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겠노라 그저 벼르고만 있던 수원화성을 드디어 다녀왔다. 하지만....

수원화성을 간 날엔 48회 수원화성 문화제의 두번째 날, 님이 오시다의 날이었다, 이 날 정조대왕 능행차 및 시민 퍼레이드가 있어 교통 통제가 있었다, 그래서 버스가 다니지 않아 수원역에서 향교로를 따라 걸어야만 했다, 걷는 것은 그닥 문제가 될 것 없었으나 소음처럼 울려대는 음악소리와 엄청난 인파에 수원화성을 밟기 전에 녹초가 되버렸다.

수원향교를 지나 팔달문을 돌아 종로삼거리에서 잠시 퍼레이드를 보았다, 퍼레이드 행렬을 기다리는 시민들 뒷편에 밀려난 행사 참여자의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났다. 10월임에도 더운 날에 의관을 갖추고 활통까지 매고 서서 인파 뒤로 밀려났으나 그저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서있었던 이 사람에게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이 날은 화성열차도 운행하지 않아 열차도 타 볼 수가 없었다, 다만 화성행궁이나 성곽 입장료가 없다는 것이 이것만이 유일한 위안...
화성행궁 안에도 사람이 많아 정말 스쳐지나 행궁의 뒷동산에 올랐다. 미로한정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미로한정 주변과 화성행궁을 내려 보았다.



화성행궁엔 상설체험과 주말체험이 마련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상설체험에 사도세자 뒤주 들어가보기가 있다, 다른 것이 돈을 내야 하는 반면 뒤주 들어가보긴 무료이다. 무료라도 그닥 해 보고 싶지 않은 체험이다. 누가 생각해 낸 체험프로그램인지...

행궁을 떠나 화성으로 발길을 옮겼다,
화서문에서 장안문을 거쳐 연무대를 지나 성곽을 따라 다시 팔달문으로 갔다.

화서문은 수원 화성의 4대문 중의 하나이다. 팔달문, 장안문, 창룡문이 화서문과 함께 4대문을 구성하고 있는데 2011년 10월 현재 팔달문은 보수 중이었다. 거기다 툭 끊겨 남대문처럼 도로 한 가운데 섬처럼 있다.


화서문 근처엔 깃발들이 흰색 바탕에 청색글씨가 쓰여 있었는데 장안문쪽으로 가니 검정색 바탕 붉은 글씨가 새겨진 깃발이 있다. 아마도 동서남북 방위든 무엇이든 어떤 기준에 의해 각각 색을 달리하는 깃발이 세워져 있는 듯하다.
지금은 순시하는 병사들이 없으니 거칠 것 없이 그저 수원화성을 걸으면 된다.


장안문


성곽을 따라 걷다보니 쓰레기들이 곳곳에 보인다, 한 쪽에선 세계문화유산이라며 자랑질인데 한쪽에선 아무렇지도 않게 그곳에 쓰레기를 버리니 참 자유로운 나라이다.

화성을 따라 걷는 사람들이 참 많다, 옛스럽고 무엇보다 우리만의 특색이 되는 문화유산이 남아 있어 그것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은 참 멋진 일인 것 같다, 수원화성은 서울성곽보다 만나기 쉬운 점이 더 매력적인 것 같다.


화성을 따라 걷다 보니 눈에 띄는 건물이 보인다. 우리 것과 중국 것의 퓨전처럼 느껴지는 이 건물에  붙어 있던 간판은 모자박물관이었던 것 같다. 어찌되었든 특색있어 보여 재밌다.


수원천에 도달했다. 수원천을 굽어보며 화성행궁의 미로한정에 이어 두번째 긴 쉼을 가졌다, 요 부근에 수원화성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방화수류정이 있다.
수원천이 내려다보이는 이 곳도 좋다, 흰 새 한마리가 유유자적 물가에서 거닐다 날아올라 수원천을 따라 있는 나무에 올라앉는다, 그러더니 다시 날아올라 화홍문 뒷편으로 날아간다, 이 새야 말로 신선팔자를 타고 난 것이 아닌가 싶다.
수원천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미풍에 땀을 식히고 다시 출발..



연무대, 봉돈 등을 지나며 성곽을 따라 다 돌긴했지만 제대로 보고 오지 않았다, 초행길에 엄청난 인파에 기를 온통 뺏기고 난 후 만난 수원화성은 그저 피곤의 성곽이었던 것 같다, 찬찬히 조용히 둘러보러 언제 한 번 더 가보야 겠다, 이번에 둘러보지 못한 서장대 쪽도 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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