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이웃 중국과 일본. 우리는 이들과 공유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그래서 익숙한 듯 하지만 낯설기 그지 없을 때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겐지 이야기 : 천년의 수수께끼, 이 영화도 살짝 당황스러웠다. 그런데 동서고금에서 있을 수도 있는 이야기인데 필요없는 여과지를 들고 있어서 당황스럽게 느꼈을 수도 있겠다 싶다. 그것이 아니면 일본드라마를 꽤 보다 보니 일본에 익숙해져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영화에 대한 네티즌 평가를 보니 나쁘지 않다. 나만 재미없었나? 익히 들어본 겐지 이야기, 큰 줄거리는 궁정에서 태어나 여인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어떤 남성의 이야기라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것 외에 좀더 구체적으로 겐지 이야기에 대한 상식이 있어야 했던 것일까?  그랬다면 좀 재미있었을까?

 

 

영화는 이중구조를 갖고 있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진행된다. 영화 속에서 겐지 이야기는 나카타니 미키의 창작물이다. 그녀는 붓 하나로 천황을 비롯한 놈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놀라운 능력을 보인다.

나카타니 미의 붓끝에서 나오는 겐지이야기의 히카루와 그에게 집착하는 타나카 레나의 모습은 나카타니와 히가시야마 노리유키임을 알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영화의 겐지이야기가 원작과 어느 정도의 차이를 갖고 있는지가 살짝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러나 영화가 전체적으로 느리고 밋밋하게 진행되는데 러닝타임도 평균보다 길어 지루했다. 그 지루함에 미미한 호기심 따위는 기를 펼 수 없다.

 

 

 

일본의 옛 복식은 보면 볼수록 불편해 보인다. 온 바닥을 쓸고 다니는 길이도 그렇고 이리 저리 보면 볼수록 아름다움을 생각하기 보다 그 기능성에 대한 의문만 새록새록 커진다.

하지만 정신없이 돌아가는 디지털 세상에서 아날로그적일 뿐 아니라 정적인 풍경을 담고 있는 화면을 한동안 바라보는 것은 나쁘지 않았다,이야기의 재미와는 별도로.

 

따사로운 밝은 볕아래 화사하게 피어있는 꽃과 함께 하는 옛스러움도 나쁘지 않지만 검푸른 밤을 희미하게 밝히고 있는 등불이 주는 정취는 소란스런 마음을 가라앉혀 주기에 충분하다. 

 

나카타니 미키와 히가시야마 노리유키의 현실엔 세이메이가 있다. 음양사 세이메이, 그의 신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음양사 세이메이는 일본의 옛문화에서 '핫아이템'인 것 같다. 만화와 영화를 통해서 만난 세이메이는 흥미있는 캐릭터이긴 하다. 이제 절판된 13권짜리 만화로 처음 아베노 세이메이를 만났다. 온통 세상이 귀신천지이긴 했지만 세이메이에 매료되어 노무라 만사이가 출연한 영화 음양사를 일부러 찾아보기도 했었다.

 

세이메이는 이 영화에서도 현실과 이야기를 넘나들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화를 보면서 세이메이 역의 배우가 누구인지 유심히 들여다 봤는데 끝까지 몰랐다. 그런데 영화 출연진을 보니 쿠보즈카 요스케가 있다. 당최 본 기억이 없는데 그가 세이메이였었나?

 

특별한 재미는 없지만 LTE세상에서 만날 수 있는 기술이 없던 그 시절이 빚어내는 아련한 애석함과 출생의 비밀 등을 깨알같이 갖고 있는 영화이긴 하다.

 

 


겐지 이야기 : 천년의 수수께끼

The Tale of Genji: A One-thousand-year mystery 
7.4
감독
츠루하시 야스오
출연
이쿠타 토마, 나카타니 미키, 쿠보즈카 요스케, 히가시야마 노리유키, 마키 요코
정보
시대극, 로맨스/멜로, 판타지 | 일본 | 136 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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