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본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인셉션
영화를 보고 나니 감독이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궁금했다.
찾아봤더니 저렇게 생겼다.
어딜 봐도 특별하거나 별다른 구석은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 낸 영화 속 세상은 특별하고 별달랐다.


오랜 만에 본 영화가 인상이 강했다. 쉽지도 않고...
스포가 될까봐 결말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없지만 꿈과 현실의 경계가 구분되질 않는다.
어떤 분의 블로그를 보니 그 모호함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점이며, 그리고 그 점이 영화 속에서 토템이 필요한 이유라고 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지.
모호한가?
이 영화의 끝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끝만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난해하다.


위의 이미지에 보면 탁자 위에 팽이처럼 생긴 것이 토템이다. 이 영화를 보면 낯선 용어들이 나온다. 다음 영화에 게시된 용어설명을 좀 업어 왔다.

추출: 꿈을 꾸는 동안 경계가 허술해진 타인의 무의식 상태에 들어가 생각을 훔치는 것.

인셉션: 타인의 꿈속에 침투해 새로운 생각을 심는 작전. 성공의 여부는 표적의 편견에 달려있기 때문에 무의식 깊은 곳에 완전히 뿌리내려 그것이 진짜 본인의 생각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킥: 현실에서 떨어지는 느낌이나 충격을 받고 꿈에서 깨어나게 하는 것. 깊이 잠들어도 떨어지거나 넘어지는 것을 느낀다. 꿈에 접속하는 모든 단계에 통할 킥으로 음악을 사용하기도 한다.

토템: 주사위나 추처럼 다른 사람 모르게 항상 지닐 수 있는 작고 묵직한 물건. 토템을 이용해 다른 사람의 꿈속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있다. 만일 토템이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계속해서 회전하고 멈추지 않는 것처럼- 현상을 보인다면 여전히 꿈속인 것이다.

림보: 원초적이고 무한한 무의식으로 이루어진 꿈의 밑바닥. 꿈을 공유하다 그 곳에 갇혔던 사람들의 기억만 존재하는 곳이다. 림보에 빠지면 뇌가 멈출 때까지 헤어나올 수 없다. 림보가 현실이 되면 정작 현실에서는 치매나 정신병에 걸린 사람처럼 보이게 된다.

찰스: 표적에게 자기 무의식과 맞서게 하려는 계략. 하지만 찰스를 쓰게 되면 표적이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다음 영화에서 인물들에 대해서도 업어왔다.

돔 코브(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침입자/추출자
다른 사람의 머릿속에 침투하여 생각을 훔치는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갖춘 인물이다. 기업들은 코브를 고용해서 자신들이 절대 접근할 수 없는 비밀을 훔쳐오도록 의뢰한다. 그러나 이러한 비범한 능력 때문에 오히려 지명수배자가 된 그는 사랑하는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인셉션’을 수행하게 된다.
삶을 되찾기 위한 코브의 현실적이고 감성적인 입장은 캐릭터의 감정에 대한 공감을 불러 일으켜 복잡한 스토리를 매우 이해하기 쉽게 관객들에게 전한다.

아서(조셉 고든-레빗): 포인트 맨
코브의 가장 오랜 친구이며 그가 가장 신뢰하는 인물로 코브가 주요 계획을 짜면 세부 사항을 담당한다. 코브가 예술가라면 아서는 제작자로 체계적으로 모든 것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꿈에 대한 매력에 빠져 꼼꼼하고 전문적인 능력과 재능을 꿈의 세계에 접속하는 일에 쓴다.
신사적인 도둑이며 예술가이자 배우들의 역할을 맡아 단순한 거짓말이 아닌 새로운 진실을 만들어내는 팀의 일원으로서 팀원들이 꿈의 세계에 들어가거나 나오는 것을 책임진다.

아리아드네(엘렌 페이지): 설계자
꿈의 세계를 창조하는 설계자로서 팀의 필수적인 멤버이다. 건축을 공부하는 수재로 지적인 호기심이 발동해 합류하게 된다.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장소를 설계하고 세우는 일을 맡아 창의력을 발휘하고 사고를 넓히면서 코브가 목표를 이루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코브가 처한 상황에 대해 알게 되면서 더욱 깊이 관여하게 된다.
꿈의 세계를 처음 접하고 그 세계를 탐험하고자 하는 캐릭터로 직접적으로 영화와 관객을 잇는 다리가 되어 관객들이 아리아드네의 눈을 통해 코브를 바라보고 그 캐릭터의 내면을 이해하도록 돕는다.

임스(톰 하디): 페이크 맨
오랫동안 꿈에 접속하는 일을 해왔으며 코브와는 동료 혹은 경쟁자이다. 꿈의 세계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장해 신원을 위조하여 표적이 믿도록 속이는 일을 한다. 매사 진지함이 결여되어 지나치게 자유분방하지만 카멜레온처럼 변신을 거듭하는 실력만큼은 뛰어나다. 아서와 라이벌이면서 서로를 견제하고 또한 존중하는 사이로 의외의 재미를 선사한다.

