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4분기 일본드라마 안녕 나

40대 여자들의 이야기다, 여고동창생들.

 

카오루와 토모미는 소녀, 여고시절에 영원한 우정을 약속했다. 그리고 20년 후 그들은 몸이 바꼈다. 서로의 인생을 바꿔 살게된 두 사람은 친구와 마음과 비밀에 다다르게 된다. 여성의 본심과 진정한 우정 이야기....드라마 홈페이지에 실린 소개글이다 여기까지.

 

영화 8일째 매미의 나가사쿠 히로미의 이미지가 이 드라마의 호시노 토모미와 중첩되는 느낌이었다. 이시다 유리코는 얌전한 목소리와 외모와는 달리 친구의 남편과 불륜관계에 있는 거칠고 당찬 커리어우먼이다.

 

시청자로서 교감하기 어려운 고교시절 수학여행의 경험, 거기서 맹세한 영원한 우정, 강렬할 이유가 없을 듯해 보이는 사건이 마흔을 넘긴 두 여자 사이에 끈끈한 유대를 형성해 놓았다. 하지만 내가 네가 아니고, 네가 내가 아니다 보니 본심과는 달리 서먹한 관계가 되었다. 그러던 중에 여자의 직감으로 간파한 남편의 불륜, 그리고 그 상대가 고교절친 카오루. 그래서 그녀들 토모미와 카오루 사이에 다시 불이 붙었다. 그리고 .... 그녀들은 몸이 바꼈다. 어찌 이리 황당하고 진부한지.

 

드라마는 꽤나 흔한 소재들로 버무려 놨지만, 토모미와 카오루는 몸이 바뀌고 나서 각자의 생활을 체험하면서 친구의 진심과 비밀을 알아가게 된다. 그리고 서로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애정을 갖게 된다.

토모미의 남편이자 카오루의 정부인 요스케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인물로 보였으나, 그러한 류의 사람이 있을수도... 그는 아내인 토모미나 정부인 카오루를 모두 사랑한다. 아들에 대한 마음이나 아내와 정부의 또 다른 친구 하루코와 그녀의 아이들에 대한 태도도 선량하다.

 

몸이 바껴 그 사람이 되어 상대방의 생활을 해본다면 상대에 대한 이해도가 가파르게 치솟을 것 같다. 두 사람의 몸이 바뀜으로써 진정한 친구였으나 소원해진 그들을 다시 더 긴밀하게 이어줌은 물론이요, 토모미의 죽음 이후의 세상에 대한 준비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카오루에겐 그녀만의 삶의 방식에서 결핍될 것들을 채워지게 된다.

 

미묘한 이질감이 느껴지지만 그녀들의 이야기 속에서 중년이 된 여자들의 삶, 사람이 사람으로서 바라는 것들을 볼 수 있다.

 

Olivia Burrell이라는 여성이 부른 Love is라는 진중한 울림이 있는 삽입곡이 이 드라마를 무게감 있으면서도 따뜻한 이야기로 만들어 주고 있다. 일본사람이 신약성서의 고린도전서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곡을 만들었다는 점이 이채롭게 생각되나 드라마와 궁합이 잘 맞는다.

 

카오루와 토모미의 이야기는 설화와 비밀의 부채라는 영화를 상기시켰다. 드라마도 영화도 여자들의 이야기를 남자들이 참 섬세하게 묘사했다. 드라마의 각본과 연출이 남성이고, 영화는 웨인왕 감독이다. 드라마와 영화의 정보를 확인하기 전엔 여자들이 만든 여자들의 이야기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만큼 잔잔하고 섬세하다. 

 

설화와 비밀의 부채는 소피아와 니나의 우정을 보여준다. 영화 소개에 휴잭맨이 주연배우로 나오지만 그는 특별출연 정도이다. 솔직히 설화와 비밀의 부채는 매우 지루한 영화였다. 휴잭맨이 주연배우 자리에 올려져 있는 것이 납득이 되기도 한다. 영화는 라오통이라는 옛 소재를 빌려서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여인들의 진한 우정을 풀어간다. 곱씹어 보면 감동적이다.

 

토모미와 카오루, 소피아와 니나, 그녀들은 소울메이트였다. 영화도 그랬지만 드라마를 보면서도 그녀들이 부러웠다. 그 어떤 것에서도 서로를 품어갈 수 있는 우정을 나눌 친구가 있다면 인생의 온도는 참 따뜻할 것이다. 슬픔도 기쁨도, 인생 그 자체를 품어줄 수 있을 것 같은 우정,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고 영혼의 교감일 것이다. 이성에서 소울메이트를 찾는 것보다 동성에서 소울메이트를 찾는 것이 소울메이트 있는 인생을 살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