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셋째주 역사스페셜의 주제는 서동설화였다

백제사 최대 미스터리 - 서동설화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선화공주니믄/남그스기/얼어두고/서동 방으로 밤에 몰래 안겨 가다

이 짧은 향가 한 수가 후손들에게 미스터리가 되었다, 그와 동시에 새로운 문화 컨텐츠로서 영감을 주고 있기도 하다. 드라마 서동요는 물론, 로맨틱 코메디 뮤지컬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서동설화 미스테리의 요체는 서동이 누구냐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서동요와 무왕설화가 같이 검색되는 바와 같이 현재 통설에선 서동은 무왕이다. 하지만 학계에선 여러가지 정황 상 서동으로 짐작되는 왕은 무왕, 동성왕, 무령왕 세 명이 지목되고 있다. 과연 누가 서동이었을까?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고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미의식을 갖고 있었던 백제의 서동이 무령왕이라는 이유는 옛기록에 있는 무강왕때문이다, 그런데 백제엔 무강왕이 없다, 하지만  '강'자와 '령'자는 모두 평안하다는 의미의 글자로 서로 바꿔쓰는 것이 가능하므로 무강왕은 무령왕이라 해석하는 것이다. 또 다른 근거로는 전북 익산 미륵사 지 석탑에서 나온 사리봉안기에 '기해'년은 무왕 뿐 아니라 무령왕 시절에도 있었다는 사실이다. 미륵사 지는 그 규모를 볼때 백제 중흥기의 왕인 무령왕 시절에 이런 절을 건축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일응 타당해 보인다. 무령왕이 서동이라 주장하는 측에 의하면 무왕은 신라와 끊임없는 전쟁으로 국력 회복을 도모했다는 왕이라는 것이다. 계속해서 전쟁을 거듭하는 시기에 백제와 신라의 국혼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성백제시대가 끝나고 웅진천도를 한 이후 두 명의 왕이 암살당하고 일본에서 건너온 동성왕은 24대 백제왕이 되었다. 동성왕이 서동으로 지목된 이유는 문헌에 동성왕 시절에 신라의 이찬 딸과 국혼을 했다는 기록이 있었을 뿐 아니라, 당시 백제와 신라는 협력관계에 있었다는 시대적 배경을 근거로 하고 있다.
여기서 웅진시대의 왕인 동성왕이 서동이라면 전북 익산이 서동 설화의 근거지라는 점이 문제가 된다. 이것은 동성왕과 무령왕이 익산경영의 관심이 많았고 실제로 웅진시대에 익산이 해로의 관문이 되었다는 점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익산에 대한 두 왕의 관심은 천도 기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전북 익산 왕궁리에 왕궁지가 있다는 점도 설명이 될 수 있다.
동성왕을 서동으로 보는 또 하나의 근거는 일본 분고오노시에 전해지는 마나노장자 설화이다. 마나노장자는 숯 굽던 소년이 한 나라의 공주 다마쓰 공주와 결혼해 황금을 발견해 만석꾼이 되었다는 내용을 갖고 있다. 공주와 결혼하고 황금을 발견해 부자가 된다는 점이 서동설화와 닮았다. 실제로 일본 현지에서 이 설화를 연구하는 일본인들도 서동설화가 마나노장자 설화의 뿌리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왜 마나노장자 설화가 동성왕이 서동인 근거가 되는 것인가 하면 일본에서 마나노장자는 실제로 여겨지고 있으며 6세기 경의 인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7세기 인물인 무왕이 서동이라면 마나노장자의 원류인 서동설화가 마나노장자보다 후에 발생한 이야기가 된다. 모순이 생긴다. 하지만 동성왕이라면 이런 모순은 발생하지 않는다.

미륵사지 석탑 역시 서동이 무왕이라는 통설에 딴지를 걸게 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이 석탑의 양식은 이 땅에 존재하는 석탑 양식들보다 앞선다. 목탑이 석탑으로 넘어가는 시기, 즉 석탑 초기 양식이라는 점이다.

서동은 어떤 왕이었을까? 선화공주의 존재여부도 약간의 의문이 없지 않다고 봐야 될 것 같다.

지금까지 이 땅에 살았던 수 많은 사람들의 헤아릴 수 없는 감춰진 이야기들이 얼마나 많을까? 옛 이야기들 속에 담겨진 단서들을 하나 하나 찾아 꿰어가는 일이란 얼마나 멋지고 근사한지 모르겠다. 매력을 넘어서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이 땅의 이야기들을 제대로 연구하고 알아감으로써 우리의 정체성은 더 또렷해질 것이다. 수신료의 가치는 이런 일을 만들어가는데 일조할 때 제대로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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