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의 마지막 날 12월 31일 오랜만에 덕수궁을 찾아갔다.
덕수궁은 자주 가본 곳이지만 덕수궁미술관엔 처음 들어가 봤다.
2010년을 새로운 경험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으니 2011년도 좋은 기운이 돌 것이라 생각하며 오늘 그 날의 기억을 되짚어 보고자 한다.
덕수궁미술관만 처음은 아니었다. 눈덮인 겨울의 덕수궁도 처음이었다.
늘 봄과 여름철에만 궁에 갔었던 것 같다.
다사롭거나 뜨겁거나 했던 기억 속의 궁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낯설고 좋았다.
계절이 주는 다름말고도 건물의 변화도 있어 보였다. 뭔가 더 채워져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늘의 주제인 피카소와 모던 아트 전시의 입장권
미술관을 둘러본 후에 덕수궁을 거닐어 보고 싶었는데 그림보고 나오니 덕수궁엔 이미 어둠이 깔려있어 그냥 돌아와야 했다.


이번 전시는 그래픽 아트 컬렉션으로 명성이 높다는 알베르티나 미술관의 작품들을 전시했다고 한다. 유럽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후반까지 피카소, 자코메티를 포함한 39명의 회화,조각, 드로잉 121점을 전시하여 서양미술사의 주요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라고 팜플렛에 소개되어 있다.

 
이번 전시는 광고 판에 있는 푸른 눈의 여인에 매료되어서 찾아갔다. 바로 아래 그림이다. 네덜란드의 화가 Kees van Dongen의 작품이다.
 


책에 있는 도판으로만 그림을 만나다가 실제 그림을 보면 전시회에 다니는 이유에 대한 깨달음이 온다.
그림, 잘 모른다. 다만 그림 속에 넘실대는 색, 화가의 시선, 그리고 상상력..이런 것들에 대한 감탄이 내 그림 감상의 전부이다. 무엇인지 정확히 짚어 내지 못해도 유난히 시선이 가는 그림을 만나는 일도 즐겁다.

이번 전시에서 아연에 에칭했다는 피카소의 '검소한 식사'는 당연한 것이지만 피카소가 미술에 재능이 많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했던 작품이었다. 어쩌면 피카소만의 특이한 형태의 그림들을 보다 그의 일반적인 작품을 봐서 그럴 수도 있겠으나 작품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지중해 풍경,다윗과 밧세바, 독서하는 자클린이란 그림도 개인적인 피카소의 재발견 같은 그림이었다.

창조가 있기 전에 먼저 파괴가 있어야 한다. 고상한 취향이란 얼마나 불쾌한 것인가! 그 취향이란 창의력의 적이다.
                                                                                                                                 피카소

피카소, 그가 이 땅에 머물렀던 위대한 능력자임을 어찌 부인할 수 있을까!!

푸른 눈의 여인 이외에 이번 전시에 없었지만 Kees van Dongen의 그림 몇 점 더 감상해 보자.
 


이번 전시는 세상에 많은 화가가 있었다는 깨우침을 얻는 시간이었다.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작품과 작가를 기억해 보고자 한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그림, Feininger의 The high shore


인터넷 검색 중에 만난 Lyonel Feininger


오스카 코코슈카 oska kokoschka, 20세기 미술을 말할 때 빼놓을 없는 인물 중 한 명이라고 한다.
london vista of Thames from shell house

색채의 음악적 건축, 체코의 화가 쿠프카의 그림을 평가하는 말이라고 한다. 전시에서 Green and Blue Ascent라는 작품을 봤다. 그림을 본 첫 느낌을 떠올리면 색채의 음악적 건축이라는 평이 굉장하게 느껴진다. 입체파의 또 한 사람 들로네의 자작품도 이번 전시회에 전시되어 있었다. 오른쪽 그림이 들로네의 미의 세 여신이고 왼쪽이 쿠프카의 작품이다. 쿠프카의 이 작품은 이번 전시에 없었다.



달빛이 흐르는 밤,
독일의 표현주의 화가인 에밀 놀데의 그림이다.
드뷔시의 달빛을 들을 때, 달밤을 생각하면 서늘한 푸른 빛이 연상되곤 했었다.
그런데 그림 속에 작렬하는 노란빛....호불호를 떠나 내겐 너무 강렬했다. 저 노란 달빛이


이번 전시회가 아니였다면 철학자 헤겔의 오타라고 생각했을 헤켈,표현주의 작가이자 다리파의 지지자였다고 한다.
north sea

dongen,에밀 놀데, 키르히너, 이번 전시회에서 알게 된 화가들이다. 이들 외에 다른 작가들의 인상적인 그림도 상당히 있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었던 화가들의 좋은 그림들을 보며 눈이 호사했던 기억들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세상을 다채로운 그대로 바라보는 것은 물론이요 그 너머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 가져본다.
그리고 뭉크가 절규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도 잊지 않을 수 있었으면 한다.