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미술관

KARL LAGERFELD
WORK IN PROGRESS

샤넬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사진전

메일 속에 묻혀 있던 사진전 안내, 한 장의 사진이 인상적으로 다가와 햇볕 좋은 일요일 오후 대림미술관에 갔다



칼 라거펠트는 샤넬과 펜디의 수석디자이너로 사진사들이 찍은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아 자기가 직접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진사에게 자기가 생각하는 바를 말로 전달하여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내는 과정은 당연히 어려운 것 아닐까? 내가 말을 내뱉을 때 내 속의 이미지나 생각이 완전한 모습으로 말이란 형태로 나오기 어렵다. 그런데 내게서 나온 말은 상대와 나 사이의 공간을 지나 상대의 귀를 통하고 뇌에서 해석된다. 그러니 자기가 생각하는 이미지를 얻어내기 어려웠겠지


처음 그의 모습을 보고 데이빗 보위를 생각했다, 마치 팝스타 같은 아우라의 이 사람에 대한 느낌은 오만함이었다. 누가 봐도 성공한 사람으로서 자기 인생에 대한 자신감을 누가 나무랄까만 거북하다. 
미술관에 마련된 공간에 적혀있는 그의 말들은 일견 뭔가 있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내겐 오만함으로만 다가왔다, 한번 엄습한 느낌이 완전한 지배체제를 굳힌 듯 싶다.  


그래서인지 그의 사진들은 인상적이지만 피사체들이 아름답기 때문에 나온 결과물이라는 억지스런 결론을 맺었다. 그럼에도 그가 매우 감각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다. 자기모순이지만 말이다.

그의 사진 속 인물들은 80% 이상이 표정이 다 거기서 거기다. 다들 쉬크해 보이는 듯하지만 무심하고 무료해 보이기도 한다. 명품이란 것이 그런 일면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전시회를 한바퀴 둘러보고 나오면서 사진이란 결국 감각이 관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카메라라는 기기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다양한 효과를 활용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카메라를 쥔 사람의 시선이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커졌다. 구도가 말해지는 것도 그 일환이 아닐까 싶었다. 사진에 대해서 짧은 시간 생각한 주제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시건방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까지 생각은 그렇다.


전시회를 보는 사람들, 사진을 사진으로 담는다, 나도 담아오긴 했지만 그 모습이 사뭇 재미있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