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일본 애니를 보았다. 일본 우익들이 난리 난리 치고 있고 일본의 혐한 기류 등을 생각하면 이런 식의 일본 문화 소비가 경각심을 갉아 먹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마음 한 구석에서 쑥쑥 자란다. 그런데 만화만큼은 그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랜만에 본 일본 애니는 케이온이다. 네 컷 만화에서 시작한 공기계, 혹은 일상계 애니이다. 남자 작가가 여고생들을 이렇게나 소소하게 그려냈다는 사실이 좀 징그럽긴 하지만 작가의 성별을 모른다면 소소한 여고생들의 일상을 따라가며 그야말로 소소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히라사와 유이가 이 만화의 주인공이다. 나카노 아즈사와 함께 개인적으로 이 애니에서 호감도가 낮은 인물인데 말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인물은 고토부키 츠무기이다. 일명 무기짱. 리츠나 미오 같은 친구가 있어도 썩 재미있을 것 같다.

 

 

케이온 시리즈는 사쿠라코 고교에 입학한 유이, 리츠, 무기, 미오가 경음악부로 모여드는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1학년, 2학년, 3학년에 걸친 3년간의 고교생활을 그리고 있다. 어찌보면 참으로 시시껍절하다. 그렇게 시시껍절한 듯한 이야기들을 일본의 애니, 드라마, 영화 전반에 걸쳐 수시로 담아내고 있고 그 중에는 나름 재미있는 것들이 존재한다. 때론 그 소소하고 시시한 것들이 소위 말하는 '힐링'의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고.

 

유이, 리츠, 무기, 미오에 이어 경음악부에 들어 온 나카노 아즈사, 이들 다섯 명은 본인들의 입으로도 말하지만 '인생의 낭비'라고 말하는 시간들을 보내며 끈끈한 연대감을 형성해 간다. 팀 활동에서 팀원들의 관계가 기여하는 역할에 대해서 은근히 역설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면 조금 과장하는 것일까?

 

네 명이 함께 할 시간을 늘려가도록 도와주는 사와코 선생님의 존재감도 만만치 않다. 사와코 선생님이 자신의 집에 불쑥 찾아와 감기 걸린 선생님을 살피겠다며 이것 저것 하는 아이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시선, 그리고 그 아이들이 다 담긴 사진을 쓰다듬는 손길은 일본 만화에서 심심찮게 보는 독특한 캐릭터만으로 보였던 사와코에 대한 애정도를 증가시키는데 부족함이 없는 장면이었다.

 

케이온 대학 이야기는 언제쯤 애니로 만들어질까 기다려진다, 솔직히. 청춘의 유쾌함이 연속적으로 박힌 이 애니 마음에 든다. 일본적이지만 거부감 없다. 그래서 힘이 있는 것이겠지만.

 

미오의 4차원적인 정신세계도 마음에 들지만  방과후 티타임이란 이름의 이 아이들의 밴드가 부르는 노래도 참 귀엽다. 특히나 '밥은 반찬'이라는 곡이 재미있고, 혼자 남게 되는 후배를 위해 불러주는 '천사와 접촉했어'가 예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