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도 걸어를 재미없게 본지라 이 영화도 그다지 보고 싶지 않았으나 오다기리죠를 보자는 취지 하에서 본 영화이다.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런데, 의외로 즐거웠던 영화.

 

이 영화는 오다기리죠 아들로 나오는 두 형제와 이들과 어울리는 꼬맹이들의 성장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아이들의 성장을 그리는데 일본에서 꽤나 알려진 어른 배우들이 조연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오다기리죠는 이 영화에서 약간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영화에서 그려내는 일상생활에 안어울린다고나 할까? 저 포스가 일반풍경 속에 묻힐리가 없잖아.

그래서인지 아들로 나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영화 상의 너희들 아버진 아무래도 성형수술을 한 것 같구나라는 말을 해 주고 싶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못생겨서 싫다는 이야긴 아니다. 보통 아이들의 모습일진데 하도 예쁘고 잘 생긴 것들만 매체를 통해 보다 보니 오히려 영화 속 이 평범한 외모의 아이들이 낯설다고나 할까

 

부부가 같이 할 수 없어 가족이 찢어졌다, 엄마와 함께 한 형은 싸우고 지지고 볶아도 네 식구가 모여 사는 것이 화산폭발로 동네가 쑥대밭이 되어서라도 이루고 싶은 '기적'이다.

영화 결론을 떠올려 보면 동생보다 형이 명확히 성장했다고 볼 수 있겠다,

우직하지만 아직 아이의 모습을 갖고 있는 형과 아이다운 천진함을 가졌지만 호탕하고때론 영악, 발칙한 동생, 영화 속 이 아이들의 캐릭터가 성장한다면 어떤 모습의 성인으로 살아갈까 궁금해진다. 나의 상상력의 한계 내에서 상상해 보면 이렇다, 형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의 삶의 터전이었던, 이젠 자기가 성장했던 그곳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소시민으로 공무원이나, 장인 같은 것을 하면 아주 딱일 것 같다, 그것이 그 아이의 '세계'여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동생은 자유분방하게 많은 친구들 속에서 왁자지껄하게 살아가는 성인이 될 것 같다. 매니저, 음반 기획사 같은 곳의 영업 또는 홍보담당 같은 일, 아주 잘 어울리기도 하고 잘 할 것도 같다. 

 

이 영화의 일본어 제목은 기적, 영어 제목은 I wish이다. I wish 기적, 감독의 생각은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영화가 말하는 기적이란 것은 바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바라는 일은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으니 '기적'이라 불러도 손색은 없을 것 같다.

영화를 보며 내가 느낀 기적은 아이들이 각자의 상황에 적응해가는 것이었다. 숱한 인연의 끈도 기적일 것이다. 메구미에게서 가출한 딸의 모습을 보며 짧은 순간이나마 쓸쓸함을 달랠 수 있었던 노부부를 보면서 인연이 기적이라는 나의 정의에 대해서 자족했다. 그리고 슬쩍 드는 생각은 메구미가 그 노부부의 진짜 손녀일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다.

 

인생의 일상은 무한반복은 아니다. 가끔 뜻하지 않는 일도 만나고 무겁게 짓눌려오는 인생의 무게가 버거워 다리가 후들거리기도 한다. 그래서 기적이, 우리가 바라는 것이 이루어질 지도 모른다는 바람이 후들거리는 다리로도 지탱해 갈 수 있게 해 주는 지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오월의 미풍같은 상쾌하고 훈훈한 공기를 마음에 담아보고 싶은 이들을 위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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