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7월 2일~10월 20일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이슬람의 보물 알사바 왕실 컬렉션

 

ART FROM THE ISLAMIC CIVILIZATION

from The al-Sabab Collection, Kuwait

 

이 전시는 한국과 쿠웨이트 수교 30주년(아마도)을 기념하여 쿠웨이트의 알사바 왕실이 수집한 이슬람 미술 작품 중에서 367점을 전시하는 것이라고 한다.

 

전시소개에 따르면 8세기부터 18세기까지 이슬람 미술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하였고, 이슬람 미술의 주요 특징인 아랍어 서예, 기하학 무늬, 아라베스크를 중심으로 이슬람의 형상 표현과 화려한 보석 공예품을 소개하고 있다.

 

 

 

8-10세기의 이슬람 미술은 비잔티움 제국과 사산 왕조 페르시아 등 주변 지역의 영향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사산조 페르시아,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 이후로 이날 전시회에서 설명글을 읽기 전까진 까맣게 있고 있던 말이다.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이 시기의 이슬람 유물은 서양문물의 그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긴 하였다.

 

11-13세기에 걸친 이슬람 미술 작품들로 여러 점의 주자와 향수병 등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들을 비롯하여 주제별로 전시된 작품들은 섬세함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서 죽을 것만 같은 솜씨들이다.

 

 

금대야이다. 용도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저 대야가 만들어진 당시에는 얼마나 눈부셨을까 싶은 것이 이슬람 권력가들의 부와 권세의 위용이 참으로 대단했던 듯하다.

 

지금은 내전에 얼룩지고 15초 꼴로 난민이 발생한다는 시리아는 14-15세기에는 이집트와 더불어 아랍-이슬람 문화 중심지였다 한다. 이 시기에 몽골의 영향으로 동양의 미술 양식이 도입되기도 하였다 한다.

 

16-18세기는 이슬람 미술의 전성기로서 이란의 사파비 왕조, 인도 무굴 제국, 터키 오스만 제국이중심을 이루었다 한다. 낯설지 않은 이름들이다, 무굴, 사파비, 오스만....

 

 

천문관측기구인 아스트롤라베라고 한다. 황동으로 만들어진 이 기구는 이란 이스파한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만든 사람의 노고가 절절히 느껴진다.

 

터키문명전에서도 이슬람 서예를 전시했는데 이번 전시에서도 별도의 전시구획을 할당해 이슬람 서예를 소개하고 있다.

서예는 이슬람 미술의 본질적 요소라고 하는데 쿠란 전파와 관계가 있다고 한다. 전시된 쿠란들을 보면 이들이 쿠란에 들이는 정성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쿠란 보관함 역시 이들의 종교적 열심이 대단함을 잘 보여준다.

이슬람의 서체는 쿠픽체, 나스흐체, 술루스체 등이 있다고 하는데 이번 전시에서 나스흐체가 가장 많았다. 

 

 

이 전시에서 만난 도자기들은 KBS스페셜 도자기를 상기시켰다.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한번 보았다고 전시된 도자기들이 달리 보였다. 조금 거창한 감이 없지 않으나 배경지식이라는 것이 이래서 중요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대부분 인도 무굴 제국의 것이라는 보석 공예는 화려함이란 이런 것이구나를 보여주는 듯 했다. 각종 보석으로 만든 귀걸이, 목걸이, 장식품, 단검 등등.

그 중에 한 단검에서 눈을 떼기가 어려웠다. 갖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단검이다. 금, 옥, 사파이어, 다이아몬드, 루비, 에메랄드 등 각종 보석이 박힌 단검, 유사 시에는 누군가의 목숨을 앗을 수 있는 단검. 칼맞은 자가 보석으로 장식된 단검에 찔렸다며 행복해 하며 죽을 수 있을까.

 

너무나 예쁘고 섬세한 솜씨가 돋보이는 작은 용기가 있었다. 타구라는데 설명을 보니 가래를 뱉는 용기란다. 당시 왕족과 귀족들의 삶에 화려함 이면의 백성들의 피와 땀을 떠올라 그 아름다움에 씁쓸함이 느껴졌다.

 

아라베스크, 피아노를 배우면 아라베스크라는 곡을 칠 기회가 있다. 이래저래 아라베스크라는 말은 그렇게 낯설지 않다. 그 낯익은 아라베스크란 꽃과, 잎사귀, 식물 덩굴 등이 어우러진 무늬를 말한다. 아라베스크는 피아노 곡의 심상과 어느 정도 일치하나.....

 

 

이슬람, 이 화려하고 섬세한 문화는 여백의 미 따윈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무엇이든 빼곡히 장인의 솜씨가 발휘되어 있어서 한참을 보고 나면 숨이 차오른다. 한국인의 DNA가 강렬한 것일까.

