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후결정애상니...취하고 나서 결정했어 널 사랑하기로...대략 이 의미가 맞을 것이라 추측된다. 명중주정아애니의 시리즈물이라고 해서 봤는데 진정한 시즌 2라기 보다는 제목이 댓구를 이룰 뿐이었다.

 

운명처럼 난 널 사랑해, 취한 후에 너를 사랑하기로 결정했어...제목을 잘 음미해 보면 내용 상의 시즌 2가 아닌 것이 당연해 보인다. 술취하고 나서 사랑하는 것도 아니고 사랑하기로 결정한 것이니 운명처럼 널 사랑해라는 명중주정아애니보다 취후결정애상니는 제목만 봐서는 낭만과 당도가 떨어져 보이나 그렇지만도 않다.

 

 

몇몇 블로그를 들여다보면 남주에 대한 거부감이 없지 않은 듯하다. 한국인 취향과 우리나라 드라마속 달달 외모의 남자 탈렌트들을 고려하면 장효전은 산적형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기에 장효전의 외모가 힘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남자답지만 로맨스하고는 어울려보이지 않는 이 남주, 괜찮다. 사실 보통 남자들보다 준수하다. 

 

대만드라마를 보면서 처음엔 당황스러운 배우들의 비주얼이 볼수록 매력적으로 느껴진다는 점. 회를 거듭할 수록 눈에 익어가고 배우와 배역 상의 인물이 겹쳐지면서 그리 느껴지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역시 드라마 남주들이고 여주들이다.

 

 

장효전은 대만에서는 연기파 배우로 꼽히는 듯 하다. 최근 계륜미와 얼마전에 여자친구 남자친구(남자친구 여자친구?) 라는 영화를 찍었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찾아보니 몇 편 안되는 필모그래피 중 두 편 정도가 퀴어영화인 것 같다. 퀴어영화는 리버 피닉스의 아이다호 이후로 연을 끊었기에 (아이다호가 퀴어영화라면이란 전제하에...) 영화 속의 그를 보진 않을 것 같다. 여하튼 연기파 배우답게 취후결정애상니에서 장효전의 송제시우는 볼만했다.

 

드라마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송제시우, 우리식으로 읽자면 송걸수(宋杰修)와 린샤오루, 즉 임효여(林曉如)는 같은 날에 각각 애인에게 청혼퇴자맞고, 애인이 다른 여자에게 가버린다. 열받은 두 사람은 같이 취하도록 마시고 그렇게 두 사람은 엮인다.

 

 

남주와 여주를 일단 술로 엮어놨지만 맑은 정신이 되었을 때 관계유지를 위해 '계약결혼'이라는 할리퀸 로맨스나 순정만화스런 카드가 등장한다.

3개월 간의 계약결혼 관계에 돌입한 두 사람은 보는 이들의 예상대로 진짜로 사랑하는 사이가 된다. 결국 이들의 사랑도 운명처럼 널 사랑해와 다를 바가 없게 된다. 그런데 송걸수가 극중에서 명중주정아애니의 원경천은 운명처럼 널 사랑한다고 했지만 운명처럼 사랑하는 게 말이 되냐는 대사를 날린다. 재미지라고 날린 대사이겠지?

 

그리고 짧은 시간 내에 네가 있어 내가 완전한 거야 라는 말을 거침없이 해대는 이 한 쌍의 사랑을 더 견고하게 단련시키기 위해 주변 인물들을 통한 몇몇 시련이 닥친다.

그 시련 중의 가장 클라이막스가, 드라마에서 이해안되는 인물 중 한 명인 송걸수 엄마의 사고일 것이다. 이 때문에 임효여는 서브 남주급 인물과 떠날 것을 결심하게 된다. 이 인물도 송걸수 엄마만큼 이해가 안되는 인물로서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아래 사진 속 인물이 그 이해안되는 임효여의 어린 시절 친구, 자칭 임효여의 수호천사이다.

 

어찌저찌하여 임효여는 떠나지 않고 송걸수 곁에 머문다. 그리고 갓난아이인 자신을 고아원에 버린 엄마를 찾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저건 좀 무리수가 아닌가 싶은 에피소드가 끼여든다. 이 부분뿐 아니라 임효여가 남의 것을 갖게 되거나 뺏게 되는 상황을 절대적으로 싫어하는 이유에 대한 배경도 동감안되긴 마찬가지였다. 무엇보다 남의 것을 갖거나 뺏는 것은 인간된 도리가 아니니 당연한 것 아닌가? 그것을 어린시절 입양과 파양으로 겪운 아픔과 엮어내는 점은 좀 별루다 싶었다. 어쨌든 결론은 둘은 행복하게 결혼했더라.

