촌에게 내민 쪽지들이 왜 나왔는지 절절히 동감된다, 아래 그림이 드웨인이 삼촌 프랭크가 왔을 때 전해 준 쪽지들이다,



몇 분 지켜보지 않아도 드웨인과 올리브가 점지된 가정은 일반적으로 그려지는 정상적이고 화목한, 또 다복한 가정은 아니다. 오히려 숨막히고 지긋지긋하다. 드웨인이 침묵이 이해된다.



위 포스터 속에 나란히 앉아 있는 사람들이 이 영화에 출연하는 후버 가족의 구성원들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Everybody pretend to be normal 이라는 문장이 절절히 이해될 것이라 장담한다. 물론 각자의 방식으로 이해되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정상'이란 말에 딴지를 걸고 싶어진다. '정상'의 기준은? 
다들 다른 개개인이 살아가는 지구 상에서 나 외에 다른 사람이 '정상'이라고 느껴지지 않았던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가봐도 이상한 사람에 대해 느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이웃, 직장 동료 등등에 대해서 우린 자신의 잣대로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상대방은 우리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세상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보이는 모습이 '정상'에 정의에 가장 가까울 것 같다. 다른 말로 하면 대세를 따르는 것, 그것이 정상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정상을 정의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을 것이다. 애시당초 인간들에겐 '절대적'이란 것은 없다. 오히려 절대적이란 것을 내세우면서 사는 것이 산다는 것을 더 경직시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드웨인이 침묵을 깨고 격렬하게 'Fuck'을 외치는 장면이 있다. 그러면서 속사포처럼 내뱉는 이 가족 구성원들의 상태를 듣고 있자면 정말 fuck이다. 특히나 할아버지의 모습은 우리 문화에선 정말 기절초풍할 노인네의 그것이다. 말말이 하는 욕도 모자라 아직 십대의 손자에게 여자들과 많이 자보라고 권하질 않나 아직 일곱살 짜리 손녀의 장기자랑용으로 B급 이하의 퇴폐적인 춤을 가르친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 밉지 않다. 며느리의 분노와 상관없이 아들을 위로하기도 하고, 손자에게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충고를 할 때 올리브가 듣지 못하도록 신경도 쓰고 있다. 착실히 아버지, 할아버지 노릇을 나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이 가족은 서로 사랑한다. 지옥같이 지긋지긋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사슴처럼 기대고 살고 있기도 하다. 특히나 막내 올리브에 대한 사랑은 모두에게 공통적이다.



세상 모두가 등돌릴지라도 이 요지경 가족은 서로에게 가장 큰 지지자이며 버팀목이다. 그리고 같이 견뎌준다. 그래서 이들에게 고상, 우아, 교양, 부유 등등 세상이 높이 평가해 주는 요소들이 결핍되었을지라도 위로와 희망을 느낀다. 
게이에다 자살미수로 손가락질 받기에 충분하지만, 뜻하지 않게 꿈을 접어야 하는 조카를 향한 프랭크 식의 격려는 따뜻했다. 드웨인이 미소지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사람들이 결혼해서 애를 갖고 가족을 만들려는 이유는 다 이래서 인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든 살아갈 힘이 되어 주기 때문에,

후버 가족은 매일 얼굴을 맞대고 있노라면 고성이 오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고 머릿속이 시끌시끌할 것 같은 인물들이지만 그 누구도 미워할 수 없었다.


이 가족의 깜찍이 올리브, 약간 튀어나온 배에 앞니는 살짝 벌어지고 어린 나이에 어글리 베티를 연상시키는 안경을 끼고 있다. 이 아이의 패션센스는 촌스럽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보통 사람들의 보통 아이 모습일 것이다. 미스 리틀 션샤인에 출전한 예쁘지만 그저 어른들을 복사해 놓은 듯한데다가, 소위 '엄친딸' 정도 될 것 같은 아이들보다 올리브의 모습이 더 사랑스럽고 정감가는 것은 평범한 우리의 모습이 보여서라고 하면 오버일까?
어찌되었든 평범한 외양을 갖고 평범한 능력을 갖고 있더라도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사람으로서 존중받고 사랑받으면서 마음이 건강하여 '정상'의 범주에 들어가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라면, 그 작은 태양빛들이 곳곳에서 놓치는 곳 없이 구석구석 빛을 비추어 주어 좀 더 환하고 따뜻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이 영화,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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