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여정의 노출따윈 궁금하지 않았다. 여차여차하여 보게 된 영화 후궁:제왕의 첩, 극장에 들어서자마자 여기저기 떼지어 몰려 있는 아주머니들에 놀라고 그들의 예의 말아드심에 짜증났던 기억이 떠오른다. 베드신에서 소리내어 웃으며 좋아하고, 이야기가 진행될 때에는 거침없이 휴대전화 통화를 하시는 이 아주머니들, 그 뻔뻔함과 무례함에 더 이상 무슨 말을 보탤 수 있을까.

 

영화에 대한 주관적 별점은 다섯개 만점에 세개 정도?

 

영화 제목은 후궁이고 친절하게 그 옆에 제왕의 첩이라는 설명까지 붙어있다. 그런데 도대체 이 영화의 제목이 왜 후궁인지 잘 모르겠다. 조여정은 후궁이 아닌 선왕의 정실인 중전이었고, 김동욱이 분했던 성원대군의 어머니로 출연했던 박지영 역시 후처이긴 했으나 엄연히 정실부인이다. 조여정의 몸종이 승은을 입어 특별상궁이 되기는 하지만 그녀가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니잖아. 조여정과 왕이 된 성원대군 간의 관계 때문에 '후궁'이라는 제목이 붙은 것인가?

제목과 내용의 상응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 영화, 불편한 것이 또 있었으니 그건 바로 의상. 의상담당자에게 묻고 싶어진다. 그 의상들이 우리의 그것인지. 아무리 퓨전이라지만 중국의 그것들을 연상시키는 의상과 머리를 보고 있자니 언짢아졌다. 외국에서 이 영화를 본다면 결국 한국문화라는 것은 중국의 아류일뿐이라는 생각을 키워주는데 아주 괜찮은 근거를 제시하여 줄 것 같다. 

전체적인 배경도 그렇다. 영화 분위기와 이야기 구성상 배경의 빛깔을 그리했을 것 같다는 이해가 들기도 했지만 배경이 어찌그리 짱꼴라스러운지 짜증이 스멀스멀거렸다.

 

그렇지만 이야기 자체에 대해서는 그다지 불만스런 부분은 없었다. 김민준이 분하는 인물은 참 오해도 쉽게 하고 쉽게도 그 오해를 풀지만 사람이 참 잔인하고 독한 구석이 있어 보였다. 그렇게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식어서인지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어이없는 인생의 주인공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성원대군이나 조여정의 몸종, 대비 등은 동감이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이경영과 그의 벗도 괜찮았다. 이경영의 경우 최종병기 활에서 느낌이 묻어나는 것 같았다. 장칼을 들었을 때는 의상만 다르지 그냥 동일 인물같은 느낌이었다. 왜.....

배우들은 대체로 호연이지 싶다. 배경과 의상엔 불만이 많지만 영화의 전반적인 색감이나 영화 도입부는 꽤나 인상적이었다.

 

후궁:제왕의 첩은 소재 자체는 진부하고 흔하다는 생각이다. 인간의 욕망, 당하고 빼았고 그리고 다시 당하고.... 욕망을 근저로 한 이 악순환의 고리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 영화는 흔하디 흔한 소재를 갖고 어느 정도 볼만하게 꾸려 놓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끝장면, 반전이 이루어지기 전의 아우라가 느껴졌다. 과연 그녀, 조여정에게 좋은 결말이었는지 궁금해진다, 조여정 그녀에게 새로운 시작이 되는 끝이었고 앞으로 그녀도 시어머니처럼 빼앗은 것을 지키기 위한 나름의 몸부림의 나날들이 기다리고 있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큰 소리를 내며 닫히는 문, 이경영이 자신의 업무 신조를 버리고 정치에 참여했을까?  대비의 역습?.... 문이 닫힌 이후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극장을 나섰다. 설마 후궁 2가 있는 것인가?

 

 


후궁: 제왕의 첩 (2012)

6.5
감독
김대승
출연
조여정, 김동욱, 김민준, 박지영, 조은지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한국 | 122 분 | 2012-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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