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가키 히데히로 글
미카미 오사무 그림
최성현 번역
도솔 오두막 펴냄

2012년, 나의 도서목록 1번이다. 여기서 도서목록이란 내가 읽은 책의 목록이다, 물론..
사실 이 책은 2011년 말부터 나의 가방 속에서 무던히도 이리저리 실려다녔더랬다. 그러면서 만원 지하철을 핑계로, 그리고 동행인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외면 당하던 책이었다. 여차여차하여 결국엔 다 읽었다. 그리고 책꽂이에 꽂아 두려고 보니 모서리가 꽤나 닳았다, 그리고 떼도 많이도 탔다. 마치 여러번 읽힌 것처럼...

자연을 이야기하는 책이어서인지 재생지를 사용한 듯한 이 책은 가볍다, 그래서 갖고 다니기에 부담이 없었다. 일반 단행본들 만큼의 두께를 갖고 있지만 활자도 크고 매 꼭지마다 큰 그림들이 차지하고 있어 읽어야 할 내용은 많지 않다. 일본책을 번역하면 대체로 널널한 책이 만들어져 나오는 듯 하다. 풀들의 전략은 야생초 이야기보다 분량이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야생초 이야기보다 오래 읽었다. 그러고 보니 야생초 이야기를 풀들의 전략보다 먼저 구입했다. 먼저 된 자가 나중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전혀 상관없는....

이 책은 잡초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위에 기재한 간략 정보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일본 사람이 쓴 책을 번역하였다. 그러니 각각의 풀들에 얹혀진 정서는 일본스러운 것이 당연하겠지. 물론 실린 잡초들도 그렇다. 그렇다고 우리 나라에서 영 볼 수 없는 풀들만 있거나 하진 않다. 대체로 우리나라에서도 한번쯤은 봤을 성 싶은 풀들이다. 그래도 옆 나라이고 해서 그런지 서양의 책을 읽을 때에 비해서 낯섬이 크지 않다. 거기다 소소한 이야기와 함께 꽃의 생태에 대해서 풀어놓고 있다. 이 점이 개인적으론 맘에 들었다.

잡풀들의 생존 방법들을 읽어가다 보면 여러가지로 마음의 울림이 생긴다. 아무렇지도 않게 우리가 짓밟아버렸던 풀들, 그 풀 한포기가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방식들은 참 정교하다. 물 위에 우아하게 있는 백조의 수면 아래 요란하고 격렬하기 조차 한 발놀림에 대해서 자주 듣는다. 하지만 그런 모습은 비단 백조만의 사정은 아닌 것 같다. 그저 정적으로 보이는 풀의 생존 역시 백조의 발놀림 같다.

풀들이 각자 있는 터에 자리를 하고 있는데는 인간들의 무한경쟁이 무색할만한 치열함이 담겨 있다. 가끔 동물의 왕국이나 자연다큐를 볼 때 자연이란 참으로 녹록치 않은 세계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다시금 자연이란 얼마나 치열한가를 생각지 않을 수 없었다.

삶은 치열함....일까....
 
요샌 푸성귀들 보기가 쉽지 않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힌 세상에 살다보니 어렸을 적엔 흔했던 것 같은 강아지풀들을 만나기도 쉽지 않고 민들레는 외조부모님 성묘갔을 때 전후로 없었던 것 같다. 특정 지역에 가지 않는 한 더 이상 잡초도 흔하지 않은 것 같다. 그 많던 풀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이지?!

식물에 관한 책을 찾다보면 그 종류와 수가 참 적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우리 나라 서점에서 식물 관련 도서로 가장 흔히 만날 수 있는 것은 도감이다. 물론 찾는 이가 많지않으니 출판사들이 식물 관련 단행본들을 내기 어려울 것이다. 책을 쓸만한 사람도 많지 않을 터이고...작은 악순환의 고리가 여기에도 있을 뿐인 것이다.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지금보다 풍성하게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풀들의 전략
이나가키 히데히로 글/미카미 오사무 그림/최성현 역
파브르 식물 이야기 1
이제호 그림/장 앙리 파브르 저/추둘란 역
신기하고 특이한 식물 이야기
이광렬 글
예스24 | 애드온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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