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하우스 펴냄
오경아 지음
잡지, TV, 책 등 종이 매체, 인터넷 등을 기웃기웃 하다 보니 듣는 풍월이 적잖다. 그 풍월에 의하면 영국엔 정원가꾸기가 소위 국민취미란다. 거국적인 취미활동으로 이루어지는 영국의 정원이 궁금하다. 그래서 집은 책이 영국 정원 산책이다.
영국 정원하면 우선적으로 피터 그리너웨이 감독의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이 떠오른다. 영화는 잘 이해하지 못했지만 영화의 분위기, 분할된 화면 속의 영상들은 강렬했다. 그 강렬함에 이끌려 감독의 다른 영화 필로우북도 봤더랬다. 역시나 강했다. 하지만 보는 내내 힘들었다. 그래서 감독의 또 다른 유명영화 요리사, 도둑, 그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정부는 보길 포기했고 그 이후에도 그의 영화는 보지 않고 있다. 이런 것도 선입견이라 할 수 있겠지. 그의 영화는 힘들다....라는
영국 정원 산책에서 만난 영국 정원들은 살인 사건을 떠올리게 하기 보단 TV 만화 영화들과 제인 오스틴의 소설들을 생각나게 했다. 그리고 세상이 돌아가는 속도에 피곤한 우리들에게 필요한 것 중의 하나가 정원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그닥 신통방통하지 않은 깨달음.
디지털 세상의 속도전에서 잠시 분리되어 있을 수 있는 공간, 정원. 그러나, 정원이라는 말에 정원을 가꿀 수 있는 집을 사려면 도대체 얼마가 있어야 하나 계산기부터 두드리거나 잠자기도 바쁜데 무슨 정원이야 라는 생각이 앞의 깨달음과 함께 무섭게 달려든다.
일본드라마 결혼하지 않는다의 등장인물 중 한명이 정원디자이너였다. 그 정원디자이너의 깨달음은 한송이 꽃도 자신만의 '정원'이 될 수 있다였다. 날마다 찾아오는 교수를 통한 깨달음이었지 아마.
그러므로 드라마 속 정원디자이너의 깨달음에 따른 정원이란 고가 주택 마당에나 있을 법한 것은 아니고 창가에 놓은 화분 몇 개만으로도 된다는 말이렸다. 동네 집집마다 화분과 화단이 있다면 동네가 나의 정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일 터. 어쩌면 지하철과 버스를 비싼 나의 차라고 너스레를 떨고 다니는 듯한 느낌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담장을 타고 피어난 넝쿨장미, 담보다 훌쩍 큰 목련나무의 소담스러운 목련, 향긋한 수수꽃다리를 심은 집들이 줄이은 동네는 정말 정원같다. 종종 집밖의 화단에 봉선화랑 이런저런 키작은 꽃들이 예쁘게 심겨 있다면 금상첨화다. 예전에 우리동네가 그랬다. 그래서 봄이오고 여름이 되면 햇볕이 따가워도 걷고 또 걷고 싶었더랬다.
그런데 정원디자이너와 조경사는 다른 직종인가? 거창하게 디자이너나 사를 붙이지 않아도 정원을 가꿀 수 있다, 모두가 다 알다시피.
책에 따르면 처칠은 정치를 하지 않을 때 그림만 그린 줄 알았더니 정원을 설계하고 꾸몄다고 한다. 처칠이란 사람은 풍성한 삶을 살다 갔다. John Brooks, Joseph Paxton, Gertrude Jekyll, Lawrance Johnston, 이 사람들은 처칠과 달리 본업이 정원디자이너였던 사람들로 꽤나 유명한 것 같다.
저자는 한국에 영국같은 정원이 없는 것이 안타까운 것 같다. 인터넷에서 oriental garden을 검색해 보면 일본과 중국의 정원이 대부분이다. 특히 일본식 정원은 단연코 동양 미의 진수인양 보여지기 조차 한다. 더구나 일본의 작정기(作庭記)란 세계 최초로 정원 조성법을 기록한 책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저러해서 우리에겐 정원이란 존재하지 않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소쇄원이나 창덕궁의 후원 등을 보면 우리 조상들에게 정원이란 담장안에 인위적인 풀나무 가꾸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담장 밖의 자연이 정원이었던 것 같다. 그 멋진 자연 속에 정자를 세우고 거기서 '정원'을 즐기는 것이다. 발상과 개념 자체가 다른 것이다. 이런 것들을 잘 포장해 내놓는 능력, 우리가 할 일은 아마도 그런 능력배양일 것이다. 요즘 한다는 순천국제정원박람회는 잘되고 있나 모르겠다.
책에서 작가는 영국 정원을 만든 요소로서 시간을 꼽을 수 있다고 했다. 할머니, 어머니가 가꾸던 정원을 물려받아 가꿔가는 중에 시간만이 덧입힐 수 있는 분위기와 풍성함이 스며든 정원들이 만들어졌다 한다. 이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흐르는 시간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같은 느낌. 우리같이 모든 것을 새 것으로 대체하려고 부지런떠는 이들은 받을 수 없는 선물.
영국, 정원, 산책....sally garden이 생각난다. sally garden을 지나 내 사랑과 만났어요. 아, 영국이 아니라 아일랜드인가? 영국사람이 부르는 sally garden을 듣자, 이안 보스트리지의 sally garden.
Chatsworth Ga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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