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를 우리 한자 읽기식으로 읽는 것, 재미있는 듯. 명중주정아애니 命中注定我愛你, 당최 무슨 의미인지 추측불가이다. 이 암호같은 한 구절을 풀어놓으면 운명처럼 널 사랑해 란다.

운명처럼...운명처럼.. 드라마를 보고 나면 남주와 여주가 연분이 있는 것 확실하네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운명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둠으로 인해 상대를 오인해서 의도하지 않게 원나잇스탠드로 만난 주인공들, 그로 인해 아이가 생기고 또 그 아이를 잃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이래저래 어쩌고 저쩌고 하여 다시 결혼했으니 운명이라고 해줄까?

 

 

명중주정아애니는 아가능불회애니(연애의 조건)와 함께 대드, 대하드라마의 줄임이 아닌 대만드라마 줄임인 대드 추천작 중에 반드시 들어가는 드라마인 것 같다.

 

아가능불회애니를 보고 난 다음 명중주정아애니를 본지라 첫회를 보고 시청을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거기다 남주와 여주의 비주얼은 마치 그림이 어딘지 모르게 균형이 깨진 순정만화같았다. 하지만 추천하는 이들의 안목을 믿고 끝까지 보기로 했고, 이제 24회 끝을 본 지금은 추천한 이들의 안목에 동의한다.

 

 

아가능불회애니는 B급 코미디같은 요소들이 많이 빠진 트렌디한 연애드라마 느낌으로 잘 정돈되어 있다. 그에 비해 명중주정아애니는 B급 코미디 요소와 과다한 개그 요소가 넘치는 편이다. 어떤 블로거의 표현대로 정극과 코미디라는 냉온탕을 오간다. 대만식 개그가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지만 냉온을 오가는 연결이 껄끄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대만드라마 제작자들, 그들만의 노하우가 담긴 것이겠지.

 

명중주정아애니는 두 연인 사이의 희비, 만남, 헤어짐, 오해, 화해, 사랑, 질투 등이 정신없이 쏟아지는데다 개그와 뒤범벅되면서 감정선이 완전히 널을 뛴다.

널뜀에 어지러운 와중에도 사랑하는 이에게서 돌아서야 하는 남자, 모질게 연을 끊어내고자 했지만 못내 아픈 여자, 자신을 밀어내는 상대를 향한 아쉬움 등의 진지한 감정선에선 로맨스 확실히 즐길 수 있다.

 

 

주인공들 비주얼이 남주보다 여주가 사실 더 당황스러웠으나 보다보니 볼수록 귀엽다. 평범한 듯한 귀여움이 오히려 친근하다. 촌스런 복장에 극강의 평범함을 덧입은 여주인공 천신이. 착하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가능불회애니에서는 성조가 들어간 청요칭이란 이름이 귀에 척척 들러붙더니, 이 드라마에서는 천신이가 귀에 척척 감긴다. 특히 이따런이 청요칭을 부르는 소리와 지춘시가 천신이를 부르는 소리, 중독성이 있다. 천신이...

 

 

청요칭의 엄마였던 배우가 이번엔 천신이 엄마다. 아무래도 대만 드라마에서 엄마 전문으로 등장하는 배우인 듯하다.

 

대만엔 천씨가 많나 보다. 우리 식으로 하면 陳, 아가능불회애니의 이따런은 진백림이고, 명중주정아애니의 천신이는 진교은이란다. 거기다 드라마에서 신이라는 이름은 굉장히 흔한 이름이라는데 우리나라의 은희, 은영, 은경, 지영, 지연, 지현 등등의 이름에 김, 이, 박이 붙은 이름 정도되는 걸까? 그런데 지춘시와 천신이, 그들의 원나잇 베이비 이름을 지넨핀이란다. 우리식 한자읽기로하면 기념품. 기념이야 되겠지만 아이 이름을 그런식으로 짓다니.

 

이름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남주 지춘시의 춘시는 우리식 한자로는 존희 存希였다. 좋은 의미를 담고 있는 이름인 듯하다. 흔한 준희 대신 존희라 이름지어도 괜찮을 듯.

 

이 좋은 이름의 남주, 원경천, 이 배우, 진정한 볼매이다. 처음 어설퍼보이는 모습은 점점 온데간데 없어지더니 수트가 잘 어울린다는 점이 눈에 띈다, 훤칠한 키에다 회를 거듭할 수록 귀염이 뚝뚝 떨어진다. 진지함에서 묻어나는 귀여움, 개그에서 묻어나는 귀여움, 송승헌, 원빈, 현빈, 오지호 등등 잘생기고 숫컷 아우라 찐한 우리나라 배우들에게선 볼 수 없는 매력이 있다. 원경천 군, 개그 코드에서 많이 망가지는데 그 망가지는 표정들이 특히 매력적이다. 귀엽다.

 

 

 

남주와 여주 둘 만 등장하면 심심한 법, 서브남주와 서브여주가 필요하다. 명중주정아애니에서는 잃어버린 동생 신이와 이름이 같은 천신이를 도우며 애정쏟아부어 주시지만 결국 낙동강 오리알 되는 딜런. 인물이 만화적이다, 순정만화. 고아지만 능력있어 잘 나가는데 자유분방한 듯 하지만 카리스마있고 따뜻한 면모까지 갖췄다. 남주해도 손색없지만 비현실적인 인물이다. 지춘시 할머니와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는데 너무 엮는다 싶기도 하지만 괜찮은 설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서브여주, 안나, 이기적이고 밉상이기에 불행하다면 불행한 성장기를 가진 인물로 설정해 둔 것 같다. 안나가 목적지향적이고 지춘시의 사랑에 대해 이기적이기에 천신이와 지춘시가 만나고 헤어졌다. 이 드라마에 있어 중요 인물이다. 어찌보면 여주보다 비주얼은 훨씬 나아 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발레리나하기에 살짝 퉁퉁해 보인다.

 

명중주정아애니 후기를 쓰는 지금, 명중주정아애니에 이어 두 편 정도 대드를 더 보았다. 일드의 경우 수위가 높다 싶은 드라마 몇 편을 제외하고는 키스신 등을 보면 우리 드라마보다 얌전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대드는 우리나라 드라마보다 더 대담하다.

그리고 대드에서는 TV드라마에서 기대되는 수준 이상의 야설이 나온다는 점. 어쩌면 우리보다 더 솔직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아닌척 뒤에서 호박씨 까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 한드, 일드, 대드를 보면서 일본이나 우리보다 애정표현 등에 있어 대만이 가장 개방적이어 보인다. 우리와 대체로 균형잡힌 무역을 하고 있다는 대만이라는 나라가 궁금해진다.

 

명중주정아애니의 삽입곡들은 주인공 지춘시와 천신이 처럼 중독성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찾아봤다. 삽입곡들. 우선 감정선이 무거워질 때 또는 갈등, 진지한 상황등에서 등장했던 것 같은 노래들 半情歌와 我的快乐

 

 

 

그리고 경쾌한 장면들에서 등장했던 노래, 心愿便利贴

 

 


운명처럼 널 사랑해

정보
대만TTV | 시 분 | 2008-03-16 ~ 2008-08-24
출연
원경천, 진교은, 진초하, 백흠혜, 담애진
소개
포스트잇 여성 (필요할 때마다 쓰고 버릴 수 있는 여자로, 마음씨는 착하지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평범한 여자)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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