맬(마리온 코티아르): 쉐이드
코브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이면서 코브의 무의식 속에 자리 잡아 그를 괴롭히고 자극하며 작전을 방해한다. 강함과 약함, 희망과 상심을 동시에 표현하는 모순적인 감정의 변화를 계속한다. 무수하게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마다 각자 다른 해석을 내릴 수 있는 팜므파탈의 결정체이다. 액션과 스릴러가 거듭되는 속에서 가슴 뭉클하고 강렬한 러브 스토리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사이토(켄 와타나베): 의뢰인
재력과 막강한 능력을 가진 기업의 거물로서 코브에게 집으로 보내준다는 제안으로 설득하여 ‘인셉션’이라는 특수 임무를 맡긴다. 전문적인 기술도 없이 팀과 동행한다는 이유로 ‘관광객’으로 불린다. 초반에는 그저 비즈니스 관계였지만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사이토와 코브는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게 된다.

로버트 피셔(킬리언 머피): 표적
곧 세상을 떠날 아버지에게서 수십억 달러 가치의 기업을 물려받게 된 후계자. 어마어마한 재력가지만 따뜻하지 못했던 아버지의 권위적인 그림자 속에서 자라 불안함으로 가득하다. 그의 무의식에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한 거짓된 추억을 심어 기업을 합병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인셉션’ 작전의 목적이다.

유서프(딜립 라오): 약제사
특수한 약물을 만들어 사람들이 꿈의 세계로 접속할 수 있도록 돕는다. 코브와 같은 사람들에게서 돈을 받고 약을 제공하지만 아방가르드 기질 때문에 누군가에게 감독 받거나, 소속되거나, 허락 받고 일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원래 꿈에 직접 들어가지 않지만 ‘인셉션’ 작전은 자신의 능력을 시험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전례 없는 방법을 실행한다.

타인과 꿈을 공유하고, 꿈 속의 들어가 표적의 생각을 추출해 내고 혹은 생각을 심어준다는 설정,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지는 꿈 속영상이 매력적인 영화였다.
그리고 출연하는 배우들의 면면을 보면 모두들 유명 배우다. 거의 오션스 일레븐의 호화 캐스팅과 맞먹을 수 있는 캐스팅이다. 조셉 고든-레빗은 500일의 섬머에서 귀여운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보수적이고 딱딱한 모습으로 등장해 주시니 새롭고, 중년의 포스를 풍겨 주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나, 켄 와타나베 ....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캐스팅의 화려함은 영화를 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속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은 아드리아네가 꿈 속 세계를 설계하는 것을 배우면서 실습해 보는 장면이었다고 생각된다.
꿈 속에서는 무엇이든지 가능했다.
아드리네를 연기한 엘렌 페이지의 작은 체구가 이 꿈의 세계가 더 크고 놀랍게 느껴지게 했다.
꿈의 크기, 상상의 규모와 모습은 체구나 환경이나 그 어떤 것에도 구속되지 않는다. 그래서 멋지기도 하고 힘이 있기도 한 것일 게다.
상상력, 창의력이 이런 거야


감독은 깨어있는 삶과 꿈의 연관성, 사람의 머릿속에서 수 많은 것들이 창조된다는 것과 상상력 속에 잠재되어 있는 것들을 꿈을 통해 알 수 있다는 사실들을 반영하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단다.

또, 놀란 감독에 의하면 영화의 주제는 개인적이며 또한 보편적이다. 꿈은 누구나 꾸고 머릿속에서 창조된 어떤 세계를 체험하는 현상을 모두 겪기 때문이다. 꿈은 인간의 깊숙한 내면 세계인 반면 그 안에는 상상이 만들어낸 모든 가능성이 무한하게 펼쳐진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것이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이 꿈속에서 느끼는 개인적인 감정과 머리에서 나오는 광범위한 상상들을 접목시켜 꿈에서만 펼쳐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를 카메라에 담았다고 한다.

감독이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은 자신이 꾸는 꿈과 삶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자신들이 꾼 꿈과 그 의미는 무엇인지, 그렇다면 우리의 현실이 갖는 의미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이라고 한다.

질문을 보면 영화의 주제가 개인적이며 또한 보편적일 수 밖에 없겠다.
나의 꿈과 현실이 갖는 의미....
확실히 꿈과 현실이 이어져 있음은 분명한 것 같다. 아무리 평범한 인간이라도 꿈을 통해 앞으로 있을 일을 예지할 수도 있고 무의식이 꿈에 반영된다고들 하지 않는가.
꿈과 현실의 연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자신의 삶을 위해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는 좀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현실로 돌아가기 위해, 킥하기 위해서 에디뜨 피아프의 '장미빛 인생'을 들려주는 것도 의미심장한 포인트 같았으나, 장미빛 인생의 가사를 정확히 모르기에 긍정과 부정 중 어느 방향을 가야할지는 잘 모르겠다.
영어권의 사람들이 모두 불어를 아는 것은 아니니 그들도 제목만으로 개인적이고 보편적인 해석을 하겠지, 아마도? 

생각의 가장 작은 씨앗도 자랄 수 있어.
자라나서 널 규정하거나 파괴하기도 해.
모든 것을 뒤바꿀 간단하고 작은 생각.

번역이 좋진 않지만 자신의 꿈 속에서 만난 아드리네에게 코브가 건낸 대사다. 나는 이 대사가 이 영화에 담긴 생각이 집약된 대사가 아닐까 싶다.
놀란의 영화를 보면서 우리가 감탄하는 것은 그가 해낸 생각과 그 생각의 실현이고, 스티브 잡스에 감탄하는 것도 그가 해내는 생각과 그 생각을 실현해 내는 것이리라. 

                              생각하라!! 그리고 창의적이 되라!! 너의 인생이 달라지리니
뭐 이런 느낌?

한번쯤 볼만한 영화임에 한표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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