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와 드라마를 끊은지 2년을 향해 가던 중이었는데 드라마를 향한 결계가 끊어지고야 말았다. 아.뿔.사.

 

사극-phil인 내게 '야경꾼 일지'라는 다섯글자는 '호기심자극'으로 이어졌고 결국에 야경꾼일지 다시보기에 매진하게 되었다. 그래도 '아싸!' 이 드라마, 귀신씨나락 까먹는 이야기다. 흥미불끈이로다.

 

살아있는 사람이 '귀물'을 본다, 그리고 그 귀물들때문에 정신사나워 한다........어디서 봤더라 이런 컨셉을...............?

오호라, 아랑사또전!!!! 아랑사또전, 참 어여뻐하던 드라마였다. 거기서 봤다. 사람이 귀신을 보고, 귀신의 소리에 정신사나워하는 모습을.

 

아랑사또에선 사또가 귀신 아랑과 엮이지만, 아랑사또전과 달리 야경꾼 일지에선 귀신보는 사람이 귀신과 얽히는 것이 아니라, 귀신보는 사람과 귀신보는 무당이 얽힌다. 사람과 사람의 엮임이라는 것이다. 이 드라마 제목의 야경꾼은 '야경軍'으로 귀신 때려잡는 자들이란다. 그러나 사람과 귀신의 얽힘이라기보다 그 본질은 사람과 사람의 얽힘을 보여 준다.

 

본래의 줄거리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우선 하자면,

출연진들이 입는 한복들이 곱다, 특히 정일우, 해품달에서도 느꼈지만 역시 한복이 잘 어울리는 한국 남자다. 그런데 한복을 제외한 사담이나 도하의 옷, 마고 마을의 무녀들 옷 그리고 머리 모양새는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도대체 어느 나라 옷이요 머리새인지.....? 중국 무협드라마 분위기 나는 옷과 머리모양새는 제발 집어치워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다시보기로 현재 진행 중인 드라마 회차의 절반정도 보았다. 재미지기는 하나 이야기 전개에서 속도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뒤로 가면 빨라지려나?

 

어이없는 나쁜 기운탓으로 왕좌를 거머쥔 기산군이나, 다른 대군이 있는 상황도 아닌데 대군으로서 대궐밖으로 내쳐진 월광 모두 외로움이 뼈속까지 박힌 존재들이다.

그 외로움과 각자의 환경에서 양분을 얻는 여러 감정들이 삶에 대해, 사람에 대해, 상황에 대해 반응을 빚어낸다. 그 반응이 각자의 길을 내어간다.

적통이 아니어서 어려서부터 대군을 향한 미움으로 뭉쳐있던 기산군의 모습은 사극에서 흔히 나오는 '심기를 굳건히 하소서'가 왜 필요한지, 왜 곱씹고 결단해서 행동으로 실천해야 하는지를 되새기게 한다.

 

그러고 보면 야경꾼 일지는 꽤난 교훈적이면서도 인간을 생각하게 하는 드라마이다. 귀신쫓는 이야기지만 그 이면은 결국 욕망과 감정의 뒤엉킴이다.

 

용신족 사담이 내뱉는 대사들이 꽤나 귀에 박힌다. 대비를 향해 강력한 눈빛을 쏴도 귀신을 부리듯 사람인 대비를 부리지 못함을 보고 사담은 분노한다. 100년도 못사는 인간을 어찌하여 내 맘대로 할 수 없는 것인가? 왜 원하지 않는 사람에겐 힘이 미치지 못하는가? 라고 읊조리면서.

그렇다 심기를 굳건히 다지는 사람에겐 어떤 상황이 덮쳐와도 견뎌낼 수 있다는 이야기일터. 그 굳건한 심기는 온전한 결계가 되어 악귀도 범접할 수 없다.

또 딸 수련이 의금부에 하옥됨으로 부정이 평정을 잃은 영상대감에 대해 사담은 이리 말했다. 불안이 들어왔어요, 영상의 마음에, 불안이 그를 흔들것입니다....라고.

불안이 마음을 비집고 들어왔을 때 사람의 형국이 어찌되는지는 굳이 뭔가를 보고 읽고 생각하지 않아도 자신을 되돌아보면 알 수 있다.

 

결국 모든 것의 귀결은 심기를 굳건히 하는 것이다. 심기를 굳건히 하는 것은 마음을 단단히 먹는 것만은 아닐 터이다. 바르고 올곧은 마음으로 평상심을 갖는 그런 것일터이다.

 

앞으로 이야기는 어찌 진행되어 갈지 다시보기에 열을 올리게 되는데, 여기서 짚어보자면 야경꾼은 일본의 음양사와 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음양사에선 나오지 않는 사랑이야기, 야경꾼 일지에는 있다. 우리 드라마에서 사랑이야기가 빠지면 아니되지, 아암 그렇고 말고. 도하와 월광대군, 수련과 월광대군, 무석과 도하. 하지만 야경꾼 일지의 사랑이야기엔 태클을 걸지 않으려 한다. 사실 내가 걸어봤자이기도 하거니와.

 

야경꾼 일지는 일본의 귀신씨나락 까먹는 이야기보다 음침함의 무게도 덜하고 풋풋한 젊은이들, 도하, 월광, 무석을 보니 좋다. 그러고 보니 정윤호 연기가 좀 늘어 보인다. 여전히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가 보이긴 하지만 역할탓이라 보아줘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 미처 몰랐다 내가 이렇게 귀신씨나락 까먹는 이야기를 좋아하는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