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본 일본영화, 극장판 호타루의 빛

 

좋지 않은 드라마 방영에 대해서는 흔히들 전파 낭비라고 한다.

좋지 않은 영화에 대해서는 뭐라고들 하나? 부족한 상상력으로는 필름 낭비라는 말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극장판 호타루의 빛은 극장판 노다메칸타빌레를 본 감상과 같다. 둘 다 참 당황스럽기 짝이 없는 영화이다.

노다메칸타빌레는 드라마, 애니메이션, 만화책을 두루 섭렵하며 이런 재미있는 것이 있나 감탄하며 정말 즐겁게 즐겼다. 마찬가지로 호타루의 빛 역시 드라마 시즌 1과 2를 꼬박꼬박 챙기며 많은 사랑을 쏟아 부었다. 호타루의 빛은 만화책은 별로였으나 드라마에 출연하는 주인공을 연기하는 배우들 아야세 하루카와 후지키 나오히토에게 호감을 갖고 있어 드라마 만으로도 즐기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극장판 호타루의 빛과 노다메칸타빌레는 만들지 아니함만 못하다고 본다. 

 

드라마 호타루의 빛 시즌 1에선 호타루와 타카노 부장이 만나고 서로에게 익숙해져 간다. '건어물녀'라는 다분히 일본스런 별칭이 알려지기도 했다. 사실 이 건어물녀라는 말이 우리 매체 곳곳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상황은 못마땅하다.

 

 

 

 

 

건어물녀가 어떤 종족인가? 한마디로 만사가 귀찮은 여자 종족이다. 회사에서 돌아오면 집 외에 그 어느 곳에도 갈 생각은 없으며 일명 츄리링과 티셔츠를 입고 맘껏 뒹굴뒹굴한다. 물론 '정리정돈'이란 말은 그 종족의 사전엔 없다.

 

드라마 호타루의 빛 시즌 2에서 호타루와 타카노 부장은 연인이 된다. 시즌 2는 무카이 오사무라는 시청자 서비스까지 했다. 충분한 기럭지를 갖고 있으면서 비주얼이 어느 정도되는 몇 안되는 일본 배우 아닌가 생각된다. 나름 숫컷 냄새도 풍기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인터넷을 떠돌다 보면 무카이 오사무 팬들이 상당히 있는 듯 보인다. 개인적으로 그의 비주얼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배우로서도 그다지 매력적이지도 않고 남자 종족으로서도 끌림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안구정화를 위한 시청자 서비스라 생각한다. 앞뒤가 안맞는 이야기지만 무카이 오사무에 대한 나의 감상은 그렇다.

 

호타루와 타카노 부장의 사랑 이야기는 우리나라 드라마와 비교하면 싱겁기 그지 없다. 우리나라 드라마였다면 시청자들은 도대체 러브라인이 있는 것인지 없는 것인지 노선을 분명히 하라는 비난을 빗발치게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한국 시청자들은 그것이 일본드라마이기 때문에 봐 줄 수 있다고 본다.

호타루와 타카노는 그야말로 서로에게 스며들었다. 아주 조용하고 싱겁게. 집에서 회사에서 늘 보면서 시나브로 정들어버렸다. 이런 것을 우린 전파를 통해서 보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타카노와 호타루가 정드는 과정은 회사의 이 일 저 일 진행하다보니 어느새 그렇게 된다. 그들의 연애사라고 등장해봐야 툇마루에서 맥주마시기나 가끔 살다보면 생기는 작은 일들 정도이다. 절대 일본형 사랑 드라마이다.

 

시즌 1과 시즌 2에서 두 사람, 아메미야 호타루와 타카노 세이치는 만나고 같이 살고 사랑하게 된다.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더래요 하면서 역시나 툇마루에서 맥주를 들이키면서 시즌 2가 끝났을 때 아쉬움이 남았었다. 반딧불이 활발히 움직이는 계절이 돌아오면 시즌 3을 다시 방영해 줬으면 하는 바람도 살짝이 들었다. 여름 특집으로 재미지게 만들어서 말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에 부응해서 등장한 것이 극장판이었다.

 

하지만 극장판 호타루의 빛에 담아낸 에피소드들은 실망스럽기 그지 없다. 호타루가 로마에 가서도 츄리링에 티셔츠 차림으로 뒹굴뒹굴했데요로는 100분은 커녕 60분 분량의 이야기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십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속에 끼어넣은 이야기들은 생뚱맞기 그지 없을 따름이다. 리오? 그 여자는 도대체 무엇인지 너털웃음이 절로 났다. 거기다 테고시 유야, 오랫만에 봤는데도 이 아이도 방부제 미모인듯 변함이 없어 보이나, 그는 참 불편하다. 얼굴도 음성도.

 

영화를 보면 호타루와 타카노는 이미 결혼한 상태이지만 결혼식이나 신혼여행 이런 일련의 형식은 없었던 듯이 보인다. 호타루다운 설정이다. 영화의 미덕은 오로지 호타루의 빛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호타루와 타카노는 더 깊이 사랑하며 돈독해지고 있음을 보여 준 것 뿐이라 하겠다.

 

 

 


호타루의 빛 (2012)

Hotaru the Movie: It's Only a Little Light in My Life 
6.1
감독
요시노 히로시
출연
아야세 하루카, 후지키 나오히토, 마츠유키 야스코, 야스다 켄, 테고시 유야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일본 | 109 분 | 2012-09-06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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