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편의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코쿠리코 언덕에서와 마루 밑 아리에티

개인적인 별점은 마루 밑 아리에티는 별점 세 개 반 정도,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별점 두 개 반 정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아들이 만든 코쿠리코 언덕에 대해서는 기대치가 높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정엽이 부른 이별의 여름은 마음에 든다, 물론 원곡의 가사를 한글로 하고 정엽이 불렀을 뿐이지만 말이다. 코쿠리코 언덕에서를 봐보고 싶다는 마음은 정엽의 노래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풋풋한 첫사랑의 설레임을 전하기엔 중간에 이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잠시 오해하게 되는 그 부분에서 막장 드라마의 체취가 배어 있어 당황스러웠던데다가 우리 땅의 비극 6.25 전쟁에 대한 해석이랄까 인식이랄까 여하튼 그 부분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반딧불의 묘를 봤을 때와 흡사한 기분이었다.

 

우리에겐 민족 상잔의 비극으로 아직 진행형인 6.25의 아픔이 일본에겐 재건의 기회였음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아무리 국가 간의 이해관계라는 것이 냉정하다 할지라도 일본에 대한 해묵은 감정은 전쟁 물자를 실어 나르며 한국 전쟁을 통해 돈을 벌던 주인공 아버지 배의 침몰에 대한 등장인물들의 감상을 그저 불쾌하게 만들 뿐이었다.

 

일본의 문화를 소비하다가 만나는 불편함, 이런 불편함이 우리 역사의식에 대한 재고, 친일에 대한 평가 등등의 근저가 될터인데 동남아 혼혈정책을 적극 추진하는 지금, 우린 앞으로 일본과 과거사 따윈 상관없이 아주 잘 지내게 될 것 같다. 물론 친일파 자손들의 번영 및 득세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겠지.

 

코쿠리코 언덕에서는 일본의 여느 컨텐츠와 마찬가지로 소소함을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로 만들어낸 것이다. 자전거를 함께 타고 시장에서 야채튀김을 같이 사먹고 학교 동아리 모임의 일들을 나눠 하고....지나간 시간들을 채우고 있는 이런 작은 일들은 추억이 된다. 세월이 깊어질수록 빛바래지지만 그 빛이 결코 누추하지 않는..... 그런 것들이 삶의 향기고 온기가 되겠지.

 

~ 저녁 노을에서 다시 만나면 보고픈 그대 나를 꼭 안아줄까요 ~

 

그런데 두 주인공 목소리가 바로 나가사와 마사미, 오카다 준이치였단다. 세상에, 나가사와 마사미의 느낌이 전혀 없었는데, 시각과 청각이 분리되면 목소리가 달라지는 것인지 내가 둔한 것인지... 목소리 연기를 한 배우들을 보면 일본드라마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이들이다. 오오모리 나오와 카가와 테루유키도 개인적으론 의외의 목소리였다.

난 정말 청각마저 별루인건가?!! 괜한 자학은 아니다, 사실 마루 밑 아리에티도 이 목소리가 그 사람의 목소리였어 라고 살짝 놀랬더랬다, 아리에티 역할이 시다 미라이였다는 사실, 그런데 시다 미라이는 목소리만 들었을 때가 훨씬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하루의 목소리는 배우를 확인하고 아~ 하며 고개가 끄덕여 졌다. 이 배우 목소리가 살짝 그런 톤이었지, 음 연기력 좋네 라면서 말이다. 어쩌면 배우들이 시청각으로 만날 때의 색깔과 청각으로만 만날 때의 색깔이 너무 달라서 여서라고 생가하고 싶어진다. 귀까지 나쁘다고 생각하면 내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 듯 하다.

 

아리에티는 마루 밑에 사는 '소인'이다. 시작 부분에서는 아리에티가 요정이야? 일본에 어인 요정?이라며 봤는데 주인공 소년을 통해 소인이라는 정보가 나온다. 사실 소인도 일본스런 소재는 아닌 것 같다. 요정과 다른 느낌의 정령이나 영적인 요소들이 일본적인 소재라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을 다 본 후 찾아보니 역시 마루 밑 아리에티는 영국의 동화가 원작이었다. 빌리는 자들...마치 네버엔딩스토리 같이 끝난 것 같지 않은 느낌으로 끝난 마루 밑 아리에티는 동화적인 느낌으로 소소한 판타지적 상상을 불러 일으켰다. 평행우주이론?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다른 차원에서 사는 나이지만 나 아닌 존재에 대한 이야기들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비슷하게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같이 숨쉬고 존재하지만 우리가 모르는 그 어떤 이들, 그들이 아리에티일지도 모르겠다. 아파트와 공동주택 천지인 이 땅에선 마루밑보단 천장이나 벽사이에 있는 공간을 삶의 터전으로 쥐와 벌레들의 공격을 피해 그리고 인간들의 눈을 피해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존재들....나쁘지 않다. 그들에겐 그저 그들의 삶에 무관심한듯 관여하지 않는 인간들이 고마울 것이다. 하지만 인간들 중에는 하루 처럼 고약한 사람은 반드시 있다. 소인들에게만이 아니라 누구에게든 고약한 심술보따리들... 심술보따리들 무겁게 짊어지지 말고 내려놓고 타인의 평화를 존중해 주련다

 

 

 

 

 


마루 밑 아리에티 (2010)

The Borrowers 
7.9
감독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출연
시다 미라이, 카미키 류노스케, 오오타케 시노부, 타케시타 케이코, 후지와라 타츠야
정보
판타지, 애니메이션 | 일본 | 96 분 | 2010-09-09
글쓴이 평점  

 


코쿠리코 언덕에서 (2011)

From Kokuriko Hill 
5.4
감독
미야자키 고로
출연
나가사와 마사미, 오카다 준이치, 타케시타 케이코, 히이라기 루미, 이시다 유리코
정보
애니메이션, 로맨스/멜로 | 일본 | 91 분 | 2011-09-29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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