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업자들에게 원두를 공급해 오던 루아흐커피가 커피를 즐기는 개인들에게 공급하는 원두 roaster paul의 마라와 브엘을 시음한 감상을 올리고자 합니다. 본 포스팅은 댓가성이 아님을 미리 밝히고 시작하겠습니다.

 

로스터폴 커피의 blessing pack 중의 love 세트를 입수하게 되었습니다. 아래 사진 속 패키지 속에 보이는 하얀색 테두리에 빨간색이 갖힌 종이가 보이시죠? 바로 로스터폴의 브로셔입니다. 브로셔에 보면 네 가지 세트가 있습니다. joy, peace, love, passion. 이렇게 만들어진 세트 이외의 구성을 원한다면 자신만의 세트를 구성할 수 있다고도 합니다.

 

 

로스터폴, 볶는 사람 바울.. 이라는 뜻일까요? 텐트메이커였던 바울이 커피를 볶는다...텐트메이커보다 바리스타가 바울에게 어울릴 것 같기도 합니다.

 

로스터폴의 love 세트는 달콤, 새콤, 고소한 사랑의 힐링이 주제인가 봅니다.  빨간색 포장의 마라와 흰색 포장의 브엘이 보입니다. 그리고 종이컵이 보입니다. 잘 보니 뚜껑도 있습니다. 브로셔에 보니 테이크아웃잔이라고 써있습니다. 텀블러가 귀찮아질 때 한번씩 테이크아웃잔을 집에서부터 들고 나가는 기분도 색다를 것 같습니다.

 

 

투명플라스틱패키지에서 내용물을 다 꺼내서 저의 잡동사니들 위에 올려놔 봤습니다. 원두 브엘과 마라, 테이크아웃잔, 로고스티커 2매, 브로셔 1장, 그리고 파스텔톤 습자지

 

 

Take, Feel, Wake Up... 마시고 감각하고 깨어나라...멋진 슬로건입니다.

 

로스터폴의 커피는 원두로 배달됩니다. 분쇄되지 않은 원두를 들고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원두를 사면 항상 갈아서 보내달라고 했기에 분쇄기가 없어서였습니다. 삼시세끼의 맷돌 커피가 살짝 떠올랐습니다. 도시가정에 맷돌은 당연 없고...부엌을 어슬렁거리다 크기가 좀 부담스럽지만 물없이도 뭐든 분쇄하는 '믹서'를 꺼내 브엘과 마라를 조금씩 분쇄했습니다. 분쇄하는 동안 고소한 향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참기름냄새보다 고소하더군요.

 

 

브로셔에 보니 포스터폴은 이태리 명품로스터기 페트로치니로 로스팅을 한다고 합니다. 원두도 콜롬비아, 브라질, 콰테말라, 코스타리카 등 여러 종류의 커피콩이 섞여 있군요. 탄자니야를 좋아하는데 '등'에 탄자니야도 있길 바래봅니다.

 

믹서기로 분쇄한 원두를 프레스로 추출했습니다. 커피프레스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가장 간편하다는 점이죠. 거름종이가 필요하지도 않고, 커피와 물이 만나 필요한 것을 다 내어주는 참 기특한 녀석이 커피프레스인 것 같습니다.

 

집에서 마셨지만 테이크아웃잔에 우선 마라를 따라 마셨습니다. 마라는 적당히 단단한 바디에 커피의 쓴 맛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더군요. 브로셔 소개를 보니 마라는 산뜻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깔끔한 맛의 커피라고 합니다. 충분히 동감이 됩니다. 

 

마라, 성경 출애굽기를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애굽, 즉 이집트를 나와 광야를 헤매다 물을 만납니다. 너무나 반가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물은 너무 써서 마실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물에 쓰다, 괴롭다라는 의미의 '마라'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하지만 마라의 물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원망하는 이스라엘 백성을 뒤로하고 지도자 모세가 기도를 합니다. 그리고 바위를 치자 맑은 물이 나오죠. 그 물은 이스라엘 백성의 갈하고 지친 육신을 달래기에 충분한 물이었습니다.

 

로스터폴의 커피 마라는 쓰다는 말 자체의 의미보다는 마라의 물을 겪은 후에 바위에서 터진 물의 느낌이 담겨있을 것 같습니다. 피곤하고 지치는 광야와 같은 일상, 자고 일어나도 노곤함은 그대로인 현대인의 삶에 마라의 샘 후에 바위에서 흘러나온 그 물이 주는 생기와 산뜻함을 전하고 싶다는 의미의 마라이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단단한 바위에서 터져 나온 물처럼 단단한 바디가 전해주는 깔끔한 맛은 아침에는 온몸을 깨워주고, 나른한 오후에는 리프레쉬하기에 알맞은 것 같습니다.

 

흰색 포장의 브엘은 마라보다 맛은 좀더 씁쓸했지만 부드러웠습니다. 입안을 감도는 부드러움이 깊은 여운을 남겨주는 커피였습니다.

 

브엘이란 말도 성경에서 볼 수 있는 말인데요, 교회에 다니시는 분들이라면 브엘세바 등의 말이 떠오르실 것 같습니다. 브엘이란 우물, 샘이란 뜻이 있습니다. 로스터폴의 미션이자 비전은 지친 마음과 영혼을 깨우고 활기를 불어 넣는 커피라고 합니다. 깨우고 활기를 불어 넣는다는 의미가 브엘에서 잘 느껴집니다. 이스라엘은 물이 펑펑 흘러넘치는 곳이 아닙니다. 농사를 짓기 위해 관개시설이 꼭 필요한 곳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 우물 혹은 샘이 주는 활기란 우리가 느끼는 것 이상일 것입니다.

 

드립에 능숙한 분이라면 더 멋진 맛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바디가 조금 단단하고 쓴 맛이 덜한 커피를 좋아해서인지 마라가 더 좋지만, 브엘의 부드러운 질감도 인상적이네요. 커피의 씁쓸함과 풍성한 부드러움을 즐기고 싶으신 분은 브엘이 적합할 것 같습니다.

 

로스터폴의 블로그가 있네요. http://blog.naver.com/roasterpaul 

 

마시고, 느끼고, 깨어나라! 과하지도 않고 부족하지도 않은 향을 전하는 단단한 깔끔함, 풍성한 부드러움을 흡입하다 보니 생각나는 음악이 있습니다. 카테리나 카셀리의 primavera.

 

CF의 한장면처럼 카네리나 카셀리의 프리마베라를 배경음악으로 봄볕을 맞기 위해 창문을 여는 거죠, 그리고 봄빛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이제 막 피어오르는 개나리, 진달래의 기운을 커피와 함께 하는 거지요. 저는 마라와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