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거게임, 책이 먼저인고 영화가 나중이라는 것은 이 영화를 알고 난 후에 얻게 된 정보이다. 책이야 어찌되었든 일단 '판타지' 액션 4부작이라는 말에 혹하여 보고 잡다는 생각이 들었고, 집에 들어가기 싫은 어느 날 퇴근길에 극장에 들러 보았다.
책이 어떤 느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화는 2부 부터는 볼 생각이 없다. 사실 왜 이 영화가 판타지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게임을 운용하는 곳에서 게임장에 마음껏 특수효과를 집어 넣을 수 있어서? 상상이 가미되었다고 모든 것이 판타지가 될 수는 없는 법.
영화 중간 중간 깜짝 놀란 부분이 있었지만 소리 등에 의해서 워낙 잘 놀라는 개인적인 특성때문이었을 뿐. 나의 놀람이 민망해 혹여 누가 보았을까 싶어 주변을 둘러볼 때마다 다들 민숭민숭한 얼굴로 고요히 영화를 보고 있을 뿐 놀란 기색도, 나의 놀람에 어처구니없음도 찾을 수 없었다.
주인공이 게임에 투입되기까지 할애된 분량이 영화의 3분의 2였던 것 같다. 분량에 대한 나의 느낌에 약간의 과장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참 지루한 느낌적인 느낌이었달까, 어찌되었던 레니 크라비츠는 멋졌다. 그의 포스에 진정한 섹쉬의 화신이라는 거침없는 찬양이 납득이 갔다고나 할까
레니가 영화에서 맡은 배역마저도 호감도 좋다. 비중이 큰 배역은 아니지만 여주에게 있어 고마운 역할을 해 주시니, 게임에 임하는 여주를 포옹해 주는 포스도 예사롭지 않다. 스탠바이의 류기우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될 놈은 된다'처럼 '멋있는 놈은 멋있다' 이런 느낌...
처음부터 여주인공이 당연히 서바이벌 게임의 최후 승자가 될 것임은 짐작할했던 바. 그리고 영화 속에서 게임이 시작되고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게임의 결과도 예측할 수 있었다. 반전다운 반전은 없었다. 예상을 훌쩍 초월한 무엇인가는 실종.
아, 그리고 영화 속에서 게임 참가자들의 이너뷰 내용도 그렇고 그들의 모습은 동조하기 힘든 부분들이 있엇다.
네티즌들의 영화평을 보니 어린아이들도 보는데 잔인한 장면이 나온다는 지적이 꽤 있었다. 초등생이 보기에 적합하지 않은 잔혹성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특정 부분의 모습들이. 하지만 그 모습들이 잔인하다기 보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생각이 잔인하다는 생각이다. 영화의 결론이야 나름의 공생을 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기본 착상 자체가 잔인하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기대하고 즐기는 사람들은 마치 로마 원형 극장에서 노예들의 유혈 낭자한 사투를 보며 흥분하는 모습과 다를 바 없어 보였고 게임에 참가한 이들이 생사를 걸어야 하는 상황들을 더 극하게 만들면서 즐거워 하는 모습. 성악설이 인간에 대한 진리라는 생각을 더욱더 견고히 해 줬다고나 할까. 그리고 여주, 서바이벌 게임의 승자다, 물감쏴서 맞으면 죽은 사람으로 간주하여 아웃되는 그런 게임이 아니란 진짜 죽음에서 살아나야 하는 게임에서 승리했다. 살아 남은 기쁨이 아무리 크다지만 승자 이너뷰에서 그녀는 납득하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어쩌면 승자독식의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누군가는 누군가의 즐거움을 위해 먹혀야 하고, 권력과 부를 차지하기 위한 이미 가진 자들을 빗대었다고 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비약일 것이다.
그런데 스노우 대통령이 세네카에게 피지배자들이 가져야 할 희망의 크기에 대해서 이야기할 땐 가슴이 서늘해졌다. 현실의 권력자들, 우리가 살고 있는 시스템, 이것들에 의해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영리하게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이 영화는 오락성도 그다지 높다고는 생각되진 않는다. 보면서 부끄럽게 깜짝 놀란 적이 두어번 있었긴 했지만 액션 자체가 그렇게 긴장감있거나 스릴있거나 하진 않았다. 그래서인지 중간 중간 생각이 삼천포로 빠지곤 했다. 여러 삼천포 중 영화와 관련되었다고 볼 수 있는 삼천포는 여주인공에 관한 것이다. 여주가 웃을 때마다 누군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데 도대체 그가 누구인지 .... 르네 젤위거?
자판을 두드리다 문득 떠오른 일본 배우 나츠카와 유이...르네 젤위거보다 나츠카와 유이가 훨씬 웃을 때 비슷한 듯 하다. 여튼 이 아이가 웃을 때 생각나는 다른 이는 정확히 누긔?
이 영화를 보기 전에 반지의 제왕, 나니아 연대기와 비견한 소개를 읽었었다. 영화를 보고자 하는 마음을 더 크게 만든 소개였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그러한 소개에 슬쩍 반감이 생긴다. 시리즈로 나오면서 단 한 번의 실망도 시키지 않고 끝까지 멋졌던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과 나니아 연대기. 그것들에 헝거게임을 비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또 하나의 판타지 대작 해리포터는 6편까지 보고 이후에는 보질 않았다. 끝까지 보고자 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흥미도 재미도 고갈되어 버려서 였다. 하지만 반지와 나니아는 매 시리즈마다 감동이었다.
헝거게임은 액션으로 봐도 본 시리즈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할 것 같다.
앞으로 즐겁고 유익한 판타지가 나타나 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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