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틴.... 이 자를 어디서 봤더라?!!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 이 자의 이름은....?!

난 셰익스피어 리톨드 맥베드를 보며 그렇게 찬양해 마지 않았던 맥어보이를 몰라보고 얘 누구 얘누구를 되뇌이며, 그리고 톨스토이가 영어로 말했다고 웃기셔 라는 유치한 투정을 부리며 이 영화를 봤다.

 

존경하는 톨스토이의 비서가 되고 싶은 마음을 천진무구한 열정적으로 쏟아내던 한 청년(맥어보이가 분한 발렌틴)은 바라던 바 비서로서 톨스토이를 만나러 가는 덜컹거리는 기차 안에서 기대로 부푼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해맑은 미소를 보여준다. 그리고 드디어 만난 거장 톨스토이가 자신의 에세이를 읽어봤다는 사실에 감격에 겨워 목이 매여 말도 못하고 그저 촉촉한 눈빛을 빛낸다. 그리고 톨스토이언 운동으로 인한 톨스토이 부부의 갈등을 보며 마음이 아파진다. 맥어보이는 역시 고뇌와 아픔을 겪을 때 빛이 난다.

 

 

톨스토이가 살던 시절에 톨스토이와 엇비슷한 지위를 갖고 있던 사람들이 자신들이 특별히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고 자신이 가진 것이 너무 많으니 나누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실천한다는 사실은 오늘날보다 더 두드러지는 행보였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면 톨스토이 집 앞엔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고 그가 가는 곳마다 따라 다니기도 한다. 유명인의 일거수 일투족이란 동서고금의 모든 이들이 알고 싶은 것인가 보다.

 

물질주의에 기초한 기득권을 수호하지 않으려는 톨스토이의 행보는 톨스토이언 운동이라는 것을 만들어 냈다. 그 운동을 주도하는 인물들은 톨스토이의 아내 소피아와 대척점을 이룬다.

 

톨스토이의 아내 소피아, 체르트코프, 톨스토이의 딸 샤샤, 톨스토이의 주치의, 발렌틴, 이들 모두는 톨스토이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각자 자기자신이라는 불완전한 존재를 통해서 사랑을 뿜어내다 보니 그 사랑은 굴절이 된다. 그 굴절은 발렌틴의 연인 마샤의 말대로 톨스토이 공동체 안의 사랑과 자유를 엎어버린다. 본질은 그렇게 흐릿해져 가는 법인 듯하다.

 

 

체르트코프가 발렌틴과 마샤의 관계를 비아냥거릴 때 발렌틴은 불완전한 한 남자와 불완전한 한 여자가 만나는 것이 사랑이라고 항변한다. 서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할 때 사랑은 사랑 그대로의 순수함이 남을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사랑으로... 

영화는 톨스토이가 도착한 인생의 마지막 역에서까지 그가 그의 말대로 사랑으로 살았다고 보여준다.

 

 

발렌틴 역의 맥어보이도 맥어보이지만 톨스토이 역의 노장 배우와 그의 아내 소피아 역의 배우도 인상적이다. 노년의 그들 부부의 모습과 함께 OST가 잔잔하게 파고드는 잔잔한 영화였다.

 

http://youtu.be/1acNysGxSz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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