 

 

시청 결론은 볼만은 하더라 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우리 드라마가 연인들의 연애를 포장하는 기술이 참 세련되고 뛰어나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아래 장면을 보면서 연출 티가 과다하게 느껴지면서 연출된 장면이 극히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의 중요성을 느꼈다고나 할까. 그리고 장효전, 이 장면에서 연기력이 가장 떨어져 보였다. 행복하기 보다 힘들고 혹사당해보인다고나 할까.

 

대만 드라마를 보면 대만 탈렌트들도 수가 많지 않나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의사는 명중주정아애니의 지춘시 비서 앤슨이고, 임효여의 엄마는 아가능불회애니의 청요칭 엄마이자 명중주정아애니의 천신이 엄마였다. 이 아주머닌 취후결정애상니 이후에 본 대만 드라마에서 또 여주 엄마로 나타나신다. 주인공 엄마가 등장하는 드라마에선 이 아주머니가 계속 등장할 것만 같다. 이 아주머니를 직접 만나면 절에서 태우는 향냄새가 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여주 임효여의 절친, 멍쥔, 이 뚱한 언니는 명중주정아애니에서 여주 천신이의 둘째 언니였다. 이 언니 역시 취후결정애상니 이후에 본 대드에서 다시 한번 등장하신다. 명중주정아애니의 남주 원경천이 출연하는 다른 드라마를 1회 봤는데 거기서도 등장하고 있었다. 대만 드라마계의 초특급 조연배우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통통하지만 귀염상이다.

 

 

송걸수가 임효여와 계약결혼을 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는 송걸수의 오래된 연인, 탕아이웨이때문이다. 아이웨이 한자가 艾薇, 즉 애미. 좀 웃긴다. 애미야~. 이 인물은 명중주정아애니의 안나와 유사하다. 안나처럼 애미, 아이웨이도 자신의 경력이 너무 중요하다. 사랑도 지치고 고갈될 수 있음을 간과한 인물로서 송걸수를 놓쳐야 했지만, 극중 이기적인 모습이 있긴 하지만 악녀까진 아니라고 보아서인지 송걸수를 놓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그녀만의 흑기사가 금새 등장한다.

그런데 애미와 그녀의 흑기사로 분한 배우, 둘 다 혼혈임이 한 눈에 보인다. 애미는 나름 귀여운 구석이 있긴 하지만 남자배우는 잘 못 섞인 듯 엉성한 느낌에 별 매력이 없다. 이들을 보며 비약이 있고 뜬금없어 보이겠지만 이들을 근거로 우리나라에 횡행하는 다문화 망령에 대해 봐라 혼혈은 별로인거야, 정체성이 애매모호해 보이잖아 라고 외치고 싶었다.

 

 

취후결정애상니에선 왕전일도 볼 수 있다. 왕전일은 임효여를 떠난 전 남친으로 분하고 있다. 왕전일은 loving you 라는 노래로 몇 년전에 알게 되었는데 노래로 만들어진 그의 이미지가 드라마 속의 왕전일을 낯설게 했다. 노랫소리보다 굵고 낮게 깔리는 목소리가 가장 이질적이었고 노숙해보이는 얼굴도 살짝 놀라웠다. 결론은 드라마에서 본 왕전일보다 노래로만 알던 왕전일이 훨씬 좋다. 그런데 왕전일을 보니 일본의 후지키 나오히토가 생각난다. 둘이 좀 닮은 듯.

 

대체로 즐겁게 볼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된다. 대만식 드라마를 즐길 수 있는 분들에겐 추천한다. 드라마에서 여주의 절친한 친구인 멍쥔이, 여주 린샤오루가 빨래를 발로 밟는 것을 보면서 한국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다고 타박하자 여주가 한국드라마에서 여자들이 빨래를 밟을 때 종아리가 예뻐 보인다고 응수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을 보면서 드라마 왕국, 한국, 출생의 비밀, 재벌... 이런 식상한 장치라도 재밌고 유려한 영상으로 아시아인들을 지속적으로 매혹시킬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다. 만날 밥먹는 장면, 출생의 비밀, 재벌, 이런 것들을 버리고 재밌는 드라마를 만든다면 더 바랄 것이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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