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포어 지음
류현 옮김
이순 펴냄

이 책은 미국 아마존에서 잘 나가고 있을 때 발견한 책이다. 교보문고 매대에서 이 책을 발견한 순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집어 계산대로 직진했었다. 원제인 Moonwalking with Einstein을 그대로 채용해 번역한 데다가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어 아마존에서 보았던 그 책임을 바로 알 수 있었기에.

이 책의 두께는 평균적인 우리나라 단행본 두께지만 얇은 내지를 사용하고 있어 분량이 상당하다, 찾아보기를 포함해 총 419쪽이나 된다. 작가와 제목만 확인하고 책을 샀던지라 집에 와 책을 들쳐보고 그 분량에 뜨악했었더랬다. 결국 구입한지 근 반년만에 읽었다. 사실 사서 바로 읽는 책이 오히려 드문 것 같다. 일단 사두고 어느 정도 묵힌 다음 읽는 경향이 다분한 듯. 장도 아닌건만.

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제목만으론 그 내용을 짐작하기 어렵다. 마이클 잭슨의 옷, 기장이 조금 짧은 듯한 바지 아래로 흰 양말을 신고 그 현란한 문워킹을 하는 아인슈타인...재미있는 상상이지만 영문을 알 수 없다. 그래서 친절하게 제목 밑에 '부제'를 실어 놓았다. 보통 두뇌로 기억력 천재 되기 1년 프로젝트. 솔깃하다. '보통'의 두뇌로 기억력 '천재'되기...얄팍한 마음이 종잇장 흔들리듯 흔들거리다 유혹당하고 만다. 장단기 기억력이 떡인지라.

'보통 두뇌로 기억력 천재 되기 1년 프로젝트'
이 한줄이 기억력에 관한 책이라는 힌트를 주지만, 그래서 왜 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 해야 하는 건데? 라는 질문이 툭!! 그걸 알고 싶으면 날 읽어내봐 라며 이 눔의 책이 응전해 왔다고나 할까

책은 지력 선수, 메모리 챔피언십 같은 이건 뭥미? 라는 것들로 시작해서 이 이야기로 끝을 낸다. 왜? 작가는 지력 선수들이 기억력으로 경쟁을 하는 메모리 챔피언십 취재를 갔다가 자신이 지력 선수가 되어 메모리 챔피언십에 참가하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을 이 책에 담고 있다.

지력 선수라는 말은 참 낯설다 하지만 메모리 챔피언십이란 것은 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 그 경기로 추정되는 장면들을 몇 번 봤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찌 되었던 지력 선수들은 누가누가 더 짧은 시간에 기억을 잘 하는가를 겨룬다. 이를 위해서 그들은 '기억술'을 연마한다.


이 책의 저자가 연마하는 기억술은 그리스의 시모니데스로부터 비롯된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이 기억술은 공감각을 활용한 기억술로 우리 머릿 속에 기억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에 우리가 본 기억들을 넣어 두는 것이다. 그리고 기억들을 심기 위해서 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과 같은 류의 이미지가 필요한 것이다.
사람은 대체로 무작위적인 것들은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연관성이 있거나 이미지가 뚜렷한 것들은 잘 기억한다. 최근 시작된 드라마 옥탑방 세자에 등장하는 그 누구처럼 한 번 본 것은 그게 무엇이든 기억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사람은 제록스가 아니다. 그래서 무작위적인 것들을 기억의 창고에 두려면 의미를 부여해야 한다. 그 의미부여가 아인슈타인과 문워킹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고로 많은 것을 기억하기 위해선 창의력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려면 당연하다. 즉 창의력이란 많이 보고 들음으로써 얻어질 수 있는 것이며, 결국 기억력이란 것은 창의력과 무관하지 않고, 오히려 그 둘은 맞물려 있다는 것이렷다. 숫자를 기억하는 것도 비슷하다. 각 숫자를 알파벳이나 한글자모에 대입해서 의미를 가진 무언가로 기억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억술들은 장기적으로 무엇인가를 기억하기에 적합한 도구일지 모르겠으나 개인적으론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학창시절 시험에 대비해서 두문자로 무엇인가를 외우면 두문자는 선명하게 기억나는데 그 두문자가 풀리지 않고 중간 중간 이가 빠져 황당했던 경험이 있다. 물론 내 머리가 나빠서이겠지만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해 도구를 만들고 그 기억시스템을 기억하여 그것을 활용해서 기억하고자 하는 대상을 기억하는 것이 벅차고 번잡하다고나 할까. 그냥 무식하게 직접적으로 대상을 죽어라 외우는 것이 오히려 내겐 적합한 것 같다.
하지만 이야기로 뭔가를 기억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이야기를 잘 기억해야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과제가 생기는 것같긴 하지만 말이다. 
사실 앞서 말했던 두문자 경험과 상반되는 경험이 있다. 바로  화학주기율표에 관한 경험이다. 나는 화학주기율표를  이야기로 외웠었다. 신기하게도 주기율표 전체를 고등학교 이후로도 몇 년동안이나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도 20번까진 외울 수 있다. 흠...내 안에 내가 많은 것, 맞는 이야기인 듯.
여하튼 자신이 잘 기억할 수 있는 이미지와 이야기를 활용한다면 이 책의 부제처럼 보통의 두뇌로 기억력 천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엔 토니 부잔도 자주 등장한다. 살짝 그에 대한 부정적 인상이 생기긴 하지만 그의 마인드맵은 또 다른 기억술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토니 부잔의 마인드맵은 공부한 것을 정리할 때 꽤나 괜찮은 방법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 보면 토니 부잔의 운전사가 그의 책을 그 나물에 그 밥이라 평했다고 한다. 서너권 읽어 본 결과 그 운전사의 말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인드맵이란 개념은 활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보면서 잠재력을 끌어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갖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할 줄 아는 것, 이것이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뽑아낸 액기스이다.


'..기억과 지혜는 근육과 운동의 관계처럼 상호 보완적이다. 이 둘은 피드백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새로운 정보가 우리가 벌써 가지고 있는 정보망에 단단히 포착될수록 기억하기가 쉬워진다. 입력된 기억을 붙잡아 놓을 거미줄 연상이 많은 사람은 새로운 것도 쉽게 기억한다. 즉 우리는 아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많이 알 수 있다. 더 많이 기억하면 할수록 세상사를 잘 처리할 수 있다. 세상사를 잘 처리할수록 그것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다.'


 

아인슈타인과 문워킹을
조슈아 포어 저/류현 역
상대성의 특수이론과 일반이론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저
예스24 | 애드온2

'밑줄긋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골목이 말을 걸다  (0) 2012.07.01
그리스도인 앙겔라 메르켈  (0) 2012.04.08
내려놓음, 더 내려놓음  (0) 2012.02.26
현자들의 평생 공부법  (0) 2012.02.19
고금와카집 古今和歌集  (0) 2012.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