 

조금 힘들어지기 시작할 무렵 시선을 잡는 것이 있었다. 사암으로 만든 가리개이다. 역시나 빈틈없이 기하학 무늬가 반복되어 있지만 바라보고 있노라면 안정감이 있다. 문양 틈 사이를 거친 빛이 바닥에 만들어내는 그림자도 근사하다. 햇빛이 통과했을 땐 더 멋지겠지.

 

 

여기저기 카메라 셔터 누르는 소리를 끊임없이 투덜거렸는데 이 사암덩이 앞에서 결국에 나도 휴대전화 카메라를 쓰고야 말았다.

 

 

이슬람 종단 지도자가 남긴 교훈으로 이슬람의 보물 알사바 왕실 컬렉션 전시는 마무리된다.

 

남에게 친절하고 도움 주기를 흐르는 물처럼 하라

연민과 사랑을 태양처럼 하라

남의 허물을 덮는 것을 밤처럼 하라

분노와 원망을 죽음처럼 하라

자신을 낮추고 겸허하기를 땅처럼 하라

너그러움과 용서를 바다처럼 하라

있는 대로 보고, 보는 대로 행하라

 

그러나.... 저 가르침보다는 전시품 중에 있던 숄에 새겨진 시가 울림이 있었다.

 

사랑할 때 열망에 가득 찬 나의 심장은 행복에 겹네  

떨어져 있을 때 연인을 향한 갈망 속에 내 영혼이 기뻐하네 

내가 당신과 다시 만나길 지체한다면 

단지 이별의 고통이 기쁨의 근원이기 때문이라네

 

당신으로부터 심장이 (...?) 한다면 (...?)은 보물이네 

당신과 함께 하는 내 영혼은 보물처럼 지켜질 것이네 

당신이 내 심증을 엮어서 만들어 주었네 

내 심장의 슬픔이 보물 이야기를 해줄 것이네 


언제까지 내가 연인을 생각하며 슬퍼해야만 하는가?

언제까지 '생명의 물'을 꿈꿔야만 하는가? 

오, 지혜의 바퀴여, 바미얀으로 나를 돌려보내주오 

언제까지 나는 동반자 없이 슬퍼해야만 하는가? 


언제까지 내 사랑을 숨겨야만 하는가? 

언제까지 이 시장이 아파하고 슬퍼해야만 하는가? 

언제까지 당시의 노예가 이별의 고통에 시달려야만 하는가? 

언제까지 당신과 나의 영혼이 무관심하게 지내며, 

내가 부서진 심장의 무게를 견뎌내야만 하는가? 


장미 같은 뺨(...?)을 가진 연인이여 

당신은 한없는 아량으로 나를 파멸시켰네 

당신은 슬픔 없는 곳에 있고, 나는 영혼을 위한 (...?) 이네

당신을 보며 나는 평화를 얻네 


나의 고통은 시간이 갈수록 깊어가네

당신이 엄격한 사람이라면 나는 크게 질책을 받아야 하네

나 자신을 용서할 수가 없네

신이여 원컨대 나를 용서하소서, 오, 신이여! 


무엇을 해야 하는가? 나는 당신의 사랑스런 얼굴이 보고 싶어 잠들 수 없네 

무엇을 진정 해야 하는가? 나의 입술을 걱정으로 봉해졌네

나는 당신에 대한 갈망으로 미쳐가네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나는 이런 고통을 더 이상 참을 수 없네


(역설적으로) 잘 되었네! 당신의 얼굴은 수백 명의 영혼에 안식을 주네

말 없는 당신의 입 속에서 설탕은 소금으로 변했네

수천 개의 비책으로 가득 찼던 이 마음은

다시 슬픔으로 넘쳐나네


오, 당신의 루비 빛 입술은 풍족한 광산이라네

(...?) 위의 사과가 (...?)가 되었네

 어떠한 연인도 당신과 비교할 수 없네

나는 슬픔을 누를 수 없네


- 마니제 바야니(Maniieh Bayani)와 무함마드 알리(Muhammad Ali) 번역

이번 전시를 가면서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지하철이다. 이촌역 2번 출구 공사는 지하철에서 국립중앙박물관까지 이어진 지하도 만들기였나 보다. 안내도를 비롯해서 중간 중간 긴 의자도 있고 썩 좋다. 긴 통로의 벽들에는 은은하게 이 길이 박물관 가는 길임을 보여주는 그림들을 보여주고 있다.

 

 

 

 

잘 정돈된 지하도를 따라가 지하철을 타고 가까운 이태원에 가서 요기를 했다. 이태원의 꽤나 유명한 맛집 쟈니덤플링, 반달군만두와 홍합만두국을 먹어보니 썩 괜찮다. 새우물만두를 먹으러 또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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