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국립중앙박물관을 들렸다. 표암 강세황 탄신 300주년 기념전시회를 둘러 보러 발걸음을 옮겼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피서하기 좋은 공간인 것 같다. 오전에 느긋하게 도착해서 박물관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차한잔하고, 쉬엄쉬엄 상설전시관을 둘러 본다. 아직 여력이 있으면 기획전시실에 들러 기획전시를 둘러본 후에 밖에 있는 매점에서 시원한 뭔가를 사들고 연못가 그늘이 있는 어느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물가의 청량함을 즐기는 거다. 그리고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즈음해서 천천히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표암 강세황 전시회에는 오후에 갔다. 어지간히 사람들이 빠진 상태에서 전시회를 둘러 보았다. 

 

조선후기 대표 화가 강세황姜世晃(1713~1791)의 탄신 300주년 특별전에는『표암유고』등 집안에 대대로 전해 오는 유물들과《송도기행첩松都紀行帖》등 산수화, 초상화, 사군자화 등 그의 대표적인 작품을 망라하였으며, 그가 글을 남긴 다른 화가들의 작품도 선별하여 총 103점의 유물이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시서화詩書畫 삼절三絶’, ‘18세기 예원의 총수’로 알려진, 강세황의 예술 세계를 재조명함으로써, 강세황을 통해 화려하게 꽃피운 조선 18세기 예술계의 역동을 살펴보고자 함이라 한다.   
 
표암 강세황은 단원 김홍도의 스승으로 알려진 조선시대 문인화가로서 개성 지역을 유람하고 제작한 《송도기행첩》의 화가로 잘 알려져 있기도 하다.

또한 그는 예술에 대한 재능과 열정, 지적인 탐구를 바탕으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일구었으며, 문예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안목으로 비평가로서 업적을 남겼다. 그의 활발한 활동과 탁월한 안목은 임금에서부터 궁중의 화원, 재야의 선비에 이르기까지 문예를 매개로 신분과 지위를 넘나드는 네트워크 형성을 가능케 했다. 이 네트워크는 개별적 교유交遊를 넘어, 함께 예술의 지향을 공유하는 물줄기가 되었다. 강세황은 18세기 예술계의 역동을 이해하는 데 빠져서는 안 될 화가다.

 

전시는 총 6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첫 주제는 ‘문인화가의 표상’으로 강세황 초상을 모아 놓았다. 보물 590-1호인 강세황의 자화상도 볼 수 있다.

 

  

 

 

강세황은 명문가 출신이면서도 출세를 포기하고 살았고, 61세에 뒤늦게 시작해 말년에는 남부럽지 않은 출세길을 달렸다.  

 

두번째 주제는 ‘가문과 시대’로서 강세황의 일생을 소개하고 있다. 관직 임명 교지敎旨, 각종 필묵들, 유고遺稿 등을 볼 수 있다.

 

 

‘삼세기영지가三世耆英之家’, 김정희가 쓴 것으로 강세황 가문의 위상을 칭송하고 있는 글씨다. 안목, 식견과 상관없이 추사 김정희의 글씨는 도드라진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예전에 그를 소개하는 방송을 통해서 김정희의 끊임없는 글씨쓰기 연습을 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끈질기고 성실한 연습이 서예 문외한들에게도 감명깊은 글씨들을 써낼 수 있는 힘이었다는 점. 전시회 그 날의 교훈.

 

세번째 주제는 ‘문인의 이상과 꿈’이다.  그와 교유했던 여러 문사들, 그가 만난 화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네번째 주제는 ‘여행과 사생’으로 강세황의 풍경화들을 볼 수 있다. 강세황은 “진경산수는 그곳을 가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그 속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그림”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다섯번째 주제는 ‘다양한 화목, 청신한 감각’으로 봉숭아, 해당화 등 참신한 소재의 선택, 산뜻한 노란 색, 푸른 색 등을 구사한 그의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소개글에 보면 강세황은 매란국죽을 그리는 것이 가장 자신있어 했다고 한다. 다른 그림과 함께 그의 매란국죽을 보며 그가 자신의 장점을 잘 파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친 난은 누가 봐도 멋들어진 것이었다.


여섯번째 주제는 ‘당대 최고의 감식안’으로 당대 최고의 감식안을 보여주는 강세황의 비평이 담겨있는 조선시대 화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요새로 치면 그는 미술평론가를 겸하고 있었다는 이야기일 터, 한 인물이 자신의 다채로운 면을 맘껏 발휘하고 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의 그림과 함께 김홍도의 그림을 보니 김홍도가 진정 천재 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그림은 오롯이 그만의 것, 김홍도 스타일이었다. 강세황을 보러가서 김홍도에 감탄하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