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좋은 10월의 일요일 오후, 국립중앙박물관은 가을 풍경 속으로 이미 들어가 있었다. 눈에 보이는 모습을 기록해 두려 카메라를 꺼내니 카드가 없다며 삑삑 거린다, 아뿔사... 컴퓨터에 꽂아 둔 sd카드 생각이 그제야 난다. 결국 눈으로 담고 마음에 품기로 했지만 잘난 스마트폰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결국 몇 장 찍고야 말았다


이날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이유는 2011년 기획특별전 초상화의 비밀 THE SECRET OF THE JOSEON PORTRAITS을 엿보고자 함이었다.


하늘과 땅, 인의예지, 자아와 일상, 새로운 눈 사진이라는 소주제로 초상화들을 구분하여 전시하고 있었다.

하늘과 땅에선 어진에 대한 방영하는 영상을 통해 우리한테 남아있는 조선왕의 어진이 세 점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태조어진, 영조어진, 고종어진이 그 주인공이다. 철종의 어진도 있으나 불에 타서 온전하지 않다.
전신을 담은 태조어진은 1409년에 그려진 것이라 하니 이미 600년의 세월을 견뎌낸 것이다. 지난 여름 만났던 전주 경기전의 태조어진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600년의 세월 안에는 손흥록 같은 사람들의 노력과 의지가 있다. 그것을 지켜냈던 사람들이 있었음을 기억해 두어야 할 것 같다.

윤두서의 자화상은 너무 유명하여 식상할법도 하지만 그림이 뿜어내는 강렬함에 식상함이란 말이 무너져 내린다.




역사스페셜에서 윤두서의 자화상에 대해 방영한 적이 있다. 그림은 정교함 그 자체였다. 윤두서의 그림의 정교함은 도드라지지만 혼자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조선시대 초상화들을 들여다보면서 그 세밀함과 정교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초상화 속 인물들은 하나 같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비슷비슷한 스타일인 듯 하지만 사람마다의 특색들이 어찌나 정교하교 담겨 있는지 마마자국, 주름, 수염모양...그림을 보면서 숙연해지기조차 했다. 속눈썹이 정성스레 그려지기도 하고, 옷에 있는 매듭, 주름하나는 물론 입고 있는 옷감결에 실린 무늬까지 자세히 그려져 있는 것을 보고 그저 입이 벌어질 뿐이었다. 

작은 것 하나 하나, 허투로 하지 않은 화공들의 결과물 앞에서 대강대강 설렁설렁 사는 자신의 삶의 태도를 조금은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마저 생겼다. 

전시는 주로 우리의 그림들이 주를 이루었고 간혹 중국과 일본의 그림을 만날 수도 있었다. 일본의 가주지 츠네하야 초상을 보면 거뭇한 수염자국이 그려져 있는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삼국 초상화의 공통점은 정교함과 사실적임이지 않을까 싶다. 삼국의 차이점은 외국인이 그린 우리나라 사람 그림을 보면 느낌이 확 올 것 같다. 화풍의 차이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중국의 초상 중에 先世圖가 흥미로웠다. 몇 대의 조상을 세대별로 줄을 바꿔 그려놓은 그림을 보면서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터넷에서 선세도를 쳐보니 꽤 여러 그림이 보인다. 중국에선 그다지 재밌는 그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위의 선세도는 전시된 것이 아니라 넷상에서 찾은 것이다. 전시된 그림도 저런 느낌이다.

우리 초상화를 보면서 우리가 모자의 민족이라 불렸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양한 모자가 등장한다. 비슷해 보이는 관모도 시대별로 높이가 다르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이인상의 검선도이다. 무엇을 쓰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천을 그저 두른 것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에 한참을 들여다 보고 서있었던 그림이다.


자주 만날 수 있었던 선비 스타일을 하고 있는 송시열, 음...그런데 참 못생겼다 송시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원숭이라 불렸다는데 그에 못지 않은 얼굴이지 않나 싶다, 대학자의 근엄함보다는 약간 희화적인 느낌에 풋하고 웃고야 말았다.


왼쪽 아래의 정약전의 초상화는 중국풍의 초상화이다. 저렇게 야외에서 서있는 사람을 그리는 것이 중국 스타일이라고 한다. 경향을 포함한 전문적인 것을 떠나 정약전의 초상은 비슷한 초상화들을 보다가 만나서인지 모르겠지만 눈에 확 띄었다.

옛스러운 동양화를 접하다 만난 서양화가들의 그림이 오히려 신선하고 낯설어 보였다. 하지만 장우성의 화실은 완충지대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배운성의 가족, 일제시대 갑부집 가족은 저랬나 보다. 생뚱맞지만 ... 개는 역시 가족이다. 그리고 왼쪽 끝에 화가 자신도 있다. 그 집의 집사였다는데 독일 유학을 가서 그림을 배웠다. 소설같다.



신숙주와 이시애의 난에서 공을 세웠다는 아무개의 초상도 만날 수 있다. 드라마의 힘은 크다. 반갑게 들여다 봤다. 이효정과 너무 다른 신숙주.... 공주의 남자 기억은 언제까지 갈까?

논개와 이순신의 초상은 비교적 최근에 그려진 것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확실히 구분이 된다. 옛 사람과 현 시대의 사람의 눈 구조가 달라졌을리는 없겠고 아무래도 세월따라 유입된 문화가 만들어낸 차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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