띄엄 띄엄 본 영화 두 편이 있다. 컬러풀과 퍼머넌트 노바라. 두 편 모두 일본 영화이고 잘 알려져 있듯이 컬러풀은 만화영화이다.

 

 

두 편은 서로 관련이 없는 영화이다. 그런데 한 분류에 넣어도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많은 영화가 뭉뚱그려 말하자면 삶에 대한 태도가 주제가 될 수 있겠지만, 이 두 편의 영화가 유독 머릿속에서 '삶에 대한 태도'로 묶여진다.

 

컬러풀에 등장하는 중학생의 삶은 난감하고 꼬여 보인다. 그러나 소통을 통해서 초나선이 풀리듯 꼬임이 풀어지고 6개월의 유예기간이 끝나고도 삶은 이어진다.

 

고바야시 마코토는 소박하지만 일상적인 관계를 통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거창한 꿈이나 목표는 없다. 함께 하고 싶은 친구가 있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삶은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퍼머넌트 노바라에서 산다는 것은 그저 남루하고 너덜너덜해 보인다. 그 와중에 나오코만이 그래도 멀쩡해 보였는데 사실 그녀가 가장 유약한 존재였다. 나오코의 주변 인물들은 그들의 별볼일 없는 인생때문에라도 그녀의 놓을 수 없는 기억을 현실인양 지켜 주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들은 나오코보다 강하다. 민초라는 말을 그들에게 써도 될 것 같다.

 

사람은 다른 이들과 함께 하면서 살아갈 힘을 얻기도 하고, 내세울 것 없어 보이는 사람들과 관계 속에서 살아 있을 수도 있지만 그들과 함께 하는 변변치 못한 그 일상의 반복 때문에 산다는 것의 의미를 점점 지워져 가는 것도 같다.

 

두 편 모두, 그 영화들이 재미있냐고 볼만하냐고 물어본다면 재미있고 볼만하다며 한번 봐 보라고는 말 못할 것 같다.

 

두 편의 영화를 되새김질하다 보니 몇 편의 일본 영화들이 떠오른다. 아오이 유우의 편지, 이 가슴 가득한 사랑을, 환생, 천국의 책방, 지금 만나러 갑니다 그리고 우리 영화 천국의 우편 배달부.

천국의 우편 배달부는 한국 사람이 나오고 한국 사람이 감독이긴 하지만 그 정서는 다분히 일본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나열한 영화들은 죽음과 사랑을 이야기한다, 아주 일본스럽게. 절대적인 무엇이 있지 않는 한 인간은 생이 불안할 수 밖에 없다. 일본은 상당히 영적인 나라라 생각한다. 음양사를 비롯한 숱한 귀신 씨나락 까먹는 이야기들, 만화 속에 무수히 등장하는 영감 등등. 그리고 八百万の神(수많은 신들)라는 표현이 관용어처럼 존재할 만큼 신들이 많은 나라다. 그래서 오히려 생이 더 상대적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된다. 

 

천국의 책방은 다케우치 유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괜찮은 영화일 수도 있겠다. 천국의 책방은 인간의 정해진 수명인 100년을 채우지 못해 마련된 하늘의 공간이다. 컬러풀과 가장 어울릴 만한 내용일 것도 같다. 백년의 수명을 채우며 인간사를 겪으며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천국의 책방. 흠...

 

위의 영화들 중에서 환생은 재미있었다, 다케우치 유코가 출연한 영화이지만. 환생 이외에 컬러풀과 퍼머넌트 노바라를 포함한 여기에 나열했던 영화들 모두 그저 그랬지만 생의 의미, 죽음, 사랑은 우리가 사는 동안 져버릴 수 없는 화두를 담아내고 있다. 

 

우리 드라마는 잘 모르겠는데 일본과 대만 드라마에선 유독 행복이라는 말이 많은 것 같다, 시아와세, 싱푸. 사람들은 그저 행복하고 싶다. 그 행복은 무엇이라 정의되는 것일까? 

삶의 의미를 토대로 행복이 정의될 수 있고 그 토대와 정의를 통해서 죽음 또한 그 모습이 결정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마이크 리 감독의 세상의 모든 계절 (Another year)과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히어애프터(hereafter) 도 삶과 죽음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컬러풀 (2012)

Colorful 
8
감독
하라 케이이치
출연
토미자와 카자토, 미야자키 아오이, 미나미 아키나, 아소 쿠미코, 타카하시 카츠미
정보
애니메이션, 드라마, 판타지 | 일본 | 126 분 | 2012-05-10
글쓴이 평점  

 


퍼머넌트 노바라 (2010)

Permanent Nobara 
8.1
감독
요시다 다이하치
출연
칸노 미호, 코이케 에이코, 이케와키 치즈루, 우자키 류도, 나츠키 마리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일본 | 100 분 | 2010-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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