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해에 있는 유명한 정원 예원일대에 구시가지가 있다. 상해에 가면 꼭 가볼만한 곳으로 꼽히는 그곳에 밤이 되서야 어슬렁 거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찾아간 시간이 늦어서 구시가지의 속살까지 볼 여유는 없었다. 게다가 기념품 공수를 위한 쇼핑때문에 많은 시간을 빼앗긴지라.....

 

그래도 즐거웠던 것은 난징루에서 구시가지까지 삼륜차를 타고 여름밤 상해의 공기를 만끽했다는 점, 그것도 젊은 캐나다 청년과 함께. 그 친구는 나이에 비해서 꽤 성숙한 친구로 참 러블리한 청년이었다.  

 

입구는 황하로 黃河路와 유사한 풍경이다. 중국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대도시 상해는 불빛이 넘쳐났다. 그리고 거대한 건물들, 그 건물들 안팎으로 넘쳐나는 불빛만큼이나 넘쳐나는 인파

카메라도 찍는 사람도 성능이 그저 그러한데다가 밤이고 동행인과 보조를 맞추려니 명료한 이미지를 얻어내기가 힘든 시간이었다. 그러나 경계선이 모호하게 퍼진 불빛에 감싸인 야경은 도시에 대한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같다. 밤하늘의 구름까지도 비추는 저 화려한 불빛은 즐겁지 않고 좋지 않은 것엔 힘을 발휘하지 못해 보인다.

구시가지엔 상점이 즐비하다. 치파오를 파는 가게들도 구석구석 있었다. 인민폐로 3000원을 호가하는 치파오들도 많았다. 가격이 높은 치파오에 놓인 자수는 가격이 낮은 치파오에 있는 자수와 확연히 차이가 있었고, 원단이나 바느질 등등 가격차이에 대해서 오감으로 납득이 갔다. 비싸고 고운 치파오에 대한 욕심이 생겼지만 몸매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그 옷을, 특히나 치파오를 일상에서 입을 일은 없을 터이라 인민폐 300원대의 치파오를 골라 오랜 흥정끝에 150원에 구입할 수 있었다. 흰색에 검정 포인트가 들어간 치파오, 평생 기념품으로만 남겠지만 마음을 즐겁게 해 주는 소비였다.

상해의 구시가지를 돌아보니 명동, 삼청동, 인사동을 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친구, 연인 혹은 가족과 함께 소비의 공간에서 도시의 밤을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걷다 보니 스타벅스가 있다. 구시가지가 관광포인트인 이유는 현대적 건물로 뒤덮인 상해에서 중국 고유의 건물들을 심어놓은 거리이기 때문일 터인데 어김없이 스타벅스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이곳 구시가지가 철저히 상술과 그에 따른 소비가 있어야 하는 곳이라는 반증이 될 터이다. 인사동의 스타벅스만큼은 아니어도 이곳의 스타벅스도 반갑지 않았다.

생각보다 규모가 큰 것 같지도 않았고, 밤이라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쇼핑 외에 별다른 컨텐츠가 있지도 않았지만 이국적인 야경을 즐기기엔 괜찮았던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