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부작 스페셜 도자기

 

1부 흙으로부터

2부 신비의 자기

3부 이슬람의 유산

4부 청화의 제국

5부 도전의 세기

6부 문명을 넘어

 

도자기 6부작이 개인적으로 누들로드 보다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누들로드의 경우 전편과 반복되는 부분이 많아 편수를 줄여서 편성하는 것이 훨씬 촘촘하고 탄탄해 보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면, 도자기는 빡빡하지 않으면서도 도자기라는 문명의 이기에 담긴 역사를 잘 훑어 볼 수 있었다. 6부에서 지금까지의 흐름을 살짝 정리해 주면서 현재 도자기가 갖는 의미로 결론을 맺어 주는 점도 좋았다. 초등 고학년과 중학생을 위한 시청각 교재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가장 흔한 재료로 만드는 가장 귀한 것, 그것이 바로 도자기이다. 도자기는 우리 주변에 깔린 흙으로 만들어 불로 구워내서 만든다. 흙을 빚어 불로 구워낸다고 도자기의 생산과정을 간단히 정리할 수 있지만 도자기 제조는 결코 녹록치 않았다. 이 녹록치 못한 일을 중국이 가장 먼저 이루어 낸다. 그리고 그 중국 자기는 유럽을 비롯한 세계를 열광시키고 중국 자기를 소유하는 것은 부의 상징으로 특별한 계층에 속해 있음을 과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도자기의 발전사 속에는 인류의 문명교류사가 담겨 있다. 중국의 청화백자에는 이슬람의 문화와 코발트를 이용한 물감기술이 담겨 있다. 유럽은 중국문화 열풍에 휩싸이기도 하고, 후에 일본 자기가 부상했을 때, 일본 자기를 포장하던 우키요에는 유럽미술에 영향을 미친다. 고흐는 우키요에를 복사하기도 했고 세잔은 일본 정원을 만들어 그리기도 한다. 자기는 유럽의 식탁문화에도 큰 변화를 일으키기도 했다.

 

중국의 자기를 수입해서 소비만 하던 유럽인들은 중국의 자기 기술이 갖고 싶어진다. 그들의 자기에 대한 열망 및 욕망은 결국에 유럽 자기를 만들어 냈고 그로 인해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그리고 중국의 자기는 더 이상 유럽인들을 열광시키지 못했다. 유럽에서 만들어진 자기들이 중국의 자기보다 비싸게 팔리며 중국의 자기는 더 이상 상류층을 위한 것이 아니고 유럽의 중, 하류층 사람들을 위한 것이 되버린다. 

 

중국 자기가 가치가 하락하는 반면, 일본 자기는 유럽의 자기들보다 비싸게 팔리는 유일한 것이었다. 우리가 알다시피 일본의 자기 기술은 임진왜란 때 끌고 간 조선 도공들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조선 도공들을 끌고간 일본은 조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기들만의 자기를 만들어냈고 중국 내 불안을 계기로 일본 자기는 중국 자기를 대체한다. 그리고 일본은 자기 기술을 바탕으로 벌어들이는 돈으로 메이지유신을 이끌어 냈다. 

 

다큐는 현재도 자기 기술은 최첨단 기술이라는 결론으로 마무리된다. 자기는 우주기술에 여전히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 다큐를 보면서 우리의 자기는 상감기법이라는 독창적인 기술을 만든 적이 있었고, 우리의 옛 자기가 크리스티경매에서 자기 경매 사상 최고가로 팔린 것에 자위하고 있는 수준이라는 생각을 했다. 일본이 우리 도공들을 끌어가기 전 중국과 더불어 자기 기술을 갖고 있던 몇 안되는 나라였으므로 조선은 세계 속의 자기의 나라가 될 수도 있었다. 고로 일본이 나쁜 엑스엑스들이다라는 의도는 아니다. 그들은 우리 도공들을 데려다 그들이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도록 뒷받침했고 그들만의 것으로 발전시켰다는 점들을 인정한다.

 

중국은 옛 명성을 잃었고 후발 주자였던 유럽이 현재 자기 시장의 대세이다. 영국의 본차이나를 비롯해서 덴마크 코펜하겐 자기 등의 인기를 생각해 보면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원조가 아류를 역수입하는 현재의 상황들은 마치 경쟁심과 욕망이 발전을 만드는 것이라 말하는 것도 같다. 그리고 유럽이 앞선 것을 수용한 이후 끊임없는 재창조의 노력이 지금을 만들었다는 점을 주목하게 된다. 도자기의 역사는 필요가 창조의 모태이고 모방이 창조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럽 자기는 응용력이 만들어내는 풍성함을 생각하게 한다. 기존의 것을 가지고 재창조해내는 것. 사실 해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부단히 재창조해냄으로써 우리를 풍성하게 만들어 간다.

문명 교류로 모방과 재창조를 하면서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자신만의 색깔을 갖는 것, 자기다운 것이 가장 빛나고 아름다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