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산역, 중앙버스정류장에서 뻥뚫린 도로 끝에 걸린 남산의 N타워가 보인다. 동부이촌동에서도 N타워가 보인다. 물론 명동에서도 보인다.

 

멀리 보이는 N타워는 은근히 마음을 끄는데가 있다. 동경에 사는 사람이 동경타워에 매료되는 마음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인공의 것이지만 자신이 살아가는 도시에 한자리를 늘 지키고 있는 뭔가가 있다는 것이 나쁘지 않다. 그러한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은근슬쩍 남산에 자주 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남산에 올랐다는 사실도.

 

일요일 오후, 남산에 또 올랐다. 사방에서 들리는 중국어와 붐비는 인파를 보면서 씁쓸했다. 붐비는 인파 속에는 한국 사람들도 꽤 있었다. 남산이 좋긴 하지만 걸음마다 부딪겨 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서울 시민이, 관광객이 갈만한 곳이 서울에 많지 않다는 반증같이 느껴져서였다.

 

어쨌든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엔테라스에 창가 자리를 잡아 서울의 야경을 보고 내려왔다. 남산에서 내려다 본 서울은 여유없음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빡빡하게 들어선 건물들은 서울이란 갑갑한 곳이란 생각을 한층 강화시켰다. 어둠이 내리고 불빛이 반짝거리는 모습은 도시의 낭만을 전해주긴 했다.

 

 

내려오는 길, 바닥에 생긴 선명한 무늬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나뭇가지와 전등의 합작품아니겠냐는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했지만, 나뭇가지만으로 만들어졌다보기엔 사람의 손길이 물씬 난다. 바닥에 던져진 그림자를 통과하는 기분이 괜찮다.

 

남산의 밤을 즐기려는 사람들을 맞으며 2015년 2월의 남산과 작별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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