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아침
김영수 지음

예스 24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 책의 표지를 보고 이건 뭐? 하고 눈도장을 찍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약속시간보다 일찍 약속장소에 도착하는 날이 생겼다. 그 날 약속장소 근처의 서점에 들어가 어슬렁 거리다 매대에 올라와 있는 이 책을 보았다. 살짝 응시하는 시간을 거쳐 결국 책을 사들고 나왔다. 이 책은 그렇게 나에게 왔다.

우린 독서와 공부를 분리해서 생각한다. 공부는 공부이고 독서는 독서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곧 독서가 공부고 공부가 독서다. 이 책 속의 중국 현자들만 그런 것이 아니고 우리 옛 선현들도 공부가 독서고 독서고 공부였다. 즉 옛 사람들은 독서와 공부를 별도로 분리하지 않았는데 우리 시대에선 독서와 공부가 분리되어 버렸다. 사실 교과서를 보는 것도 '讀書'이고 독서를 통해 우린 지식을 습득하기도 하고 간접경험을 톧해서 세상을 '배우기'도 하는데 말이다. 숱한 독서법의 책을 읽기 이전에 책을 읽는다는 행위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 나는 무엇을 위해 활자를 읽고 활자를 읽는 것은 내게 어떤 의미인가도 곰곰히 씹어 보지 않으련 하는 속삭임을 들은 것 같다 이 책에게서,

기성세대들은 아이들에게 '공부해서 남 주니?'라는 말로 공부할 것을 종용해 왔다. 그런데 이 책에선 공부해서 남 줄 것을 이야기한다. 자신의 영달을 위한 공부는 잘못된 공부라고 단언한다. 저자는 이사의 출세 지상 공부라는 꼭지를 통해 자신을 이롭게 하기 위한 공부의 잘못됨을 지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책 말미에
'어느 시대가 되었건 열심히 공부해서 세상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무와 공부가 분리된 적은 없다. 지식인이 기꺼이 감당해야 할 짐이다. 그것을 모르거나 버리는 자는 독서와 공부의 본질을 제대로 모르는 자이며, 헛공부를 한 것이다'
라고 정리하고 있다. 즉 공부해서 남 주냐며 너를 위해 공부하라는 것이야 라는 식으로 아이들에게 공부할 것을 독려한 어른들은 아이들을 잘못 가르친 것이다. 물론 자기를 위해 해야 함을 전적으로 부정할 수 없지만 공부와 독서는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도 필요함을 가르쳐야 하는 것이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홍익인간이란 정말 나와 남을 위한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한 최고의 캐치프레이즈가 아닌가 하는 감탄이 나온다.

학창시절 미분과 적분, 공간도형이 내 삶에 무슨 도움이 될 것이며 카놋사의 굴욕을 안다한들 내 인생이 변하리, 허블의 법칙이 내게 무슨 득이 되리요 하며 한탄하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듯하다. 이 한탄이 공자의 공부법 중 넓게 배워서 요점으로 돌아와라 를 읽으며 떠올랐다. 크고 높은 집을 짓기 위해서는 터를 넓게 다져야 하는 이치와 같다는 저자의 정리를 보며 그다지 좋지 않은 교육 시스템 속의 지난한 학과 공부였지만 나를 키울 수 있는 하나의 자양분이 될 수 있었지 않을까 열심히 했다면 하는 생각을 했다. 더 나아가 있는 것을, 주어진 것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슬기의 결여에 대한 아쉬움을 느꼈다.

중국에서 한 가닥씩 했던 사람들의 정리된 공부법은 현재 학생이라는 신분을 갖지 않은 성인들에게도 지식과 정보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좋은 지침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서 별도로 목차를 차지하고 있진 않았으나 묵자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살짝 맛본 묵자는 그 시대에 있어서는 상당히 진취적인 사고를 했던 사람으로 보였다. 동양의 마르크스인가 싶기도 하고, 내겐 새로운 발견이었다. 읽어봐야 할 고전 목록에 묵자를 넣어 두었다.

지혜로운 독서법을 찾고 있는 분들에게 괜찮은 책이 될 것 같다. 현자들의 평생 공붑


현자들의 평생 공부법
김영수 저
선비들의 평생 공부법
김병완 저
내가 공부하는 이유
사이토 다카시 저/오근영 역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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