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커레징 지음
조용석 옮김
한들출판사 펴냄
웃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의 얼굴이 눈에 확 들어왔다. 그래서 내게로 온 책.
난 생각보다 즉흥적인 사람일까? 블로그에 읽을 책에 대해 몇 줄 적다 보니 대체로 서점에서 어슬렁거리다 혹은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 들러 눈에 띄는 책을 구입하는 경향이 짙은 것 같다. 전략적 독서, 그것은 무엇?
메르켈이 총리가 되었을 때 마가렛 대처가 있었기에 '여성 총리'라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오진 않았지만, 물리학 박사가 총리가 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신선했다.
우리나라에서 정치권에서 힘을 쓰는 사람들을 봐도 그렇고, 연봉을 많이 받고자 하거나 취직이 쉬우려면 경상계열이나 어문계열 출신이어야 한다는 경험적 상식을 갖고 있다.
이공계 출신이 무슨 사무를 보냐던 말이 귓가에 쟁쟁하다. 사실 사무를 보는 것이 문과를 나와야만 특별히 할 수 있는 일인 것인지, 오히려 그런 믿음이 더 이해가 안간다.
독일은 이공계 출신들이 사무업무에 지원했을 때 배제되거나 차별받지 않고 오히려 선호된다고 들어온터라 그 나라 상황에 비추어 볼때 물리학 박사가 정치를 하는 것이 특별할 것 없는 일일 것이리라. 사실 독일 내 사정은 내가 알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에 내가 들은 이야기의 진위여부에 대해선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에게 이공계보다 문과가 이과보다 먹고 사는데 더 유리하다는 경험적 지식을 주는 이 나라에 사는 사람에겐 신선함 그 자체였다.
책을 다 읽은 시점에서 그리고 곧 총선과 대선을 눈 앞에 둔 시점에서 자신의 신앙을 바탕으로 분명한 정치 철학을 갖고 정치에 임하는 현직 정치인을 보노라니 참.....
분명한 논조는 타인의 평가는 차치하더라도 자신만의 철학이 있어야 나올 수 있다는 생각으로 노무현에 혹했던 때가 있었던지라 '정치 철학'을 갖고 있느냐 여부를 전부로 보진 않는다. 사실 이 나라의 정치인들도 나름대로 자기들도 갖고 있다면서 몇 마디 할 수는 있을 터이고....어쨌든 앙겔라 메르켈, 인상적이다.
메르켈은 수학영재였다고 한다. 그리고 루터교 목사였던 메르켈의 아버지는 당시 동독 체제에서 받을 수 없는 교육을 시켰다고 한다. 물론 신앙에 대한 것도 포함된다. 그녀의 교육배경을 볼 때 메르켈은 상당히 논리적인 사람일 것 같아 보인다. 뉴스를 통해 살짝 만나는 유럽을 볼 때 건전하게 나라가 굴러가고 있다고 보여지는 곳은 독일이다. 이런 상황도 메르켈의 역량이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뒷받침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메르켈 총리가 추구하는 삶의 원칙은 섬김의 삶, 겸손, 거리두기라고 한다. 이 원칙은 정치인으로서 겸손하게 국민을 섬기겠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거리두기, 이것은 정치적 문제를 냉철하게 인식하고 해결하겠다는 것이란다.
겸손하게 국민을 섬기겠다는 것, 서민코스프레나 하고 전가의 보도처럼 '서민'을 들먹이면서 99% 대한민국 국민을 캐무시하는 정치인들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현실을 더욱 강렬히 느끼게 만들어 주는 정치소신이다. 문제를 냉철하게 인식하고 해결하겠다는 당연한 이야기에 마저 감동을 느껴야 한다는 사실이 서글플 따름이다.
우리가 품고 있는 문제들을 냉철하게 인식하는 것은 정치인들만의 몫은 아니다. 그 나라 정치는 국민의 수준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인즉슨 우리 정치 수준이 후진 것은 국민의 수준이 후져서 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후진 국민에서 벗어나 제대로 인식하고 제대로 사람을 뽑아야 할 의무가 있음을 마음에 새기려 한다.
우리나라에선 기독교를 개독이라고 부른다. 그 원인에는 무늬만 기독교인 정치인들 탓도 있다. 책을 보면 메르켈은 기독민주당으로서 자신이 훌륭한 신앙인임을 보여 주어야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신앙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자 하지 않는다고 한다. 선거철이면 기독교인이라며 이 교회 저 교회 다니면서 종교를 이용하는 우리나라 정치인들과 사뭇 다르다.
책을 통해서 만난 메르켈은 신중한 사람이다. 그리고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생각도 든다. 한국에서 접하는 메르켈에 대한 정보가 일천하여 책 한권으로 이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메르켈이 추구한다는 원칙대로 냉철하게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해 가면서 나라와 민족을 진심으로 섬기는 정치인들이 국회를 차지하기를 바라는 것은 국민으로서 당연한 마음일 것이다.
책에서 그랬듯이 이 포스팅도 책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르켈 총리의 메시지로 마루리 하겠다.
하나님께서 존재하신다고 믿기 때문에, 인간은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겸손할 수밖에 없습니다. 겸손한 삶은 자아가 아니라 타자의 존재가 삶의 중심입니다. 남을 도와줄 때 느끼는 행복감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겸손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산다면 누구든지 행복하게 인생을 살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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