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글을 쓰기 전에 구글에서 관림 이미지를 찾아 봤습니다. 놀랐습니다. 40분이면 돌아볼 곳에서 1시간도 더 넘게 돌아다녔건만 구글 이미지 속에 있는 관림은 너무나 낯설었습니다. 무엇을 보고 온 것일까요?

 

관림은 중국 하남성 낙양에 있는 관우의 묘입니다. 더 구체적으로는 손권이 보낸 관우의 수급을 조조가 묻어 준 곳이 관림입니다.

 

중국 내에서 관우는 재물과 무예의 신으로 숭상받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도 관우 사당있다고 들었습니다. 중국이야 그렇다고 치고 우리나라에 관우의 사당이 왜 있는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관림은 백마사와 더불어 낙양의 핫스팟입니다. 아래 약도를 보면 북서쪽에 공항이 있고 북동쪽에 백마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공항과 백마사 사이에 기차역이 있군요. 백마사 밑에 소림사도 보입니다. 남쪽에 관림이 보입니다. 관림 동쪽에 용문이라는 글자가 보입니다. 저 부근에 낙양용문역이 있을 것 같습니다. 낙양용문역은 신역사인 것 같습니다. 중국의 초고속기차인 동차를 위해 만든 기차역인 것 같습니다. 낙양에 동차를 타고 갔고 낙양용문역에서 내렸습니다. 그리고 낙양을 떠날 때는 백마사 서쪽에 있는 기차역에서 기차를 탔습니다.

 

 

관우가 중국인들의 사랑을 받기는 하지만, 행정부의 사랑은 많이 못받는 것인지 관림 부근이 잘 정비되어 있다거나 하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관림 앞에 있는 가게 주인이 향을 사가라고 친절하게 호객행위를 하더군요. 그래서 최대한 상냥히 웃으면 거절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래 사진은 구글 이미지에서 업어온 관림 정문의 모습입니다. 40도를 웃도는 엄청난 햇살 아래서 입구까지 걸어가는 것은 고문 그 자체였습니다. 여름 하남성은 절대 방문할 곳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관림은 1596년에 건설되었습니다. 중국 건축의 전통적인 스타일이 잘 구현된 곳이라고 합니다. 명대에 지었지만 청대에서도 계속 확장했습니다. 관우는 유학자, 불교인, 도교인 모두에게 존경받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합니다. 여러 왕조의 황제들도 관우를 전쟁의 신으로 숭상함으로써 관우의 묘는 훌륭하게 유지되어 왔습니다.

 

이제부터 스크롤의 압박이 시작됩니다. 잘 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그 엄청난 무더위에 헤롱거리면서 찍은 사진이라 가급적 많이 많이 올리고 싶은 욕심을 해소해 보려 합니다.

 

 

그 왕성한 더위 속에 저렇게 활활 타는 불을 지피며 금색종이를 태우고 있습니다. 향을 피우고 금색 종이, 적색 종이를 태우는 것이 그들에겐 기원을 담은 중요한 의식인 듯 합니다.

 

 

관우의 상을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금빛 낯을 한 거대한 관우, 그리고 네 명이 두 명씩 양옆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10년도 전에 읽은 삼국지는 제목과 몇몇 인명 외에는 도통 떠오를 기미가 없어 그저 눈 앞에 있는 것을 훑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인물들 옆에 노란 점박이가 있는 기둥들은 쉬지않고 돌고 있었습니다. 노란 점들은 자세히 보면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추측컨대 관우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관림에서는 크고 작은 관우의 상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일본이 엄청난 수의 신들이 있는 나라라고 합니다. 그런 일본에 중국이 신의 수에선 밀릴지 모르지만 신들에 대한 신심의 정도는 뒤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마다 화려한 부조들이 있습니다. 관림이란 곳이 공들여 지은 곳임을 추측해 볼 수 있었습니다. 청룡언월도라 짐작되는 창 한자루가 떡하니 버티고 서있기도 합니다. 청룡언월도의 창날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며 과거에 화려함을 엿볼 수 있는 단청들도 보입니다.

 

 

세월이 느껴지는 건축물들입니다. 여름 태양아래 조용히 서있는 건물들이 눈과 마음을 청량하게 해 주는 것 같습니다. 낯선 것들을 보는 즐거움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건물의 유래를 비롯하여 간략한 설명이 있는 팻말들이 있었지만 난생 처음 겪는 엄청난 더위에 읽는다는 행위는 엄두를 낼 수 없어 생략하고 돌아다녔더니 그저 추측과 상상만이 난무한 관람이었습니다. 그 추측과 상상으로 짐작컨대 갈색빛 얼굴에 검정 수염의 아래 사진의 중심 인물들은 필시 장비일 것입니다. 아니면 ..... 어쩔 수 없죠.

 

 

생김새와 화려한 원색의 옷차림부터 관림에 있는 인물상들이 중국의 것임은 분명하나, 관림의 종교적 색채는 모호해 보였습니다.

 

아래 나무는 유비, 관우, 장비의 도원결의의 그 나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설명을 잘못읽은 것 같습니다.

 

 

관림 깊숙이 들어가야 관우의 묘가 있습니다. 관우묘 앞에 팔각정자가 보입니다. 그 앞에 작게 향로도 보입니다. 근방의 나무 그늘 아래 의자에 앉아 관우의 묘를 관망했습니다.

 

 

나무 그늘 아래서 원기를 회복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벽돌을 쌓아올린 중국의 전통 건축물들이 전해주는 이국의 정취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세월때문에 잿빛과 검정빛이 섞여 있는 건물들 사이에 빨간색 기둥과 문이 시선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문 위에 얹힌 기와를 올려보는 재미는 한옥에서 만큼은 없었습니다.

 

 

현대에 들어 관림에 건물들과 구조물을 지은 것 같습니다. 조금 뜬금없어 보이는 풍경들이 조금씩 보였습니다. 거대한 가짜 암석도 그렇고 그 앞에 있는 가짜티가 확연한 연꽃. 신구의 대비를 즐기기엔 균형이 무너져 있는 듯한 풍경을 만들고 있는 이곳에서도 잠시 쉬었습니다. 물이 있어 시원한 기운이 조금 있었거든요.

 

 

일본의 신사를 떠오르게 하는 풍경이 관림묘에도 있었습니다. 기원을 적은 종이가 나무에 빼곡히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세상 어디를 가나 사람의 마음은 다 같겠거니 싶어 쉽지 않은 인생들이 짠하게 느껴졌습니다.

 

 

낙양의 핫스팟들을 둘러보고 좀더 시간을 내서 낙양박물관에 들려보는 것도 괜찮은 일정이 될 것 같습니다. 특히 중국어가 가능하고 중국 역사에 어느 정도 지식이 있다면 낙양박물관 견학은 더 의미있을 것 같습니다. 낙양박물관엔 낙양에 세워진 역대왕조들의 역사를 꽤 많은 유물들을 통해 보여 주고 있습니다. 여자들의 머리새와 화장형태까지 걸어둘 정도로 세밀한 부분도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