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을 만나고 싶었다.

오슬로,

충분히 낯선 곳이라는 생각만으로 간단한 소개도 읽지 않고 고른 영화이다.

 

영화의 처음과 끝에 펼쳐지는 노르웨이의 설경은 낯선 곳을 향한 동경을 충족시켜주었다. 시작과 처음에 설경과 함께 달리는 음악도 설경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해 주었다. 겨울이 오면, 그곳 낯선 땅에 서보고 싶었다, 그리고 열차를 타고 끝도 없을 것 같은 북구의 설경을 마음에 담고 싶었다.

 

배우의 주름진 미소를 보며 아하의 모튼 하켓을 생각했다. 유투브에서 본 2000년대를 살아가고 있는 모튼 하켓도 세월을 머금고 있었다. 예전의 그 샤방샤방한 청년은 지금의 그를 보며 기억을 되짚을 때 흐릿하게 오버랩 될 뿐이었다. 영화 속 배우가 노르웨이의 겨울을 온 몸으로 받아내는 것처럼 그도, 하켓도 그렇게 노르웨이에서 늙어가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영화보면서.

 

영화를 삼분의 일정도 봤을 때 '이 영환 도대체 뭐?'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끝까지 보고 나니 썩 마음에 든다.

 

인터넷에서 살짝 영화 리뷰를 보니 인생의 의미가 이러저러하다고 써있다. 난 사람들이 써 놓은 이야기는 잘 모르겠다. 아니 어쩌면 그들이 느꼈던 인생의 의미를 느꼈을지 모르겠다. 단지 그들처럼 언어로 정리가 되질 않는 것일지 모르겠다.

 

영화 내내 입고 있던 기관사 제복을 벗고 일상복 차림으로 식사를 챙겨주던 그 여인과 만나는 모습을 보면서 '여기서 이 노친네, 저 노친네와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마 노년 새 삶의 시작이란 리뷰는 이 부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호텐, 주인공 이름이 호텐이다. 오드 호텐은 기관사로 40년 일했다. 한 직장에서 40년 세월을 일했다니 놀랍다. 그는 그 40년동안 그날이 저날같고 이날이 그날같은 매일을 살아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안엔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곳곳에 박혀 있기도 할 것이다. 모든 진액이 다 빠져버린 듯한 그의 어머니의 공허한 시선과 침묵도 그 이야기들 속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호텐의 은퇴식이 있던 밤부터 며칠 동안 그에게 생긴 우스꽝스럽기도 하고 황당하기도 하고 난처하기도 한 일들은 그가 지금껏 살면서 겪었던 일들의 축양판일 수도 있겠다.

 

호텐의 새로운 가족이 된 몰리의 전 주인, 그와의 만남이 새로운 삶을 향해 한 발 내딛을 수 있도록 지금까지의 삶을 마무리지을 수 있는 전환점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몰리의 전 주인의 아버지 유품인 스키를 타고 스키점프를 도전했던 그날 밤, 최고로 중요한 밤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마도 그의 스키점프는 실패였을 것이다. 하지만 화룡점정이었을 것이다, 기관사로서 살았던 전반생의.

 

파이프를 사러 간 단골가게에서 만난 주인의 부음, 내 마음이 한없이 쓸쓸해졌다. 물론 잠시 후에 나온 릴레함메르에 피식 거렸지만,

릴레함메르에서 왜 피식거렸을까? 예전에 그 곳에서 동계올림픽을 했다. 그러고나서 한동안 '릴레함메르 릴레함메르~'에 곡조를 붙여 말하는 것이 대 유행이었다. 의미는? '썰렁하구나', 이 릴레함메르에서 펭귄, 싸하다 등의 말들로 변천을 거치며 썰렁함을 표현해 왔다, 우리는.

 

인구가 적은 나라를 배경으로 한 영화여서 그런지 북적거리는 사람들을 볼 수 없는 영화였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던 그렇지 않던 일상을 공유하던 이들을 하나 둘 씩 떠나보내며 자신의 주름져가는 얼굴을 바라보는 것은 쓸쓸함 그 자체일 것이다. 그렇다고 한 없는 우울 속에서 살 이유도 없어 보이지만.

 

세상을 온통 감싸고 있는 눈처럼 서늘하지만 미움의 대상일 수 없는 것이 인생일 수 있겠다 싶다.

 

 

'일상잡기 > 일상잡기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0) 2012.05.12
헝거게임 : 판엠의 불꽃  (0) 2012.05.05
디어한나  (0) 2012.04.01
Fuck!! 미스 리틀 선샤인  (2) 2012.03.04
걸어도 걸어도  (0) 2012.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